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아인슈타인의 큰 그림을 통해 본 과학과 종교의 대화
<맥그래스, 아인슈타인에 답하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은이) / 김홍빈 (옮긴이) / SFC / 2022
앨리스터 맥그래스는 더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지성이며, 과학과 이성의 방법을 포함하여 지적으로 총체적인 신학을 세워나가는 신학자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한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며,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을 모두 세운 불세출의 과학자이다. 이 두 사람의 이름이 동시에 등장한 이 책을 보면서 “그래, 이 책은 못 참지!”라는 말을 안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책을 잘 쓴다는 것은 실제로 몹시 어려운 일이다. 첫째로, 과학적으로 충실한 책을 쓴다는 것이 어렵고, 둘째로, 여기에 신학적인 관점을 덧입힌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한 편으로는 과학적 견해와 신학적 견해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균형을 잃은 관점을 독자들에게 강요할 가능성도 높다. 이 두 가지 오류는 수많은 가십성 글이나 기사를 통해 우리가 쉽게 빠지기 쉬운 오류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신중한 태도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기독교를 변증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고, 아인슈타인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바와 같은 종교인이나 유신론자였음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 봤을 때, 아인슈타인은 과학이 전부가 아니며, 과학을 포함하여 세상을 총체적으로 풍성하게 이해하기 위해 과학에 덧입혀져야 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아인슈타인과 관련된 역사적인 자료들을 충실하게 개관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의 절반 정도는 아인슈타인의 과학적인 업적과 그 역사적인 여정을 돌아보는데 할애하고 있다. 1905년, 이른바 ‘기적의 해’에 등장한 논문들, 그리고 아인슈타인 최대의 업적으로 꼽을 수 있는 일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하기까지의 여정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리학의 지식들을 필연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맥락에서 학문적인 오류를 범할 우려도 충분히 있지만, 필자가 살펴본 바로는 역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물리학적으로도 아주 충실하게 서술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양한 일차 자료들을 토대로 아인슈타인과 관련한 개인적인 사건들을 기술함으로서, 현대 물리학의 맥락에서 과학사적으로 재미있는 장면들을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과학사 읽기 자료로 사용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나머지 절반은 아인슈타인의 철학적 또는 종교적인 관점을 소개하는 데에 할애하고 있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업적을 이끌어 온 근본적인 철학적 관점 중의 하나는 세계를 어떻게 통일적으로, 정합적으로, 총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는 더 큰 실재를 발견해 나갈 수 있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을 역학 이론에 자연스럽게 포함시켰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종류의 상호 작용들을 하나의 통일된 이론에 자연스럽게 포함시켜 세계에 대한 통일적 이론을 구상하는 것을 궁극의 이론 또는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라고 부르며, 아인슈타인은 마지막까지 이 이론을 세우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우리가 자연을 설명하는 궁극의 이론을 다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연에 대한 진짜 궁극적인 설명일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여전히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대체 그런 법칙이 존재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는 그 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더 큰 실재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여기에서 과학과 종교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통상적으로 자연의 대상만을 다룬다면, 우리 인간은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총체적이며 더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중요한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that matters)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원제목이기도 하다.
‘중요한 모든 것에 대한 이론’은 대체 어떤 것일까? 이 책은 그것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오직 기독교만이 총체적인 관점을 제시한다는 주장은 이 책에서 충분히 논증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총체적인 관점을 실제로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의도는 독자들에게 과학주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넘어선 총체적 관점이 필요하며, 여기에 대해서 생각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권유하는 것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맥그래스의 이 책은 이러한 논의를 출발할 수 있는 흥미로운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김홍빈 박사님의 번역 덕택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아주 쉽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의 강력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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