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하나님을 믿기 시작한 20대 초반 시절,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당시 주변에는 수많은 목사님, 전도사님이 계셨고, 그분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정해진 일과를 마친 후에도 성도들을 심방하고 주말에는 사역으로 더욱 바쁜 것을 보며 하나님께서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실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세상의 잣대에서 벗어나 성경 말씀을 따르며,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말씀을 전하려는 목회자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동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동경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한편,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목회 사역을 업(業)으로 삼으면 하나님께 헌신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하나님이 더 기뻐하실 것 같은데, 왜 많은 그리스도인은 그 길을 업으로 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이다. 당시 나는 이러한 고민의 내용을 신앙의 선배에게 물어보고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 나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의 기준을 오로지 하나님을 위해서만 투자한 시간과 직업에 비례한다고 여겼고 이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태초부터 계획하셨고, 각자에게 맡겨진 상황이나 소명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즉 시간이나 직업과 같은 외적인 요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위치나 자리나 상황에서도 진실된 마음으로 하나님께 최선을 드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고민 끝에 깨달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님께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각자가 바쁘고 힘든 어떠한 상황에 있든지 간에 가장 먼저 하나님을 찾고 기도와 말씀에서 답을 찾고 해결하려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빅데이터 시대를 사는 우리는 오히려 집중력이 분산되기 쉬운 환경에 처해있다. 미디어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수많은 내용은 우리의 관심을 분산시키며 신앙을 지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요즘 청년 세대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 이야기되는 부동산 및 취업과 관련된 논점들은 우리를 더욱더 세상적 문제에만 몰두하게끔 한다.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컨텐츠에 중독되고, 세상적인 문제에 고군분투를 한다고 하더라도, 본인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사탄의 미혹에 반복적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혼돈의 상황은 우리가 성경이 추구하는 가치와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분별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 시대에서 신앙의 중심을 잡고 하나님만을 붙잡고 살아가는 태도를 갖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심으로 하나님 말씀만을 믿고 이에 따라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시대에서도 세상의 온갖 걱정으로 자신의 삶이 좌지우지되지 않고 감사함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입장에서 하나님께 최선을 다하려는 나름의 생활을 잠시 공유해보려 한다. 우선, 나는 십자가의 사랑을 삶 속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하나님과 나 사이의 수직적인 사랑, 나와 이웃 간의 수평적인 사랑을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 최선을 다하는 삶이며, 이 세상에서 천국의 삶을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6년이라는 석박통합과정 대학원 기간이 매우 길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당사자로서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느낀다. 주 전공의 연구뿐만이 아니라 여러 과제 및 업무들로 인해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으며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도 존재한다. 하지만 감사한 것은 이로써 내가 더욱더 하나님을 찾고 의지한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하나님만을 믿고 사랑으로써 고백하는 것이 내 대학원 생활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남들이 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을 해내야 하는 창조의 고통 속에서도, 여러 가지 일을 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도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며 기도하는 것이 하나님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또한 나의 대학원 생활에서는 선후배가 팀을 구성해서 연구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잦다. 그때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생각과 일하는 스타일이 다를 수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팀 내의 불화 혹은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예수님께 배운 이웃 간의 수평적인 사랑을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다른 팀원을 업신여기지 않고, 가족 대하듯, 사랑으로써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더 개선된 생각을 도출한다면, 팀 내 갈등은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할 기회라 생각한다.
이렇듯 그리스도인에게는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직업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든 하나님께 최선을 드리고 헌신하는 자세가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상황은 당연히 모두 각양각색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가 십자가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주 안에서 세상적인 일에 좌절하지 않고 굳건히 하나님의 십자가 사랑을 실천해 나갈 수 있다면, 그 상황이나 결과가 어떻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하나님께 다른 이가 아닌 바로 우리를 통해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세워지기를 간절히 원하시며, 이러한 합심으로 그 나라를 함께 세워가도록 하신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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