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요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그룹에서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주장한 ‘특이점(Singularity)’의 도래가 언제 올지 모르겠다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인류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피력하고 있다. 이런 특이점 논쟁의 배경에는 ChatGPT가 있다. ChatGPT는 OpenAI 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인데, 작년(2022년)말 11월에 공개된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이다. ChatGPT의 목적은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며, 대화를 위해 말(글)을 생성(Generative)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사전에 학습된(Pre-trained)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며,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단어 사이의 관계를 확률적으로 계산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적용된 모델이다. 사람과의 대화를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검증해 주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에 대한 논문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논문 제목과 저자명이 들어간 레퍼런스를 제안해 준다. 그럴듯한 논문 제목이 나열되지만 그중 일부는 세상에 없는 논문이다. 논문 제목과 저자까지 생성해 주는 것이다.
ChatGPT가 이렇게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그동안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인공지능 모델을 일반인도 누구나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출시되었던 다른 서비스들과 비교해보면 그 속도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여러 서비스의 백만 사용자 수 달성을 비교해보면 넷플릭스는 3.5년, 인스타그램은 2.5개월 걸린 시간을 ChatGPT는 5일 만에 달성했다. 출시 2달 지난 시점에는 1억 명을 돌파했다. 일반인도 누구나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으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OpenAI에서 제시한 교육자를 위한 가이드 문서에서는 수업설계, 교수학습자료 개발, 퀴즈 및 과제출제, 학생들의 결과물 평가 등에 활용 가능하다고 제안한다. 이때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인공지능 윤리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필자도 실제 학부 수업에서 학생들과 활용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ChatGPT에게 입력하고 비평해달라고 하거나 더 나은 대안을 묻거나 내용을 요약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ChatGPT를 사용해보고 장단점을 파악하여 제대로 방법을 익힐 수 있다. ChatGPT는 양날의 검과 같다. 잘 사용하면 사용자의 지식을 증강시켜 주기도 하고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거짓을 전파하거나 표절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유네스코에서 발간한 챗GPT 사용 보고서**에는 세 가지 단계가 나온다. 이해(Understand)-결정(Decide)-모니터(Monitor)이다. 챗GPT의 특징을 이해하고 장단점 및 사용목적을 제대로 파악한 후, 어디에 얼만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결과물과 형평성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챗GPT를 막연하게 기대하고 사용하거나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고 권고한다.
그렇다면 ChatGPT는 신앙생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난달에 열린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총동창회 세미나에서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ChatGPT 사용법을 강의했다. 당시 ChatGPT로 설교문을 작성하는 방법을 안내했는데, 많은 목회자들이 놀라워했다. 최근에는 교리 상담도 해주고 기도문까지 작성해주는 askjesus 사이트(https://www.askjesus.me)까지 등장했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입력하면 소요리 문답 1문1답의 내용과 유사한 답변과 관련 성경구절을 설명해 준다. 마지막에는 기도문까지 작성해서 제시해 준다. 신앙상담도 해주는 것이다.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ChatGPT를 신앙생활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부분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리가 믿는 신앙은 하나님과 성경에 근거한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삶의 모든 기준점을 성경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자는 장로교단의 성도로 개혁신앙의 체계를 세워주는 교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표적인 교리가 소요리 문답인데, 소요리 문답에 제시된 몇 가지 교리를 물어보면 맞는 답을 주기도 하고, 틀린 답을 주기도 한다. 유네스코 가이드 문서에 의하면 ChatGPT를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정확한 답이 필요한가이다. 신앙은 정확한 답이 필요하다. 모호하거나 조금이라도 어긋난 답을 주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방향성을 가지면 이단이 되기도 한다. 신앙은 진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 입장에서 구원의 방법을 물어보면, ChatGPT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답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선행을 통해서도 구원 받을 수 있다고 답하기도 한다. 이렇게 진리인 듯 하지만 진리가 아닌 내용도 교묘하게 섞여 있다. ChatGPT는 진리를 찾아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지식과 세계관을 그대로 학습했기 때문에 예수님만이 구원의 통로라고 답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기독교인은 ChatGPT를 사용할 때 분별력 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믿는 성경과 교리에 부합하는지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신앙의 행위와 태도가 어디에 근거하고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원래 신앙생활은 어떤 매개체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하나님과의 1:1 소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인생의 문제와 고난이 닥칠 때, ChatGPT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나아가 우리 마음을 쏟아놓고 기도해야 하는 것이 성도의 자세이다. ChatGPT가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 ChatGPT는 대용량 텍스트에서 언어의 이해능력과 지식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거대언어모델(LL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UNESCO (2023). ChatGP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in higher education Quick Start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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