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현재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 연구소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며 문화콘텐츠와 한류를 연구하고 있다. 사실 석사학위를 받을 때까지도 학자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개인적인 관심사를 따라 지식을 쫓다 보니 학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학부 시절 음악을 전공했었기에 한국 ‘힙합’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연구활동에서 느꼈던 즐거움의 지속을 기대하며 문화콘텐츠학과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막연하게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학문을 통해 하나님 나라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은 나의 공부 방향 및 진로와도 관련된 문제였다.
그러던 중 나의 지도교수님께서 ‘기독교문화콘텐츠’를 학문적 방향으로 제시하여 주셨다. 사학자 출신이신 지도교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이 아니셨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종교적 정체성을 배려해 주신 것이다. 이후 나는 문화콘텐츠학의 논의를 기독교 문화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내가 전공하였고 현재 연구하고 있는 문화콘텐츠학은 인문학을 기반으로 미디어에 담긴 혹은 담길 문화적 내용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미디어의 특성과 수용자의 향유, 그리고 산업적 활용을 고려한 채 어떻게 인문학적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문화콘텐츠학의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관점을 적용하여 기독교 세계관으로 문화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문화콘텐츠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였다. 그 과정에서 성경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테마파크를 분석하여 박사 논문을 작성하였고 CCM, 유튜브, 연극, VR 등과 관련된 기독교문화콘텐츠 관련 논문들을 발표하였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A 유형’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 연구과제 역시 성경의 이야기를 VR로 구현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나의 소망이자 계획은 이러한 연구를 지속하여 기독교 문화와 관련된 실용적인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논문 발표와 강의를 통하여 확산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침체되어 있는 한국교회와 기독교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에 기여하는 것이 나는 학자로서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기독교문화콘텐츠’를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게 되면서 여러 문제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첫째는 학문의 세속화에 대한 의심이다. 과거 기독교학문연구회 학술대회에서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기획방법론의 기독교적 활용이 필요함을 거론한 바 있다. 그때 들어온 질문 중 하나는 기독교 문화의 기획에 있어 상업적인 방법론의 적용이 가한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기획의 의도나 목적이 죄로 오염될 수는 있겠지만 기획의 수단 자체는 선한 목적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는 말로 답변하였다. 나는 학문의 영역에서 순수하게 생산되는 지식 대부분은 일반은총에 속한다고 믿고 있다. 이 역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라 믿는다면 감사한 마음과 선한 뜻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러한 학문적 ‘도구들’을 교회 안으로 가지고 올 생각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때 기독교 문화가 성장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둘째는 관점의 부조화이다. 특히 문화이론이나 한류를 공부할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문화콘텐츠 기획은 필연적으로 수용자들을 고려해야 하기에 현대 대중들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이론가들의 시각을 빌려야 할 때가 많지만 문화이론가들의 논의가 항상 기독교 세계관과 양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 주장의 합리적인 측면까지 배제하는 것은 진지한 학문적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그 때문에 비판적 수용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국원 선생님께서 <변혁과 샬롬의 대중문화론>에서 주장하신 것과 같이 개혁주의 세계관을 활용하여 대중문화 이론을 재정립하고 이를 기독교 학문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나의 학문 활동 역시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셋째는 연구 성향과 범위에 대한 오해이다. 내가 신학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구 실적 목록에서 기독교와 관련된 키워드가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편협한 학문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몇 년 전 모 대학의 교원 면접에서 ‘종교 관련 연구가 많다’라는 지적 섞인 질문을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가 되겠다. 내 연구는 광범위한 영역의 논의들을 길어와서 기독교 문화에 접목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나의 학문 범위가 협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설령 이러한 오해를 계속 받게 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연구가 지금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고 있기에, 그리고 그것이 나의 사명임을 믿기 때문에 지속할 계획이다.
지금 내가 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모두 주님의 계획임을 믿는다. 지금 나의 삶에 상당한 만족감과 감사를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나의 학문적 사명에 최선을 다하며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동역자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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