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기독교 세계관 교육의 개념적 틀을 위한 기초
<기독교적 가르침의 본질> / 브람 뮝크, 헹크 페르메일른, 브람 쿤츠 저 / 최용준, 이은실 역 / 킹덤북스 / 2023.
<기독교적 가르침의 본질>은 이 제목과 ‘감명한 학교 교수학’이라는 부제목에서 책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기독교적 가르침의 본질에 관한 책이라면 적어도 들기에 묵직한 두께의 분량을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120쪽에 불과해서 세워 놓으면 바로 쓰러질 정도로 얇다. 한 지면마다 들어가는 글자수도 많지 않아서 일반적인 책과 비교하면 100쪽도 안 되는 분량이다. 하지만 ‘차례’를 보면 이 적은 분량에 어떻게 이 많은 주제를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교육과 관련된 핵심요소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독특성은 아마도 그 출간 목적에 연유할 것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의 ‘드리스타기독교학교’(Driestar Christian University)에서 기독 교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출간된 교재를 번역한 책이다. 즉 본서가 상정한 일차 독자는 예비교사들이다. 예비교사들에게 기독 교육에 핵심이 되는 내용 중 빠뜨려도 될 만한 주제는 없을 것이다. 또한 수업 현장에서 같이 읽는 교재라면, 일일이 답을 주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질문을 촉발하고 동료 및 교수와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 책이 맡은 더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에서 독자들이 이 책에서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한 간결한 문장’들을 발견할 것이라고 미리 경고한다.
본서가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진정한 기독 교육의 이상은 무엇인가?”이다. 어떤 교육이 진정한 기독 교육이 되려면 어느 한 부분만 기독교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한 기독 교육의 이상은 모든 영역의 구속에 교육 상황에서 벌어질 만한 모든 요소가 담겨야 한다. 다루는 주제가 포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살펴보아야 할 영역을 담은 차례는 다음과 같다. 1장 ‘오리엔테이션’(기독 교육의 목적 / 원천에게 인도받다), 2장 ‘교사와 학생’, 3장 ‘교육과정, 교수학 및 교수법’, 4장 ‘공동체로서의 학교’, 5장 ‘모든 교육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영역을 통해 본서가 다루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기독 교사들은 그들의 교육에서 어떤 가치관을 기초로 두는가?”, “성경 이외에 기독 교육에 영감을 주는 문헌들은 무엇인가?”(예: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아우구스티누스나 깔뱅이 쓴 기독 교육에 관한 다른 책들), 그리고 “이것들을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가?”, “기독 교육은 다른 접근들과 무엇이 다른가?”, “교사와 학생 그리고 교육의 내용 간의 관계는 무엇인가?”, “이 점과 관련하여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 어떤 종류의 학습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어떻게 하는 것이 교육 내용을 기독교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인가?”, “교사들은 어떻게 기독교 세계관을 설명하며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가?” 등이다. 모두 기독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볍게 지나치지 못할 매력적인 주제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다. 기독 교육의 본질과 관련된 핵심요소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비판적으로 참여’하여 ‘열매 맺는 대화’를 나눌수 있도록 설명을 과감하게 줄였기 때문이다. 가령 ‘기독 교육의 목적’이라는 주제 아래는 ‘방향’, ‘만남’, ‘지식의 습득’, ‘두 도로’, ‘소망’, ‘두 단어’, ‘기대’라는, 듣기만 해도 궁금하고 더 알아보고 싶은 7개의 소주제가 나오는데, 정작 이에 관한 설명은 5쪽에 그친다. ‘교육과정’이라는 주제 아래는 ‘조화와 깨어짐’, ‘하나님의 실제’, ‘풍부한 다양성’, ‘폭넓은 형성’, ‘종교적·영적 형성’, ‘도덕적 형성’, ‘심미적 형성’, ‘사회-정서적 형성’, ‘시민으로서의 형성’, ‘제한된 지식’이라는 10개의 소주제도 10쪽에 설명한다. ‘교수학’의 7개 하위주제인 ‘발달’, ‘독특성’, ‘책임감’, ‘관계성’, ‘학습환경’, ‘조직’, ‘권위’도 3쪽에 설명을 마쳤다. 하지만 이런 짧은 설명 덕분에 ‘교육의 목적’, ‘교육과정’, ‘교수학’이라는 큰 주제들이 어떤 핵심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설명이 자세하지 않으니 언급된 개념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해보고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된다. 가령 교육의 목적을 “학생들이 세상을 이해해 가면서 경외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고 넘어간다. 그렇게 되면 ‘세상’이라는 대상은 어디까지인지, ‘이해’란 무엇이고 어떤 단계가 있는지, ‘경외감’은 무엇이고, 대상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는지, ‘교육’과 ‘경외감’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등의 많은 질문과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기독교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로서 필자가 본서를 읽으면서 든 가장 큰 생각은 든든함이다. 신앙 고백서처럼 간결한 문장으로 교사가 가야 할 길을 분명하고 간결하게 제시해주어 내가 가는 길에 대한 의미를 재차 확인하고, 그 길을 잘 가고 있음에 격려받을 수 있었다. 기독 교육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 전체를 스캔하듯이 훑고 지나가니, 불분명하여 말하지 못했지만 나를 불편하게 했던 부분이 어디인지 알고 고민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교실에서 혹은 교사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기에 다른 사람들은 모를 법한 일들을 드러내어 이야기하는데, 나의 상황을 같이 겪었기에 아주 잘 알고 있는 내 편이 해주는 조언처럼 느껴져 편안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하나님이 신실하시기 때문에 죄악된 현실의 많은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교육이 희망적일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이것은 내가 겪는 기대와 두려움의 괴리가 당연한 것이고, 결국에는 이기는 시합에 뛰어든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필자는 본서를 동료 선생님들과 같이 읽으며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개념들을 가지고 토론할 것이 벌써 기대가 된다. 본인 혹은 본인의 교육 공동체가 예수님을 향해 있는지 점검하고 싶은 모든 분에게, 이 얇은 책 한 권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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