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은혜 은(恩), 새벽 서(曙), 나의 부모님은 새벽을 깨워 기도하는 예수님 닮은 은혜의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뜻을 담아 내 이름을 지으셨다. 자녀의 이름에 맞는 인생을 직접 삶으로 실천하신 부모님의 기도와 헌신 덕분에 나는 건강하고 안정된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고, 직장인이 된 지금은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여 타지에서 학업을 겸하고 있다. 이십 대 후반이 되어 돌아보니, 나의 육신과 영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짙다. 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인생이라 고백하기까지 하나님께서 어떻게 내 삶에서 일하셨는지 곱씹어 본다.
눈물로 하나님을 만난 청소년기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시절에는 세상에서의 성공을 삶의 목적으로 삼았던 것 같다. 남보다 좋은 스펙, 외모, 이성 친구 등을 추구하며 말이다. 그렇게 하나님보다 우선시하는 모든 것들이 우상인줄도 모르고 방황하던 시기를 보내다가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어느 날, 행정학을 전공한 이력을 가지고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몰라서 대학가 카페 창가에 앉아 나지막이 하나님을 불러보았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대전에 있는 연구단지를 떠올리게 하셨고, 그곳에 가서 연구자들이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연구를 잘 감당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해보라는 마음을 주셨다.
연고도 없는 땅, 대전의 ‘한국연구재단’에서 5개월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본가가 있는 지역에 와서 본격적인 직장을 잡으려는데, 반복되는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나의 상황은 바닥이었으나, 하나님은 기도에 응답하셨다.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사무원으로 부르신 것이다. 그러나 취업난에 일자리를 허락하신 것에 감사할 틈도 없이 나의 우울과 공황장애 증상은 더욱 심해졌고, 그때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새로남교회로 향했다. 교회는 여름 ‘성경정독대회’ 중이었고 나는 그 대열에 참여해 매일 밤마다 말씀을 읽었다.
말씀을 읽는 내내 눈물과 콧물을 쏟으며 오열했다.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나를 위해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시고 구원하셨다는 사실이 스물다섯 살이 되어서야 제대로 믿어진 것이다. 약 두 달을 말씀과 가까이 보내자, 사망의 굴레에 있던 내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을 내 것으로 고백하며 서서히 회복될 수 있었다. 나를 살리신 은혜에 감사하고 감격하자 들에 핀 꽃과 나무, 구름과 별이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는 듯했다. 그 이후로 나는 새로남교회 대학1부 공동체에 녹아들어 찬송과 사랑이 흘러넘치는 사람으로 180도 변화되었다.
새로남교회 제자훈련과 순장 사역을 통해 한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놀라우신지 알게 되었고, 2022년에는 충남대학교 정책대학원 석사과정 입학과 동시에 ‘마을장’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약 50명의 ‘마을원’을 품고 기도하며 사역, 직장, 학업 3박자를 잘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 덕에 하나님을 더 찾을 수 있었다. 대학원 과제 하나를 수행하더라도 그 주제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주시는 지혜로 작성하였고, 매일 출근 후에는 큐티로 하루를 시작하고 수요예배와 금요기도회의 자리를 지켰다.
이렇듯 예배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삶을 살게 하신 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명백한 은혜다. 지금도 가끔 내 힘으로 무엇인가를 혼자 해내려 할 때면 금방 지치고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러나 예수님 안에서 치유된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나 같지 않다. 고린도전서 10장 31절 말씀처럼 “무엇을 먹고 마시고 하든지 간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려 한다. 현재 충남대학교에서 과학기술정책 석사과정 3학기로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하나님께서 모든 지식과 학문 위에 계심을 느낀다. 그 크고 위대하신 주님이 나의 아버지 되심은 그 어떤 일보다 달콤하다.
앞으로 즐거운 배움 속에서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지기를 소망한다. 매 순간 삶의 자리에서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성실과 정직으로 살도록 하나님께서 힘주시기를 바란다. 또한 교회를 넘어 직장의 선교사로 쓰임받고 싶다. 비록 지금은 직장에서 나의 연약함을 마주하며, 믿지 않는 자들에게 복음 전하기를 주저할 때가 있지만, 내가 속한 교회와 직장, 대전과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나의 목소리를 주님께서 귀히 여기시길 바라며, 내 인생을 통해 일하실 하나님을 기대한다. Soli Deo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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