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인간은 이미 AI(인공지능)와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특별히 지난 2022년 11월 GPT-3의 등장, 그다음으로 GPT-3.5에 이은 2023년 3월 14일 GPT-4의 등장은 그 내용과 발전 속도에 많은 전문가조차 크게 당황스럽게 만든 문명사적 전환기가 도래한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인공지능 발전이 실제 세상에서 초래하고 있는 전방위적 변화와 도전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하고 맞이하는 것이 좋을지, 그리스도인이자 한국의 1세대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IBM 왓슨 연구소,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에서 관련 산업 현장에서 활동해 오신 이호수 박사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함께 혜안을 나누고자 한다.]
- 일시 : 2023년 5월 11일(목) 오후 2시 30분
- 장소 : 스터디 카페 ‘와우’(사당역 부근 소재)
- 인터뷰어 : 고의천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석사과정)
- 사진 & 정리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고의천 : 박사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1세대 AI 전문가이십니다. AI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 IBM 왓슨 연구소,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에서 관련 현장의 최고 전문가로 오랫동안 일하셨지요. AI를 전공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이호수 : 1970년대 말 한국의 어느 연구소에 근무할 당시 이미지 패턴인식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AI의 한 분야였지요. 1980년대 초 미국 노스웨스턴대 컴퓨터공학부 박사 과정에 유학 가서도 자연스럽게 AI 연구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난 후, 미국 뉴욕에 있는 IBM 왓슨 연구소에 들어가 지식기반 시스템 등 본격적인 AI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고의천 : 박사님은 최근 <비즈니스 전략을 위한 AI 인사이트>(2022)라는 책도 발간하셨지요. 전문가의 내공이 풍성히 담긴 내용이라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시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지요?
이호수 : 책에서 강조한 것은 AI를 현실 문제에 적용하여 가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AI가 업무를 분담하여 협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실 비즈니스 문제에 적용하여 성공한 사례는 모두 ‘협업 AI’에 의한 것이지요. 현재 관심을 끌고 있는 ChatGPT는 대규모 신경망을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로 학습시켰습니다. 하지만 ChatGPT의 개발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것 역시 제대로 된 가치를 도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관여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GPT-3.5에 대화 챗봇 기능을 더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만든 ‘질문 & 답변’ 쌍을 이용해 SFT(Supervised Fine Tuning, 지도학습미세조정) 과정을 수행했습니다. 또 단일 프롬프트가 도출하는 여러 출력 텍스트 중에서 어떤 텍스트가 좋은지 사람들이 보고 선호하는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는 RM(Reward Model, 보상모델) 과정도 수행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ChatGPT를 사용하여 좋은 출력 텍스트를 내려면 사용자가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것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하는데요. AI가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시어를 적합하게 내려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AI 역량을 이용해 기대하는 가치를 제대로 생성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인공지능이 협력하는 ‘협력 AI’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의천 : 책에서 박사님은 우리가 알파고 같은 좁은 AI를 잘 사용할 것을 제안하셨지만, 사람과 같은 능력을 갖춘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인공지능)의 출현 가능성은 단호히 부정하셨습니다. 비즈니스 마케팅의 과대광고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을 하셨지요.
이호수 : 사실 AGI를 주장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다만 미디어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관련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확대 재생산해서 눈에 띌 뿐입니다. AGI을 주장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첫째는 오피니언 리더, 사회 저명인사 등 자기의 존재를 나타내고자 하는 사람과 미디어입니다. 둘째는 마케팅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지요. 즉 과대광고를 통해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과 기대를 계속 가지도록 하여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가치를 계속 높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과 같은 ‘빅테크’(Big Tech) 기업의 경영층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표적인 예이지요. 그리고 최근에는 ChatGPT가 나오면서 이것을 AGI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AI 전문가도 그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이러한 주장들은 AI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흥미로운 것은 ChatGPT에게 “당신은 AGI인가?”라고 물어보면 자기는 AGI가 아니라고 확실히 말합니다. AI 자연어 분야의 대가 촘스키(Noam Chomsky)는 ChatGPT가 AGI에 근접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 ‘ChatGPT의 거짓 약속’(The False Promise of ChatGPT, 2023.3.8)에서 “기계가 인간의 뇌를 추월하는 날은 아직 동도 트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의천 : 최근 ‘Open AI’가 출시한 GPT-4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별히 텍스트 위주였던 이전 ChatGPT-3와 달리, 이미지와도 연동된 ‘멀티모달’(Multimodal) 능력이 있고 여러 측면에서 그 빠른 발전 속도가 인상적입니다. 미국의 의사면허, 변호사, 공인회계사, SAT 시험 등에서도 합격자 상위 10% 이내 성적으로 통과하기도 했지요. 박사님은 어떻게 평가하시겠는지요?
