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오라 우리가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기술의 불안한 미래> / 에그버트 스휴르만 저 / 최용준, 손화철 역 / 비아토르 / 2019.
나의 경영학 분야 최근 연구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들이 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들을 보면서 오늘날 카페, 식당 등에서 볼 수 있는 AI가 탑재된 서비스 로봇의 소비자 수용에 관한 것이었다. 로봇의 외모가 사람을 닮은 정도를 ‘의인화’라고 한다. 이 ‘의인화’ 수준이 높아질 때 소비자가 느끼는 친밀감은 증가한다. 반대로 이 로봇이 사람을 매우 많이 닮아 갈 경우, 소비자는 오히려 ‘소름끼침’을 느끼면서 그 호감도가 계곡과 같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현상을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라고 한다. 연구 결과는 동일현상에 대하여 소비자의 저항과 인간 정체성 위협이 증가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언캐니 밸리’ 현상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로봇,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때 허용하신 일정 수준까지 활용하도록 하지만, 어느 수준을 벗어날 때는 오히려 사람이 본능적으로 기괴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바로 “개발을 막으시는 하나님의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는 백성을 위하여 주위에 경계를 정하고 이르기를 너희는 삼가 산에 오르거나 그 경계를 침범하지 말지니 산을 침범하는 자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것이라.”(출 19:12).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길 때 인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AI가 앞으로 인간의 직업들을 대체하고, 특이점(Singularity)을 지나 인류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주었는데, 이제 마침내 최근 인공지능 기술은 학습 파라미터가 100개조에 해당하는 초거대 생성형 AI인 ChatGPT에 도달하면서 다시 한번 인류에게 큰 우려를 주고 있다.
<기술의 불안한 미래>는 네델란드의 저명한 기술철학자이자 상원의원인 에그버트 스휴르만(Egbert Schuurman)의 저서이다. 이 책은 과학 기술이 세계 역사의 지배적인 힘이 된 이 시대에 그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이며 오늘날 과학과 기술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전체적으로 기술 철학적 조망을 하며 통찰력 있게 새로운 대안적 패러다임을 역설하고 있다. 최근 AI 연구 대부로 꼽히는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교수는 AI의 위험성을 몸소 알리기 위해서 10년 이상 몸담았던 구글을 떠났다. 그는 AI 기술이 적용된 ‘킬러 로봇’이 현실이 되는 날을 두려워했으며 1972년부터 평생을 바친 연구를 후회한다고까지 하였다. 그는 이미 AI가 일부 기능에서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면서, 구글, MS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제재를 위해 국제적인 AI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Open AI의 공동 창업자였던 일론 머스크(Elon Musk) 역시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AI 개발에 규제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오늘날 AI의 기술적 적용은 과거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시스템이 되었다. 따라서 전통적 인간주의 윤리인 칸트의 의무론적 접근과 밀(Mill)의 목적론적 접근은 오늘날의 복잡한 기술적 현상을 다루기에 부적절하며 완전히 새로운 윤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는 대안 윤리로서 응답을 지향하는 ‘책임 윤리’를 제안해 본다. 이 ‘책임 윤리’는 기술의 행위자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윤리이다.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기술의 시대에 청지기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것을 요구받는다. 우리는 지구를 하나님이 맡겨주신 동산으로 보고, 전 세계적 교제가 거할 처소로 만드는 비전으로 나아갈 때 인간 자신의 문화적 행위에 있어 자기 중심성을 부인하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부름받은 존재로서의 사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기술과 관련된 영역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 비전을 이루어가도록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부름을 받았기에 이 위대한 현존 앞에 선 자로서의 공통 책임이 있다. 이때 우리의 기술적 동기는 생명과 사회를 살리는 것이 되어야 하며, 기술의 노예가 아니라 기술의 통제자로 남을 수 있어야 하겠다. 또한 우리는 사회의 기술화는 정치적 활동을 통해 중지시킬 방도를 찾아야 하고, 이 새로운 방향성이 국제정치의 영역에서도 상호합의, 국제법, 전 세계적 공공 정의의 형태로 지지를 받아야 하며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암5:24)라는 아모스 선지자의 메시지가 온 세계에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필자에게 오늘날 기술 모델 중심의 패러다임은 기독교 창조 질서에 뿌리를 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반드시 변혁되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세상은 20세기 계몽주의의 이상,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과학 기술적 이상으로 인해 문화적으로 크게 훼손되었다. 사무엘 헌팅턴(Samuel Huntington)은 <문명의 충돌>에서 이와 관련한 본질적 원인으로서 서양 문화의 중심 구성 요소인 기독교의 약화를 들었다. 따라서 그 첫 번째 대안으로 계몽주의의 이상에 근거한 자율적인 자유의 개념 대신 책임감과 밀접하게 연결된 자유를 회복해야 하는 것을 제시했고, 두 번째 대안으로 과학과 기술에 대한 동기는 더 이상 기술적 세계관이 아니라 섬기기 위한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을 인정하고 창조의 질서를 드러내는 거룩한 소명을 지닌 책임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다. 이를 인정해야 인간은 과학과 기술을 하나님 나라의 목적을 따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어서 토머스 쿤(Thomas Kuhn)의 ‘게슈탈트 스위치’, ‘방향 전환’ 용어를 인용하면서 지금은 ‘돌아설 시간’이 되었으며, 이는 급진적인 전환이요 새로운 방향, 새로운 ‘메타-역사적인 나침반’이 필요한 시대임을 강력하게 역설한다. 그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의 본질은 생명 자체를 보호하고 그 생명을 섬기는 데서 과학과 기술은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과학과 기술은 창조주에게로 돌아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따를 때, 세계는 균형이 잡히고, 지속 가능하며, 평화롭고, 풍성하게 다양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ChatGPT의 시대에 책임 윤리와 창조주를 향한 새로운 성경적 패러다임이 과학 기술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오라 우리가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여호와께서 우리를 찢으셨으나 도로 낫게 하실 것이요 우리를 치셨으나 싸매어 주실 것임이라”(호 6:1).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