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평안하셨는지요! 이번 호의 주제는 ‘빈곤과 교회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빈곤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악화된 것은 역설 중 역설입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말로 변명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한 철학자는 오늘의 빈곤은 정의의 결여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합니다. 충분한 식량이 있음에도 아사자가 나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라는 프랑스 빈민운동가 ‘피에르 신부’(Abbé Pierre, 1912~2007)의 말은 마음을 찌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적선하듯 한두 푼 구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성경은 빈곤의 문제를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다룹니다. 구약성경의 십계명은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법을 제도적으로 구축할 것을 가르칩니다. 샬롬은 공의와 평화의 만남으로 묘사합니다. 예수님은 아예 겉옷을 달라면 속옷까지 주라고 하십니다. 정통 교회는 처음부터 긍휼과 구제를 ‘디아코니아’(섬김)라고 부르며 교회의 본질로 여겼습니다.
<시선>은 빈곤의 문제를 세상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요청합니다. 적선하듯 하는 구제는 가난에 대한 모욕이고 주님에 대한 불경이라고 했습니다. 교회가 이웃을 위한 절제를 통해 빈곤의 문제를 돌보지 않고는 떨어진 위상을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특집>에서는 우택주 교수님이 구약의 정의가 구제와 맞닿아 있음을 강조하며 가난한 이들을 돌봄이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힘써야 할 일임을 알려줍니다. 김태황 교수님은 부당한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빈곤의 족쇄를 잘라내는 영적 자유를 공유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남기업 소장님은 빈곤과 불평등이 영적인 문제이며, 해결은 교회가 상호돌봄공동체의 사명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윤진수 목사님은 노숙인 사역에서 직접 경험한 감동적 사연을 통해 교회와 우리의 할 일을 깨우쳐줍니다. 문지웅 목사님은 청년 빈곤 문제와 교회 선교를 연결한 무이자 무담보 대출을 운영한 경험을 나눕니다. 김유준 목사님도 청년대학생 주거공동체 사역의 사례를 통해 교회가 새로운 사역의 지평을 넓혀야 함을 깨우쳐줍니다. 김재광 센터장님은 청년 부채 해결을 위한 ‘희년은행’ 사역의 예를 들어 우리의 안목을 넓혀 줍니다. 손의섭 형제님은 일본의 홈리스 문제에 대해 한인교회가 했던 돌봄 사역이 준 교훈을 소개합니다.
홍승현 교수님이 만난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유원식 회장님은 왜 빈곤의 문제가 우리가 섬김의 역량을 확대해 나가야 할 부분인지를 알려줍니다. 교회의 섬김이 ‘파이프라인’처럼 녹슬지 말고 새지 않고 양방향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깊이 와닿습니다. <섬김의 자리>에서는 석종준 선교사님이 우리 동역회를 섬겨 오신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간의 많은 봉사를 누군가를 위한 축복의 통로가 되려 드린 작은 은사의 오병이어라고 겸손해하시네요.
고의천 선생님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고 그것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예원 자매님은 학업과 신앙을 통합시키는 노력의 과정을 나눕니다. 조은서 자매님은 연구기관의 직장생활과 교회 봉사의 조화를 위해 애쓴 경험을 소개합니다.
<영화를 보다>에서 추태화 교수님은 OECD국가 중 행복지수 최하위의 한국인의 주거환경을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 <홈리스>를 소개합니다. 전세 사기를 당한 부부가 아웃사이더로 밀려버린 사회의 공정 문제에 대한 고발입니다. <미술을 보다>에서 서성록 교수님은 미술인이 이웃과 대화하며 교감하는 모습을 조명합니다. 특히 약자에 대한 관심이 빛나는 네덜란드의 화가 요제프 이스라엘스의 작품 해설이 돋보입니다.
<책을 보다>에서는 동역회 회원들의 근간이 소개됩니다. 정병오 선생님 등의 <읽다 살다>는 전현철 목사님이, 편집위원으로 많은 수고를 하는 이상민 선생님이 실행위원장 박동열 교수님과 함께 쓴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2>는 양은주 선생님, 이연우 목사님의 <피로교회를 넘어 필요교회로>는 강성호 목사님이 서평 해 주셨습니다. 대전 ‘새로남교회’의 특별 기획으로 출간된 <과학자, 하나님을 만나다>와 <공직자, 하나님을 만나다>는 김다빈 형제님과 김은진 자매님이 소개합니다.
<교회로>에서는 사랑의교회 청년부의 기독교세계관학교를 소개합니다. 20대에 다짐했던 신앙을 30대에 일터와 가정과 섬김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돕는데 초점을 두었답니다. 이 프로그램은 년 1~2차례 운영하는 과정으로, 여러 주제로 이어온 과정을 이연주 자매님의 참여 소감문과 함께 소개해주셨습니다.
<온전한 지성>에서는 최용준 교수님께서 기독교 철학자인 헤르만 도여베르트의 성경적 창조론을 집중 조명해 줍니다.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의미 그 자체라는 설명을 통해 만물이 창조주이시며 주권자이신 하나님께 의존해 있음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이틀에 걸쳐 처음 대면으로 만난 대학원생 독서나눔 콘서트가 소개됩니다. ‘그리스도인, 인공지능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를 주제로 열띤 토론과 나눔, 그리고 사귐의 시간을 가졌다는 반가운 보고입니다.
편집을 마치면 항상 감사의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번에도 한결같은 헌신으로 인터뷰를 해주시고 글을 써주신 분들과 편집위원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도 우리 모든 동역자님의 신앙과 삶에 주님께서 주시는 격려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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