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상대 빈곤율은 OECD 평균 11.1%보다 높은 16.7%로서 37개국 중 4번째였다. 이것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세상에서 섬겨온 수많은 선한 일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점검할 기회를 준다. 따라서 이번 호 ‘사람 사이’는 세계적인 비영리 자선 NGO로서 선한 사마리아인 정신을 일관되게 구현하며 희망과 빛을 전해 온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유원식 회장님(주님의교회 장로)과 함께 빈곤 문제는 왜 우리가 계속 더 잘 품고 섬김의 역량을 확대해 나갈 한국교회의 사명이 되어야 하는지 정리하고 그 혜안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 일시 : 2023년 2월 28일(화) 오후 2시 30분
- 장소 :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실
- 인터뷰어 : 홍승현 (서울대 불어교육과 강사, 동역회 정회원)
- 사진 & 정리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홍승현 : 회장님 안녕하세요. 우선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설립 목적과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업 현황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원식 : ‘희망친구 기아대책’(이하 ‘기아대책’)은 1989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국제구호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자선 NGO입니다. 전 세계의 가난과 굶주림, 재난과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특별히 절대빈곤 상황에 있는 아동과 이웃을 주로 섬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한국교회의 사역 파트너로서 교회건축, 식량과 긴급구호 등을 지원하고, 지역 공동체 회복을 돕고 있는 선교 NGO이기도 합니다. 2023년에는 특별히 성경에서 말하는 ‘나그네, 고아, 과부’를 섬기는 다문화 사역에 더 집중하는 앞마당 선교전략으로 떡과 복음을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중점 사업으로는 지진이 일어난 튀르키예 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상황이 악화가 된 아프리카, 서부 아시아권의 긴급 구호를 계속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홍승현 : ‘기아대책’을 섬기시기 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 한국 오라클 대표이사 등 IT 업계 최고경영자로 일하셨던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비영리 자선 NGO를 섬기게 되신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원식 : 저도 어린 시절에는 어려운 가정에서 후원과 도움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요. 어른이 되어서는 말씀대로 IT 업계의 경영자로서 42세부터 약 17년 동안 일했고, 연간 소프트웨어 매출이 1조 원대가 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이기도 했는데요. 저는 그때에도 사회적 지위와는 별개로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이 가장 나에게 올바른 삶인가”에 관한 고민을 항상 지니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997년 예기치 않은 아들의 사망이라는 개인적 가정사를 통해서 삶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그 과정을 통해서 저의 인생을 세 개의 30년으로 나눌 때, 마지막 30년(third thirty)은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생각과 서원을 하나님 앞에서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현재는 이렇게 ‘기아대책’에서 8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아대책’ 회장으로서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생활은 단순히 교회 봉사를 열심히 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것, “행함과 진실함으로”(요 13:18)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평소 말하는 “성경 구절에 밑줄 긋지 말고 삶에 밑줄 긋는 인생을 살자”라는 의미입니다.
홍승현 : ‘기아대책’은 기독교계 NGO입니다. 후원자 그룹 대부분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원식 : 제가 ‘기아대책’에서 일하면서 보고 느낀 것 중 하나는 돕는 곳이 어디든 영적 빈곤이 해결되지 않으면 도와도 결국은 그냥 수명만 늘리는 것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떡과 복음을 함께 실어나르는 것을 핵심 가치로 구현하고 있는 ‘기아대책’ 사역은 너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기아대책’이 선교사들과 함께 해외 현장 사업을 하는 겁니다. 해외 현장에는 우리 직원이 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동역하는 선교사들이 한국인이든 현지인이든 직접 나가서 일하는 그런 조직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기아대책’의 목적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모든 형태의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고, 그 비전은 돕는 자들을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영적 빈곤에서 모두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회복된 사람만이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우리 ‘기아대책’의 후원자 그룹 95%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 그리스도인 후원자 그룹이 지지해 주고 있는 덕분에 ‘기아대책’은 현재 떡과 복음을 함께 전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홍승현 : ‘기아대책’은 아동을 핵심 섬김 대상으로 삼아오셨지요. 그 이유가 궁금하고요. 또 관련해서 그동안 섬겨오신 구호 활동 중 가장 값지게 평가하시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요.
