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기술의 발달로 4차산업혁명이라는 노동의 위기와 기후변화라고 일컬어지는 생태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생태전환교육’과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라는 항목을 삭제했다. 이렇듯 노동과 생태는 당면한 문제이며, 둘 다 인간의 일과 불가분의 관련을 맺고 있는 사안으로 신학과 기독교 세계관이 응답하고 대화해야 할 주제이다.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는 성령론과 종말론에 기초한 일의 신학을 통해 지금의 노동 문제와 생태 문제에 답하려고 시도했다.
볼프는 사회주의 체제였던 유고슬라비아 출신 신학자로서 성령과 은사에 관해 강하게 강조하는 오순절 교단 목사의 자녀로 태어났다. 오순절 신학의 배경에서 시작된 볼프의 신학적 여정은 복음주의 신학을 거쳐 튀빙겐 대학교에서 몰트만(Jürgen Moltmann)으로부터 마르크스(Karl Marx)의 노동관에 대한 신학적 평가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지도받는 에큐메니칼 신학에까지 이르게 된다. 성령론과 은사에 관한 체험적 오순절 신학은 볼프 안에서 몰트만의 종말론적 삼위일체론에서 도출되는 삼위일체론적 성령론과 만나 새 창조라는 종말론적 주제로 마르크스의 노동관과 비판적 대화를 하면서, 성령론적 노동관을 형성하게 된다. 볼프의 성령론적 노동관은 종말론으로 특징지어지는 성령론을 기초로 ‘일의 신학’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서,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자유주의-자본주의적 노동관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공산주의적 노동관 그리고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의 기독교적 노동관인 직업 소명설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볼프가 성령과 은사, 종말론과 새 창조라는 개념을 가지고 성령론적 노동관을 구성하면서, 소명과 창조론에 근거한 루터와 칼뱅의 직업 소명설이라는 종교개혁자들의 노동관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문화명령에도 도전을 준다. 문화명령은 창세기 1장 26∼28절이나 요한계시록 21장 24∼26절의 해석, 일반은총, 문화의 종말론적 연속성 등의 주제와 종교개혁자들의 직업 소명설과 긴밀하게 연결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볼프의 성령론적 노동관이 개신교의 전통적 노동관인 직업 소명설을 비판하며 극복하려는 시도는 기독교 세계관의 전통적 주제 중 하나인 문화명령에도 응답과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볼프는 다음의 4가지 면에서 루터의 직업 소명설을 비판한다. 그리스도인의 신원은 본질적으로 종말론적 실존인데, 창조론의 시초론적 틀에서 구성된 직업 소명설은 그리스도인의 본질적 종말론적 정체성을 간과한다. 새 창조는 단순히 처음 창조의 회복이 아닌데 직업 소명설은 창조교리의 시초론에서 머문다. 현대의 일이 지니는 유동성과 가변성에 보전과 영구성을 특징으로 하는 직업 소명설은 조화되기 어렵다. 직업 소명설은 소외와 환경파괴라는 노동의 병리현상을 다루지 않고, 기존체제의 정당화와 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로 오용되기 쉽다. 볼프는 부르심과 소명이라는 주제로 일과 노동을 설명하는 것은 고린도전서 7장 20절에 대한 루터의 틀린 해석에 기인한 것이며, 대신에 은사라는 주제가 일의 신학을 구성하는데 적합한 성경적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와 같은 직업 소명설에 대한 볼프의 비판과 새 창조의 선행적 경험, 완성될 종말의 현재적 경험을 이루시는 성령 안에서 주어지는 은사로 해석되는 볼프의 성령론적 노동관은 문화명령에 다음의 4가지 면에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첫째, 창조-타락-구속으로 구성되는 기독교 세계관 안에서 문화명령이 논의될 때, 문화명령은 종말론과 관련하여 문화의 연속성과 더불어 구속과 완성을 이루시는 종말론의 주체이신 성령을 강조해야 한다. 둘째, 직업 소명설의 핵심 개념인 부르심과 소명은 직업이나 일이 아니라 회심과 그리스도인다운 자질과 연결된다는 볼프의 지적은 하나님의 부르심 즉 소명이 그리스도를 닮음 즉 거룩함을 지향하고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을 향한 부르심의 보편성을 말하고자 했던 종교개혁자들의 소명론은 거룩함으로의 보편적 소명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셋째, 문화명령은 기존체제의 정당화와 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변혁과 식별을 위한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넷째, 문화명령은 인간만의 작용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이 함께 협업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구원의 물질성과 총체적 구원을 설명하면서, 피조 세계의 보호를 위해 확장되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제39회 기독교학문연구회 연차학술대회(2022.10.29. 백석대)의 <새로남청년우수논문상> 수상 논문인 “미로슬라브 볼프의 성령론적 노동관과 문화명령”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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