이호수 : 저도 GPT-4가 미국의 의사면허, 변호사, 공인회계사, SAT 시험을 합격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잠시 놀랬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GPT-4가 이것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알기 때문에 그 놀라움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도 잠시 놀랐지만, 알파고의 작동 원리를 알았기 때문에 그 놀라움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생성형 AI'와 관련해서 이와 유사한 일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고의천 : GPT-4의 출현은 예술 창작의 영역과 교육계는 물론 교계에서 표절과 지적 재산권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실제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고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호수 : 저는 창작과 교육의 영역에서 표절 및 지적 재산권 문제가 논점이 되어 불거져 나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AI의 실체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AI의 본질과 역량 그리고 한계를 제대로 알면 이 문제는 쉽게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지적 재산권 문제는 어렵지 않게 사회적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지적 재산권 문제는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것보다는, ‘생성형 AI’를 훈련하기 위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논점이 더 심각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콘텐츠 트레이딩’을 하는 미국의 ‘게티이미지’(Getty Images)는 영국의 ‘스테빌리티 AI’(Stability AI)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게티이미지 소유의 이미지 수백만 개를 AI 학습에 사용했다면서 이 회사를 상대로 지적 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표절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제점이 수렴되어 용인할 수 있는 정도를 정하는 등 서서히, 그리고 자연적으로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의천 : 박사님, 그리스도인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최근 GPT-4로 상징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바람직한 인식과 소화의 방향에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이호수 : 최근 출시된 GPT-4는 개인, 비즈니스, 교육 등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이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를 잘 배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보조 도구로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배울 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조금도 불안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의천 : 지난 2023년 2월 10~11일 기독교학문연구회 후원으로 ‘그리스도인 인공지능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주제로 서울대에서 '제4회 기독대학원생독서콘서트'가 개최된 바 있습니다. 이 콘서트 이후 시작된 참여 대학원생들의 <GPT 관련 한국 교회를 위한 가이드북>이라는 자료집 제작 준비에도 박사님께서는 도움을 주시고 계십니다. 이러한 청년들의 시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호수 : 개인적으로 저는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할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열린 자세로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지금보다 더 개선된 방법으로 전도(선교)하고 투명하게 교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어떤 해법이 나오면 이 해법을 우리의 교회, 교단, 단체 등과 협력하여 힘을 합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이 아직은 별로 보이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신선한 사고가 활발한 대학생, 대학원생 시절에 이렇게 청년들이 고민과 경험을 쌓아가면서 신앙과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은 장차 한국 교회와 사회와 국가에 필요한 리더십으로 성장해 가는데 중요한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고의천 : 박사님은 그리스도인 AI 전문가로서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이 현재 현실로 직면하고 있는 AI, 특별히 GPT-4 등이 촉발한 윤리적 위기와 문명사적 전환기의 한복판에서 어떤 인식과 방향으로 안내를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호수 : 저는 GPT-4 등이 인류가 이룬 놀랄만한 업적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여러 의미에서 이것 때문에 위기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이면에는 일자리가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러한 현상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특히 산업혁명 시기에 있었던 현상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에서는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생성형 AI’로 인한 인건비 절감과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이며, 연간 세계 GDP를 7%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ChatGPT로 인해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했지만, 특정 기업의 기술 독점, 노동시장 붕괴, 생산성 폭증 등 갖가지 예측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AI로 생겨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우려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성별, 인종, 종교, 인권, 폭력 등에 관련된 차별 및 윤리적 문제는 예전부터 지적되어 왔습니다. 사회 여러 단체에서 이에 관한 지침도 발표하고는 했지요. 근본적인 문제는 개인이나 교회 가릴 것 없이 AI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 근본적 이유가 AI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AI의 본질과 역량 그리고 한계를 알면 이러한 문제는 쉽게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고의천 : 그리스도인 AI 전문가이신 박사님께서 앞으로의 어떤 관련 활동 계획과 비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호수 :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기술을 저도 기회가 닿는 대로 더 배울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스타트업 조언, 집필, 강연 등을 할 것 같습니다.
고의천 : 마지막으로 AI와 공존하는 우리 시대 그리스도인 청년들에 전하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호수 : 새롭고 획기적인 기술이 발명될 때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이 현상은 모든 산업혁명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를 들면, 증기기관,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등입니다. 그것들이 발명되었을 당시에도 엄청난 파문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우리가 이를 잘 이용하면 우리에게 언제나 매우 유익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출시된 ChatGPT는 그 결과가 인간의 언어 텍스트로 생성되므로 이전에 나왔던 다른 기술과 비교할 때, 우리 개인, 비즈니스, 교육 등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생성형 AI’ 기술에 관한 불안이나 두려움은 가지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AI의 본질과 역량 그리고 한계를 알면 이러한 문제는 쉽게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청년들이 개인과 회사, 그리스도인 공동체 모두에서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잘 배워서 여러 방면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실력 있는 도우미를 둔 것과 같은 생활을 풍성히 영위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이를 아주 좋은 기회로 삼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각자가 보유한 지식의 양과 질을 높여가시고 뜻하는 바를 더 쉽게 이루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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