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다. 좌파와 우파의 극단적 대립의 구도를 따라 국민은 거의 정확하게 양분되어 가정과 직장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반목을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있다. 그 깊은 골짜기를 따라 지역감정과 남녀 간의 골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다. 경제적으로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결과로 우리나라는 1대99의 사회로 갈려 있으며 그 경제적 골도 더욱 깊어져 가고 있어 거대한 사회적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거기에 시대의 정신인 개인주의적 인본주의나 개인주의적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는 젊은이들이 모든 공동체적 담론을 거부하게 만들고 대면적 모임을 거부하게 하면서 고립된 개인으로 몰아간다. 여기에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사회, 극단적으로 개인화된 사회에 바람직한 공동체성을 다시 도입할 수 있을까? 갈등을 줄이고 증오와 대립의 거대한 힘들을 순화시키며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가 재발견하는 것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성이다. 기독교의 하나님이 존재하는 양식인 삼위일체는 특별한 공동체성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것은 하나님의 각 위격이 지닌 인격적 주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자발적인 사랑으로 서로를 섬기고 복종하는 가운데 참된 연합을 이루는 것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러한 인격적 사랑을 통한 연합의 존재 양식을 잘 설명하고 있는 현대신학의 관점으로 사회적 삼위일체론 신학을 꼽을 수 있다. 사회적 삼위일체론은 동방교회의 삼위일체 신학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하나님의 각 위격이 가진 인격적 주체성과 자유로부터 자발적인 섬김과 복종을 통한 일체적 연합을 설명한다. 또한 기독교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서 이러한 삼위일체적 사랑의 존재 방식이 인간에게 부여되었으며, 인간은 이와 같은 인격적 사랑의 실천을 통해 사회 속에서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부름받았음을 증거한다. 인간의 사랑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두 가지 대명령이다. 이 사랑의 명령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독교는 가정과 교회가 하나님께서 세우신 사랑의 공동체라고 가르친다. 가정은 하나님이 세우신 최초의 인간 공동체로서, 남성과 여성의 상호보완적 관계성을 통해서 서로를 온전케 하며, 자녀를 통해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 양식을 경험하고 실천하는 하나의 모형이 된다. 또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자녀 됨을 회복한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삶의 양식을 극복하고 형제와 자매로서 진정한 사랑과 나눔과 예배의 공동체 양식을 실천하도록 부름을 받은 공동체이다. 예수님은 이 교회를 세우심으로 적대적으로 갈라진 인류가 하나님과 화목하며 그들 안에서도 사회적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촉매제로 교회를 사용하신다.
기독교가 증언하고 가르치는 이러한 인격적 사랑의 공동체성은 오늘날 인류와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극심한 양극화와 대립의 문제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로, 기독교가 제시하는 개인의 주체성과 사회적 공동체성의 동시적 조화의 원리는 모든 사회적 관계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공동체성의 방향을 제시하며, 또한 이 원리는 모든 사회적 관계와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판단기준과 시금석이 된다.
둘째로, 기독교는 인간 전체의 타락과 죄로 인해서 인간성이 훼손되고 근본적 결함을 가지게 되었음을 예언자적으로 증거한다. 인간의 전적인 타락에 대한 기독교의 분명한 증거는 인간의 사회성 역시도 이러한 타락과 죄의 영향 아래에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기독교는 인간사회나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모든 낙관적인 견해들을 정당하게 거부한다. 동시에 기독교는 사회 지도자들과 제도들이 완전하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겸손과 관용을 요청하며, 대화적이고 상생적인 자세를 요청한다. 더 나아가 기독교는 권력을 나누고 상호 견제하는 민주적 권력분립의 제도를 통해 결함이 있는 인간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실적 대안을 요청한다. 결과적으로, 기독교는 인간의 사회가 인간의 죄성에 대한 현실적 인식에서 출발해서 겸손과 상호견제를 통한 온전한 인격적 사랑의 공동체성을 지향할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가정과 교회의 사랑의 공동체들이 그 길에서 참된 모범이 될 것을 요청한다.
셋째로, 기독교가 제시하는 원형적인 인격적 공동체성은 하나님의 창조원리나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일뿐만 아니라 또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의 방향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공동체성의 회복을 성 삼위 하나님이 사회 속에서 주도하고 계신다. 그것을 믿고 순종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하나님은 오늘도 인간의 사회를 삼위일체적 공동체로 변화시켜 주신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사회적 노력이 무너진 곳에 서 있는 인류에게 소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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