유원식 : 모든 공동체의 시작과 기본은 가정이고, 아동이 모든 가정과 공동체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아대책’은 도움을 주는 가정과 교회가 제대로 변화되고 구성되려면 아동 결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기본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약 4만5천 명, 국내 약 3천 명의 취약 계층 아동을 결연으로 돕고 있는데요. 1명에 3만 원으로 결연하면 아동이 한 달 동안 점심 먹고 공부에 필요한 학용품을 사고, 기본적인 상비약 정도 예비할 수 있는 비용이 되거든요. 감사한 것은 우리가 벌써 30년 넘게 하다 보니까 그 아동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고 교육자가 되고 자기 마을에 돌아와서 수의사가 되어서 가축을 돌보고 하는 열매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 아동의 인생뿐 아니라 가정과 세상이 변화되는 열매를 거두게 된 것이지요. 또한 ‘기아대책’은 도와준 대상들이 자립한 후에는 ‘현지인에게 이양’이라는 출구전략을 또 하나의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아대책’이 그동안 섬겼던 가장 기억나는 일은 우간다 사업장 등 세계 곳곳에서 있던 일입니다. 약 10년간 자립을 이루게 돕고 그들을 통해 다시 더 낮은 곳으로 희망이 계속 전달되도록 했던 것이 가장 값진 사업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홍승현 : 한국교회의 선한 사마리아인 활동은 사회복지재단의 비율의 50% 상회하는 등 실제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수많은 섬김과 큰 성과가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상대 빈곤율은 OECD 평균 11.1%보다 높은 16.7%로서 37개국 중 4번째였습니다. 이 빈곤율이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유원식 : 한국은 이제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좀 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사회정서적, 심리적 지원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상황에 맞는 국가 차원의 제도 확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자면, 우리 ‘기아대책’은 지난 수년 동안 삼일교회(송태근 담임목사)와 함께 2년 전부터 노숙자 자립프로젝트인 ‘로로카페’를 숙대 앞에서 세워가는 일 같은 모델 개발에 힘써 왔고요.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로까지 연계되도록 하는 ‘커피 바리스타 인턴십 과정’ 등을 진행해 왔는데요. 노숙자들이 바리스타가 되고 매장에서 직접 일을 하고 1년 만에 흑자 운영이로 자립을 하게 되었는데, 이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동역의 사례가 여러 교회로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기아대책’은 이렇게 사회를 섬기는 일에 동참을 원하는 교회들을 다른 방식으로 돕기도 합니다. 즉 어떤 교회가 취약 계층 누구를 돕고자 할 때, 교회가 후원한 금액보다 더 많은 물품을 우리가 더 보태서 그 교회의 이름으로 지역사회와 사람들을 돕는 ‘희망상자 캠페인’도 해 왔었데요. 이것도 개인적으로 한국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기는 좋은 하나의 모델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홍승현 :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이 전하는 나그네, 고아, 과부 같은, 사회적 취약 구성원들을 더 적극적으로 섬기는,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 사명의 동참을 위해 어떤 초청의 말씀을 주시겠는지요?
유원식 : ‘기아대책’은 이와 관련해서 2022년부터 TF 팀을 구성해서, 나그네 사역 등 우리 시대 취약 계층을 돕는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한 체계적 준비를 많이 해 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선한 사마리아인 사역에 중점을 두고 일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희망 친구’의 의미는 바로 고아와 같이 버려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그들에게 예수님이 소망이 되어주셨듯이 우리 주변의 어려운 여러분들, 즉 나그네, 고아, 과부, 이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친구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기아대책’ 사업에 동참을 원하시는 많은 분이 함께 ‘희망 친구’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홍승현 : 일반 기업의 경영자와 성경의 복음을 기반으로 한 자선 NGO의 경영자 모두를 경험하신 분으로서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유원식 : 일반 기업은 이윤 창출로 목표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하지요. 반면에 NGO는 사명과 비전에 따른 ‘부르심’의 의미를 채우고 이루어가기 위해 모인 조직이기 때문에, 모든 사업과 행동에 ‘WHY’라는 물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일반 기업에서 영리를 위한 최고경영자로 일했기에, 자선 NGO인 ‘기아대책’에 와서는 이 새로운 생태에 적응하는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존재 목적의 차이에 따라 그에 걸맞는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기아대책’ 같은 자선 NGO를 통해서 일하고 계시고, 우리가 그 뜻대로 사용된다는 것은 해당 NGO의 경영인과 그리스도인으로서 참 감사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홍승현 : 그동안 ‘기아대책’을 섬겨오시면서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그리스도인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유원식 : 저는 ‘기아대책’ 직원들에게 이른바 ‘파이프라인 이론’을 늘 이야기합니다. 좋은 파이프라인의 조건이 있다는 것이지요. 첫째, INPUT과 OUTPUT이 같을 것. 둘째, 녹슬지 말아야 할 것. 셋째, 물이 새지 않을 것. 넷째, 가능한 짧을 것, 다섯째, 양방향의 통로일 것 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이자 파이프라인입니다. 저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도 모두 이렇게 하나님의 선한 통로이자 파이프라인임을 깨닫는다면 자기를 자랑하거나 내세움이 없이 오직 겸손히 일하고 섬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홍승현 : 지난 2월 23일, 회장님은 현재 세계 각처 기근 지역에서 구호와 인도적 활동을 하는 약 140여 개 NGO 단체로 구성된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제12대 회장으로도 선임되셨습니다. 앞으로 비전과 기도 제목이 있다면요.
유원식 : 저는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회장에 선임되면서 회복탄력성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갑작스럽게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이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저의 비전은 이에 따른 대응으로 정부와 국제사회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회원단체들 사이에 국제개발협력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면서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을 증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홍승현 :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청년들에 전하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원식 : 안쓰러운 마음입니다. 우리는 산업화 시대에 사실 대학만 졸업하면 직장은 다 자기가 골라서 갔거든요. 요즘은 청년들은 스펙도 다 좋은데 좋은 일자리 창출이 안 된다는 것이 정말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현재 청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성인이 되어서 제도적 도움을 계속 받기가 어렵고, 우리 사회 현실은 이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기아대책’도 ‘청년 도시락, 마음 하나’ 등 다양한 청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 청년들의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리의 최선의 노력입니다. 제가 여기서 청년들에게 “고생은 다 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것,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빌 4:6-7)로 하나님께 아뢰면서 그분과 동행하는 삶을 살라는 것, 마지막으로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조금 달리 생각하면 좋겠다는 말은 전하고 싶어요. 우리 청년들, 어쨌든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희망을 또다시 전하는 좋은 희망 친구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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