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에 대하여
<2084 :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 존 레녹스 저 / 이우진 옮김 / 한국장로교출판사 / 2021
ChatGPT가 인공지능 관련 기술자 또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대중들에게도 열광을 받으며 그들의 일상에서 혁신을 도모하듯이, <2084 :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는 과학에 대한 보편적인 지식수준을 가진 독자들을 대상으로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서 인공지능의 현주소와 잠재적 미래에 대해 조명한다. 저자인 존 레녹스(John Lennox)는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과학 철학 펠로우 및 옥스퍼드 그린 템플턴 칼리지의 목회 고문으로서 과학, 철학, 신학의 접점에 대해 신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와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와 공개적으로 토론하기도 하며, 수학, 과학 철학, 기독교의 지적 방어에 대해 광범위하게 강의하고 있다.
1장 ‘새로운 영역에 대한 탐구’부터 13장 ‘종말의 그날’까지 총 13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에서 비추어 봤을 때 우리의 미래는 과연 희망적인지 살펴본다. 저자는 ‘전뇌 에뮬레이션’이나 사이보그 및 인체냉동보존술 등을 비롯하여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상태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가능성을 탐구하는 ‘트랜스휴머니즘’, 초인간과 초지능 생산을 목표로 AI 또는 IA(Intelligence Amplification, 지능 증강) 차원에서의 인공 생명체 생산까지 포함하는 ‘인간 업그레이드’의 개념을 소개한다. 다음으로 기술이 주는 혜택과 더불어 기술이 초래할 위험과 윤리적 문제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며, 각 분야에서의 AI 기술 발전 동향과 이로 인한 실직의 위협, 빅데이터 기반의 감시 자본주의와 감시 공산주의, 그리고 무기의 자동화를 비롯한 군의 AI 활용 현황을 언급한다.
나아가, 저자는 인공지능을 통한 인간 업그레이드와 AGI(범용인공지능)를 자세히 다루면서 이런 발전의 가치와 의의에 대한 성경의 설명으로부터 인간이라는 존재와 도덕 관념의 기원을 되짚어본다. 그는 <호모 데우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Yuval Harari)의 주장들은 죽음을 피하고 싶은 사람의 욕망과 맞닿아 있고, 거기에 어떤 진실이 담겨 있다 한들 개발도상국들보다는 부유한 서구 사회에 더 적합해 보이며, 심지어 동의하기 어려운 도덕적 낙관까지 담겨있다고 밝힌다. 또한, 저자는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학자들은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에 비해 AI의 잠재력에 대해 말을 아낀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MIT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의 저서 <라이프 3.0> 속에 등장하는 AI 시스템 ‘프로메테우스’의 세계 정복 시나리오를 인용하여, 초지능이나 AGI가 어떤 세계관에 기초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레녹스는 인공지능의 시대에서도 요한계시록의 성경적 예언이 성취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매우 설득력 있게 펼치면서,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나 오늘날 첨단 컴퓨터 기술이라는 언어로 덧입혀진 초지능과 신성한 존재의 창조에 대한 탐구, 즉 진정한 호모 데우스는 과연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한다. 그는 AGI가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거나 합의는 아직까지 거의 없어 보이는 데에 반해,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인 동시에 하나님’(Homo + Deus)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명시한다. 요한복음에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1:14)라는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듯이, 신이 되기 위한 인간의 불확실한 탐구는 정반대에서 흐르는 진실한 서사, 즉 이미 하나님이 인간이 됐다는 놀라운 서사로 인해 보잘것없는 그 무언가로 사그라질 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로서 “과학과 기독교가 훌륭한 이성의 동반자인 반면, 과학과 무신론은 그렇지 않다”라는 저자의 확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과학은 일정 수준에서 물질세계와 인간의 정신 사이의 관계를 가정하고 연구하는데, 이를 믿지 않는다면 과학자는 어떤 연구도 할 수 없기에, 어떠한 인과 관계도 무시한 채 확률이나 우연에 의한 기원만을 가정하는 무신론으로부터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단언한다. 이 단언은 과학과 신앙 간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하는 패러다임들에 대한 답변으로서 상당히 명쾌하게 다가왔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지 계속해서 인식하는 한 AI가 우리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없을 것이며 어떤 기계도 피조물로서의 인간의 존재적 유일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라는 중국의 대표적인 AI 개척자 중 한 사람, 카이푸리(Kai-Fu Lee) 박사의 인터뷰에도 크게 동감한다.
하나님처럼 되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에 기인한 호모 데우스 프로젝트는 신성을 빼앗으려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진정한 호모 데우스인 예수 그리스도는 빼앗지 않고 오히려 사람과 같이 되어 종의 모습으로 자기를 낮추셨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저자의 결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죄악 문제를 우회하면서 영광스러운 미래로 나아갈 길은 어디에도 없음은 분명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십자가에서 인간의 죄악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며 실현 가능한 유일한 해결책을 제시했고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를 높이 평가하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 책은 전문적인 과학적 배경 혹은 신학적 배경 없이도 인공지능의 잠재력과 이를 기반으로 초지능을 향한 도약을 꿈꾸는 현시대의 패러다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에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고, 이에 대해 한 학기 동안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심오하게 바라보며 함께 토론할 수 있었던 카이스트 동아리 RACS 가족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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