(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당신의 궁극적인 소망은 무엇입니까?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 톰 라이트 / 양혜원 역 / IVP / 2009
“당신의 궁극적인 소망은 무엇입니까?”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원제 : Suprised by Hope, 2009, IVP)를 저술한 톰 라이트가 이 책을 접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부활’이라고 답하며, 그 소망으로 인해 놀랐다는 심정을 담아 이 책을 열어가고 있다. 부활이 궁극적인 소망이 된다는 명제는 기독교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익히 들어보고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목회자 자녀로 태어나 30년간 교회에 출석해 온 필자 역시 부활이 우리의 참 소망이 된다는 명제를 공리처럼 받아들여 왔다. 경쾌한 템포의 찬양이 울려 퍼지는 부활절이 되거나 부활의 소망을 담대히 선포하는 고린도전서 15장을 읽을 때면, 부활이라는 승리가 필자의 것이라도 된 것 같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가 가지고 있었던 부활에 대한 막연한 소망은 필자의 어머니께서 소천하신 뒤로 차갑게 식어갔다. 부활이 주는 소망을 품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 어머니께서 다시 건강을 회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지만, 부활의 승리를 우리에게 안겨주시는 하나님이시라면 어머니를 병상에서 일으켜 세우는 것도 가능하시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소망은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따름이다. 어머니를 하나님 곁으로 보내드린 뒤에 실의에 빠져있던 필자에게 저자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활이 우리의 궁극적인 소망이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논증했다.
첫 번째 질문은 과연 부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저자는 기독교 사상 전체에 영향을 미친 플라톤주의로 인해, 우리가 가진 몸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천국을 궁극적인 영혼의 종착지라고 생각하는 이원론적 부활 사상이 발생했다고 비판한다(51-2면). 저자는 부활은 영혼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육체를 입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부활의 때가 오면 우리가 현실의 삶에서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될 날이 올 것이라고 담대히 주장했다(254-5면).
이어 저자는 부활이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궁극적인 소망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논증했다. 그는 부활이 단순히 죽었다가 안식처에 간다는 미래의 소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서의 소망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293-6면). 부활이라는 것은 시간과 공간, 물질의 구속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며(323면), 이는 정의와 아름다움 그리고 전도가 회복되는 것을 통해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에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325-52면). 나아가 부활은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려는 우리의 수고가 반드시 열매 맺을 것임을 확실히 알려주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이 땅을 하늘의 생명으로 식민화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435면).
사후 천국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활을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부활이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어떠한 소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논증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주장은 무척 설득력 있다. 특히 교회와 세상,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하던 부활관을 보다 총체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저자가 제시하는 실천적 대안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부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가 ‘세례’, ‘성만찬’. ‘기도’, ‘성경’. ‘거룩’, ‘사랑’의 훈련을 할 것을 제시하고 있는데(405-30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기는 하지만 앞서 부활에 대해 거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에 비해 우리에게 던져준 실천의 방향은 지나치게 추상적일 뿐 아니라 원론적인 내용에 그쳤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부활이 필자에게 커다란 소망을 안겨주지는 못했다는 점 역시 못내 아쉬웠다. 특히 저자는 부활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에 주는 소망을 밝혀내는 데에 집중한 나머지, 죽음 이후에 겪게 될 미래의 부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다. 예컨대, 저자는 낙원에 대한 설명에서 결국 교회가 승리하는 교회, 기대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 제시하지만(274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 낙원에서 어떻게 재회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부활 이후에 죽음을 넘어선 새로운 육체를 얻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강조했지만(254면), 부활 이후 갖게 된 육체가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그려주지 않는다. 이를테면 장애인이 부활하게 되었을 때 어떠한 모습으로 신령한 육체를 가지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요컨대,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를 통해 저자는 부활이 단순히 죽음 이후 천국과 지옥으로 종결되는 개념이 아니라, 죽음 이전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데에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소망이 될 수 있음을 논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정작 죽음 이후에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부활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아쉬움과는 별개로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부활에 대해 모든 것을 알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저 “내가 믿고 또 의지하는, 내 모든 형편 아시는 주님께서 늘 보호해주실 것을 안다”라는 <아 하나님의 은혜로>라는 찬송가의 겸허한 고백이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야 할 궁극적인 소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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