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처음 이 글을 제안받았을 때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하나님을 만났고 은혜를 받았음에도 지금도 여전히 치열하게 영적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지라 어떤 내용을 나누어야 할지, 지금 내 삶을 나눌 만한 상황인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이 기회를 통해 하나님과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고 이미 받았던 은혜를 하나씩 복기하면서 다시 주께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었기에 이 글을 쓴다.
나는 모태 신앙이었고 습관적으로 교회를 나갔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 번도 주를 영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다. 하나님은 막연히 힘든 일을 겪을 때 의지할 분, 그냥 막연한 신으로만 생각했다. 초등학교 시절 겪었던 학교 폭력과 부모님의 이혼 문제 등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던 상황에서 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선택했었다.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웃는 엄마의 모습과 친구들이 나를 다르게 보았던 그 모습 때문이었을까? 나는 “공부를 잘해야만 성공하고 인정받는 삶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우상 삼아 살았다. 그런데도 대학입시에 실패했고 서울에서 재수 생활을 하면서 치열하게 공부했지만, 결국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인생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모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것 같은 경험을 하였다. 그 당시 모 교회 목사님께서는 폐인 같던 나에게 새벽기도를 권하여 주셨다. 그래서 교회라도 가자는 마음으로 나갔는데, 나는 신기하게 그 무렵 방언의 은사를 받고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으로 인생에서 하나님이라는 분이 인격적으로 느껴졌고, 삶의 큰 방향이 ‘내’가 아닌 ‘하나님’이 되는 순간이었다. 기쁨이 넘쳤던 2016년 1월, 그렇게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났고 같은 해 기쁨으로 한동대에 입학했다.
대학 1학년은 은혜 안에서 살고 선교 활동까지 하면서 보냈다. 그러나 군대 입대를 앞두고 미래에 대한 방황과 여러 고민 사이에서 다시금 불안함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입대해서도 매일 같이 산책하며 그 문제를 가지고 기도했다. 또한 군대에서 여느 때처럼 부대 내 도서관에서 <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벤 웨이버, 2015)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여 흥미롭게 읽다가 ‘통계학’과 ‘C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본래 문과 출신이었던 내게 하나님이 주신 은혜였다. 그래서 나는 제대 후 전공을 변경한 복학생이 되었고, 하나님께는 이 공부의 길에 은혜를 부어주셨다. 정말 감사하게 미친 듯이 공부할 수 있었다. 학부생 시절 동안 좋은 학점과 여러 공모전 수상, 논문 실적을 허락해 주셨다. 돌이켜보면 전부 하나님의 은혜였다.
하지만 인간이란 얼마나 악하고 약한지. 나는 “잘 한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점차 하나님 영광보다 세상 영광을 취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하나님께 감사하기보다 항상 “잘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에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하였다. 그렇게 정신없게 학부 생활을 보내다 4학년이 되면서 대학원 입시를 준비했고, 2021년 8월 카이스트 대학원 면접시험을 보았다. 그런데 나는 이 면접시험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 너무 자신이 없었다. 대학입시에 실패했던 때의 트라우마가 다시 생각나며 모든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의지할 곳이 없었기에 주님께만 부르짖으며 기도하였다. 그때 주께서는 “네가 정말 이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을 하셨다. 나는 “아멘!”이라고 고백했다. 오직 주께 맡긴다는 생각으로 기도하며, 포항공대 대학원 입시용 자소서를 준비하면서 카이스트 대학원 입시 결과를 아무 기대 없이 확인했는데 ‘합격’이었다. 하나님께서 죄인 된 나를 여전히 떠나시지 않고 은혜를 베풀어주셨다고 믿는다.
나는 현재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치열한 씨름을 하고 있다. 연구는 여전히 불안하고 삶에서는 죄와 씨름하고 있으며, 하나님과의 거리도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확실하게 경험한 것은 기도할 때, 더 구체적으로는 다니엘처럼 매일 기도하며 죄를 떠나 하나님만 바라보며 모든 것을 내어 드릴 때, 하나님은 어제나 외면치 않으시고 그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겨우 석사과정 두 학기를 경험한 입장이라서 대학원 생활이 ‘어떤 것’이라고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 자리에서도 역시 고된 씨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 한편, 이 시대의 많은 그리스도인 청년 과학도들이 세상 소명의 자리에서 연구하다가 점차 그 연구 자체를 위한 연구에 함몰되고 점차 자신의 명예와 돈을 위한 연구에 치중하게 되기 쉽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필자가 연구하는 인공 지능 분야는 정말 많은 자본이 오가는 분야여서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에 참여하는 가운데 그 연구 자체가 우상이 될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그 때문에 더욱 주님 안에 깨어있어야 한다. 또한 믿음의 동역자들과 이를 놓고 함께 더 기도하고, ‘내’가 이 연구를 왜 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주께서 이곳에 부르셨는지를 매일 같이 복기하며 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요즘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주께서 주신 숙제를 감당하기 위해 매일 연구실로 출근한다. 출근하면 많은 대학원생이 연구실에 앉아있다. 나를 포함한 그리스도인 청년들은 다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게 모두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넉넉히 누리고 감당하는 하나님 나라의 자녀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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