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약 10년 전 책을 읽다가 만난 “Life is C(choice) between B(birth) and D(death).”라는 말이 있다. ‘태어남’(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는 ‘선택’(Choice)이 있으며,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모태신앙이었던 내가 하나님을 만나고 난 이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 명제를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녀독남으로 자랐던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결정하는 일이 많았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나는, 20대 초반이 될 때까지 이상하게 삶에서 장애물을 느끼지 못했다. 모든 일이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채워지는 그런 삶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 삶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일이 나타났다. 내가 생각하고 바랐던 모든 것이 틀어지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선택’이라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아주 큰 장애물을 마주쳤다. 이후 내 삶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수없이 찾아왔다. 나는 그때부터 선택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으며, “Life is C(choice) between B(birth) and D(death).”라는 문장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이 말처럼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오늘은 어떤 방법으로 출근할지, 오늘의 업무는 어떤 순서로 처리할지, 또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사람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등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까지 다 선택해야 한다. 아마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렇게 선택해야 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또 다른 선택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무엇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택인가?”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무엇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택인지 어린아이가 보더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것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 같고, 저것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 같은 선택이 있다. 수없이 기도하고, 성경을 보며, 고민해도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는 그 순간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나에게 있었던 경험을 말해보자면, 대학교 졸업 이후 진로의 문제였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동안 나름대로 했던 내 신앙생활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기도하며 선택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선택의 결과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실패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 일로 인해서 나는 몇 년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그때 그렇게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자괴감과 “내가 했던 선택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나?”라는 의문이 계속 나를 괴롭혔으며, 이 일을 핑계로 무계획적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때의 선택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음을 알아차렸고, 그 모든 순간에 하나님이 함께하셨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은 내가 어떠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도,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할 때도, 그리고 내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든 순간에도 나와 함께 계셨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내 선택을 존중해주셨으며, 내가 생각했던 길보다 더 최선의 길로 나를 인도하셨다. 20대 초반부터 이와 같은 고민을 했던 나는 어느새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으며, 현재 사교육혁신교육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교육철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내 삶에서 선택해야 할 일들은 수없이 남아 있고, 지금도 그 일을 위해 여전히 고민하며 기도 중이다. 무엇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택인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말한 ‘선택’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찾아올 선택의 순간을 위해 말씀과 기도로 살아야 하며, 무엇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택인지 알기 위해 항상 기도하고 말씀을 읽어야 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신앙의 모습이다. 나를 포함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삶의 모든 선택의 순간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선택의 어려움을 기억하고, 무엇이 하나님을 위한 선택인지 반드시 고민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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