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르포 한국 현실
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기준에 ‘지수’(index number)라는 게 있다.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지수는 코스피지수, 다우지수, 수출입지수, 소비자 물가지수, 고용지수, 실업지수 등 경제 뉴스와 관련이 많아 보인다. 지수는 통계에서 산출되는데 한 영역을 측정하는 수치를 말한다. 이런 경우 지수는 상당히 물리적이며 산술적인 방법으로 대상을 이해하게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삶의 질을 평가할 때 ‘행복지수’라는 용어를 쓴다.
행복지수로 한국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충격적이다. OECD 국가 중 하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무역교역량이나 무역지수는 세계 10위 안에 들지만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물질적 풍요가 행복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술, 담배 소비는 엄청나다. 그 지수가 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으니 생존 경쟁, 무한 경쟁이 일상이 된 나라의 어두운 단면이라 하겠다. ‘극단적 선택’이라 포장된 자살률 또한 낮지 않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어떤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행복지수는 그야말로 부끄럽고 안타깝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성장과 교육에 필요불가결한 공간임에도 그곳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하니, 근본적 대안과 해결을 더 미루어서는 안되겠다.
행복지수와 주거 환경
우리나라 인구 문제는 시급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인구 단절이 그야말로 가시화 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 학력 인구 감소, 청년층의 사회 유입과 노동인구 부족 등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출산율 저하는 청년층의 결혼 문제와 직결된다. 청년층의 결혼이 점점 늦어지고, 미혼율이 늘어나는 추세이니 결과는 불을 보듯 명확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주거 문제는 결혼에도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은 무주택자들을 더욱 난감하게 만들고, 젊은 층에게 ‘내집 마련’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려 한동안 ‘영끌’ 집 구매가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고금리로 인하여 이자 갚기에 다시 궁핍하게 살지 않을 수 없으니 이래저래 행복지수는 요원한 일이 되어버린 것일까?
여기에다가 사회의 불안은 한 가지 더 있으니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는 ‘정부를 믿어달라’고 하지만 시시때때로 변하는 임기응변식 정책으로 부동산전문가들도 어리둥절할 정도이다. 집이나 땅은 한국 사회에서 돈버는 묘수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니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구멍이 숭숭 뚫린 집 관련 계약에 그만 낭패를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세 사기다.
블랙 코미디 <홈리스>
어떤 사람이 악한 생각으로 전세금을 갖고 도망친다. 전세 사기, 평범하게 살아가던 세입자를 한순간에 거리로 나앉게 만드는 고의적 범죄, 사회적 범행이다. 죄질이 매우 나쁜 경우다. 영화 <홈리스>(임승현 감독, 2022)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룬다. 당사자들의 희생이 얼마나 처절하게 진행되는지 고발한다.
여기 젊은 부부가 있다.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아 갓난아기를 데리고 찜질방을 전전한다. 이들은 얼마 전 바로 전세 사기를 당했다. 집주인이라는 자가 전세금을 탕진해 버리고 잠수를 탄 것이다. 다른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그만 ‘주거 난민’이 되어버렸다. 젊은 부부는 집주인을 수소문해 가며 찾아다니고, 경찰에도 신고한 상태. 그러나 수배는 쉽지 않다. 젊은 부부는 생활을 위해 택배도 하고, 전단지도 붙이고 할수 있는 일은 다한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꿋꿋이 처한 상황을 이겨보려 하지만 갈등은 어쩔 수 없다.
그러던 중 택배하던 남편이 넓은 집을 구했다며 들어가 살자고 한다. 집주인 할머니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잠시 봐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전등을 달러 의자 위에 올라갔다 사고로 숨진 상태였고, 이 부부는 당황한 나머지, 또는 집 없는 설움이 얼마나 컸던지 정원에 시신을 파묻고 불안감 속에 그 집에 눌러앉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그들은 ‘자신의 집’에서 오랜만에 여유를 누린다. 아침을 먹는다. 햇살이 비춘다. 언제 이 사건이 탄로될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이 집은 젊은 부부에게 ‘내 집’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웃사이더와 공정 사회
영화는 젊은 부부가 전세 사기에 당해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많은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갖고 잠적해 버리는 범죄 행각에 그만 집도, 돈도 잃어버린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적지 않게 들린다. 당당히 자신의 삶을 영위해 가다 한순간 아웃사이더로 밀려버리는 이런 상황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 여기서 다시 묻는다. 정의로운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가? 평균 지수의 환경을 보장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 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복지 사회가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사회의 목표인가? 정의가 인간 안에 내재해 있는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특정 분야에서 ‘지수’의 척도가 높은 사회는 아니다. 지수는 온전한 사회를 만드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사랑과 공의로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 이 땅에 점진적으로 완성되어가는 그 하나님 나라가 비전이 되어갈 때, 사회는 정화되고, ‘홈리스’를 둘러싼 복합적인 사회문제도 해결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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