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어릴 때부터 외국문화를 가까이하면서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은 마음, 그 외국어로 소통하면서 전문영역에 종사하는 멋진 여성이 되길 꿈꿨다. 그래서 학부에서 프랑스어문학을 전공했고 3학년 때 짧은 기간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언어연수도 했지만, 그때까지는 노력과는 달리 프랑스어 구사 능력이 너무나도 초라했다. 그래서 나는 자신부터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교육방안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다시 학부에서부터 박사과정까지 외국어 읽기 교육에 모든 청춘의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하나님은 내가 이렇게 열정의 시간을 한참 보낸 후 인생 중후반에 찾아오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처음에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혀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하나님 당신은 도대체 어떤 존재이세요?”, “나에게 부여된 하나님의 소명은 도대체 무엇인가요?”를 진지하게 여쭙게 하셨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은 내 전공인 읽기연구 영역 안에서 새로운 연구 영역으로 초청하시고 이끄셨다. 즉 ‘안구운동 추적기’(eye-tracker)를 활용하여 프랑스어 읽기 교육을 인지심리학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연구였다. 이 연구는 독자가 글을 읽을 때 안구(시선)를 단어에 고정하여 정보를 처리하고 또한 안구를 다른 단어로 이동하여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면서 글의 의미를 구성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과정에서 독자가 단어의 정보를 처리하는 시간과 다음 순서로 읽을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여러 언어적 변수에 따라 또한 각자의 읽기 능력에 따라 달라지기에, 연구는 그 원인에 따른 인지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 대학생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이 프랑스어 텍스트를 읽을 때 나타나는 특별한 인지 과정이 있는지를 밝혀내고자 했다. 그러나 연구를 해보니 이들의 읽기 양상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심리학은 내가 대학 다닐 때 관심을 가졌던 학문이기도 했기에 흥미로웠고, 이것을 하나님이 나의 오래전 꿈을 기억하시고 주신 선물로 받아들이고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연구했다. 그 결과 나는 한국 대학생들의 프랑스어 읽기에 관한 읽기 양상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고 흥미로운 인지 과정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중, 독자가 모국어로 읽든 외국어로 읽든 언어와 상관없이, 글의 정보를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처리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정보를 의미가 구성될 수 있는 단위인 구, 절, 문장 단위로 통합하여 처리한다는 것, 그리고 읽고 있는 단어의 정보에 앞서 읽은 단어의 정보를 재통합할 경우, 의미 차원에서 연결되는 단어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것은 독자가 읽고 있는 담화의 일관성을 구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의미 단위로 내용을 구성하는 인지 과정을 보여준다. 나는 인간의 ‘정밀한’ 인지처리 능력이 경이로워서 그저 감탄만 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은 내가 연구로 얻은 학술적 성과에만 만족하도록 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의 뜻은 늘 더 높은 곳에 있다는 듯이 그리스도인 소장학파 모임으로 인도하셨고, 신실한 그리스도인 학자들과의 교제를 허락하셨다. 우리는 신앙과 학문을 통합하고자 노력하며 각자의 연구를 통해서 하나님과 그 진리를 증언하고자 했다. 하나님은 이 방향에서 내가 한국 대학생들이 읽기과정에서 사용한 고도의 정보처리 능력을 통해서, 인간은 세상에 우연히 탄생한 것이 아니라, 창조주의 정교한 손길에서 태어난 걸작품인 것을 볼 수 있도록 하셨다. 특별히, 독자가 읽는 언어와 상관없이 또한 구사 능력과도 상관없이, 정보처리가 의미 파악을 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통해서, 인간은 누군가와 의사소통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게 하셨다. 이로써, 나는 인간과 소통하고자 하셨던 하나님의 뜻을 더 알게 되었고, 한 영혼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는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아는데 이르렀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 의사소통을 잘 할까?”라는 물음 앞에, 만약 그렇지 않은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읽기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삶의 영역이기에 성경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성경은 다른 책과는 달리 장르, 그 목적과 내용,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66권으로 구성된 성경은 여러 시대 및 장소에서 일어난 일들을 말하지만 모두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으로 연결되고 귀결된다. 그 내용은 우리가 정확히 그릴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그의 나라에 대한 것이고, 그 목적은 이성으로 이해될 수 없는 부활의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시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은 독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해도 좋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오직 그리스도인의 온전한 믿음이 전제적으로 요구되는 책이다. 이러한 성경을 읽는데 독자에게 특별히 구별되는 읽기 능력이 있다면 무엇일까를 늘 생각한다. 앞으로 나의 연구 계획은 성경을 텍스트 차원에서 연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읽는 양상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이들에게 성경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읽기 방법을 마련하는 데 있다. 아마도 이것은 내가 주안에서 외국어 읽기 교육이라는 학문으로 시작한 연구의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다.
끝으로 나는 학문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깨닫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신앙과 학문을 통합하는 그리스도인 학자의 사명은 각자의 학문을 통하여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발견하고 인간을 통해 일하시고자 하는 그분의 뜻을 알아가도록 하여 우리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그래서 마침내 세상이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놓이게 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나에게 이러한 연구자의 자리로 초청하시고 여러 동역자들과의 귀한 교제를 통해 창조주 하나님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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