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32세에 잘 다니던 대기업 회사를 그만두고 ‘항공기 조종사 훈련’(Pilot Training)을 받기로 결심했다. 이때는 미처 몰랐다. 모든 것이 탄탄대로를 달릴 것 같았다. 항공사 선(先) 선발 후(後) 교육 제도 속에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 4개의 자격증만 따고 시간을 채우고 나면 항공사에 취업하여 전세계를 날아다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항공기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에 합격한 이후에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극동방송을 듣고 있었다. 입소까지 며칠의 시간이 있었기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묻고 있었는데 칼럼을 통해 인생의 중요한 스텝마다 안양에 갈멜산 기도원으로 향하셨다는 한 믿음의 선진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래~ 이거야!”라는 심정으로 두근거림과 기대함으로 기도원을 향했다. 본가가 있는 안양에는 갈멜산 금식기도원이 있었고 혼자 가보는 모험을 감행해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 이모들과 작은 방에 모여서 무릎을 꿇고 둘러앉아 보혈 찬송을 실컷 부르며 부르짖어 기도하고 방언으로 기도하던 기억들이 있어 기도원이 어색하지 않았다. 먹지 못해 배고프긴 했지만, 집회에 참석해 기도하며 내 혼과 육은 죽이고 영을 살리는 그런 시간이었다.
코로나19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병되었을 시기 미국에 있어서 거기서 끝일 줄 알았다. 그러나 첫 번째 자격증인 ‘자가용 조종사’(Private Pilot) 자격증을 취득한 4월쯤에는 미국에도 주(State)별로 정책에 따라 봉쇄조치가 실행되었다. 미국에서 ‘항공기 조종사 훈련’을 받을 당시 방이 3개인 숙소에서 7명의 동료와 함께 살았는데, 베란다 한쪽 구석의 창고는 나의 ‘워룸’(War Room)이었다. 매우 어두컴컴하고 비좁아 작은 낚시 의자 하나 놓을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아늑한 기도의 공간이 되어주었다. 모든 것이 불안한 상황이었으나 유기성 목사님의 한 시간 기도운동을 틀어놓고 홀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시차를 극복하며 아침저녁으로 지금의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몸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모든 것이 뒤바뀌어 있었다. 나를 지켜줄 것처럼 느껴졌던 선(先) 선발 후(後) 교육 제도는 항공사 사정으로 취소되었다. 코로나19라는 큰 파도 속에 그 파도를 타지 못하고 그 속에 잠겨버렸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면서 기도했다. 시간을 정하고 21일 동안 기도하기로 했다. 나는 친인척 중에 목회자가 많았다. 이모부의 애정어린 권유로 이전부터 마음에 있었던 신학대학원을 지원했고 합격했지만 결국에는 등록금을 내지 않았고 그 길을 내려놓았다. 지금도 뚜렷이 알진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계획이 있어 부르시는 때에 순종하고 나아가고 싶다.
이후 나는 다시금 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자가용 항공 조종사’(Private pilot)에서 이제는 ‘그리스도 우리 조종사’(Christ Our pilot)의 마음을 가지고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을 당시 기숙사 방에서 홀로 울며 박사과정을 하고 싶다고 기도했던 것이 “마침내 응답되었네!”라고 생각한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항공 조종사 훈련 기간 당시 소개받았던 아내와 결혼 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고 쉽게 끊어지지 않는 삼겹줄이 되라고 ‘장하다’ 군을 자녀로 선물해 주셨다. 하나님의 다스림 속에서 삶으로 살아내는 믿음을 보이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어주게 되었다.
청년의 시기, 진로를 놓고 많이 고민했다. 그 시기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다렸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뭐든지 물으면 답해주는 ChatGPT의 시대에 각자의 신앙고백 위에 우리의 ChatGPT인 성령 하나님과 동행하며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기 원한다. 개인주의가 심화된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는 말씀을 여전히 신뢰하며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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