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현재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으로 0.78로서 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이다.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다음 세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으나 정작 이제 더 급한 것은 구성원 자체의 소멸로 인한 존립의 위기일지 모른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는 이제 한국교회 전체와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함께 주목하고 극복을 위해 기도해야 할 핵심 과제다. 따라서 이번 호 ‘사람 사이’는 어린이 사역 전문가로서 오랫동안 다음 세대 사역을 위해 헌신해 오신 양승헌 목사님과 함께, ‘저출산’ 문제를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그 극복을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며 실천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지 그 혜안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인 터 뷰 어 : 서나영(총신대 기독교 예술학 객원교수)
일시 & 장소 : 2023년 9월 9일(월) 오전 10시 30분, 세대로교회 접견실
사진 & 정리 : 석종준(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서나영 : 목사님은 한국교회에서 오랫동안 다음 세대 선교와 교육에 헌신해 오신 대표적인 전문가십니다. 우선 그동안 섬겨오신 대표적 사역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양승헌 : 1972년 주일학교 교사를 시작한 이후 오늘까지 어린이 사역자로 살고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인 1975년 ‘파이디온선교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교회 주일학교만 가지고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없다. 그것은 성경적 원리도 아니고 교육학적으로도 옳지 않다”라는 생각에, 2002년 유학을 마치고 와서, 우리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자랄 영적 생태 환경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다섯 분의 초등학교 선생님과 함께 ‘세대로교회’를 세우고 현재까지 섬기게 되었습니다.
서나영 : 목사님께서는 최근 교회 학교 인원의 급속한 감소가 대를 이을 후손이 끊어지는 ‘절손’의 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말씀을 주신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교회에서 다음 세대의 교육 이전에 다음 세대라는 선교 대상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한 말씀인지요?
양승헌 : 그렇게 봅니다. 이미 한국교회는 위기를 넘어, 위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2021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9%의 교회에는 주일학교가 없습니다. 그리고 100명 미만 교회가 69.23%입니다. 그런 교회에서는 주일학교가 대부분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 교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많은 교단은 아예 공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지만, 한국교회 대부분이 그렇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대가 끊어지는 ‘절손’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서나영 : 교회에서의 다음 세대에 대한 신앙 전수와 관련한 초점은 교육보다 선교이어야 하고, 한국교회 신앙교육은 교회 주일학교보다 가정이 더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양승헌 : 첫째는 다음 세대로 신앙을 전수하는 것과 관련해서, 초점이 양육보다 선교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다음 세대 사역을 교회 부흥을 위한 차원에서 보는 것은 가장 큰 실수입니다. 어떤 경우 아이 하나를 잘 정착시키면 부모 등 가족 따라 나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음 세대 사역을 이용해 왔습니다. 이것은 좋은 동기가 아니지요. 아이들은 소리 없이 땅에 오지만 우리의 정치, 역사, 재정, 자리, 특권이라고 말했던 것들이 다 이들 손에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에 대해, 예수님도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우리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지역에 복음 전하는 것을 선교라고 너무 좁혀 생각했는데요.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선교지가 아이들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기자가 코카콜라 사장에게 “북한에도 이란에도 코카콜라는 이미 다 들어가 있는데 왜 그렇게 여전히 천문학적 광고비를 쓰는가?”라고 물었을 때, “태어나는 아이들은 코카콜라를 모른다”라고 했다지요. 저는 바로 그 말이 선교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신앙교육은 교회 주일학교보다 가정이 더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가정은 하나님이 직접 만드신 기관입니다. 또한 가정은 하나님 나라와 그 백성이 자라갈 일번지 양육 기관입니다. 1780년 레이크스(Robert Raikes)가 교회 주일학교를 만들기 전까지 신앙 양육의 책임은 가정과 부모에게 있었습니다. 이것을 회복하는 것은 선택할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말씀의 원리로의 회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렇게 다음 세대가 태어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은 위험한 상황인 것이 맞지만, 또 한편 생각하면 기회의 상황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의 역할이 왜곡되었지요. 많은 부모가 자녀들의 영적 양육 기능을 교회에다가 위탁하고는 뒷짐 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들의 역할이 자식의 현세적 복지를 책임지는 것이 모두인 것처럼 변질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시 부모를 세워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들의 양육을 맡도록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가정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서나영 : 현재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이러한 저출산 위기를 언제 어느 상황에서 체감하고 계시는지요?
양승헌 : 저는 이 위기를 우리 교회 목회 현장에서 생생히 체감합니다. 교회 재적이 천 명 정도인데요. 우리 교회는 본래 아이들이 성장 동력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예수님 만나고 기뻐하면 부모들도 영적으로 충전이 되었고, 학령전 부서도 태아부, 영아부, 유아부, 유치부, 드림스쿨 등 5개나 있었어요. 그런데 현재는 제 손가락 숫자 안의 작은 수의 아이가 태어나고 있네요. 그것만 보아도 인구절벽의 위기를 체감할 수가 있어요. 또 한가지, 우리 교회는 예배 시간에 아이들이 다 강단 위로 올라와서 말씀을 듣는 순서가 있습니다. 전에는 유치부 아이들이 강단 위에 가득했는데, 이제는 배가 기울듯이 초등부 아이들 쪽이 더 많습니다. 시각적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서나영 : 많은 목회자에게 저출산 문제 관련 의식과 관심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양승헌 :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은 단순히 안 낳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전에 비혼주의와 만혼의 풍조가 있습니다. 저는 25세에 결혼했고 20대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결혼 연령이 많이 늦어지고 있어요. 또 “꼭 결혼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싱글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또 결혼했다 해도 출산을 포기하고, 아기 대신 개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출산율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교회가 이야기하지 않아요.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생존 자체의 위협 때문에 이것을 핵심 문제로 가르치고 강조할 용기와 여력이 없습니다. 큰 교회는 출산율의 심각성을 상대적으로 덜 절박한 현실로 느끼기 때문에 강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뭄이 들면 저수지가 변방부터 말라 들어오기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저수지의 깊은 중심부에는 물도 여전히 많고 고기는 더 많아요. 그러니까 인구절벽 문제를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의식하지 못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는 분명 한국교회의 일차적 관심사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내일이 없어지니까요.
서나영 : 이렇게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심각해진 것은 혹시 국가 또는 사회 정책의 실패일까요? 아니면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그 책임이 일정 부분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어떤 것을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양승헌 : 우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그 원인이 국가의 정책 실패에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제가 9남매 중에 일곱 번째인데요. 학교 다닐 때 제일 창피하고 싫었던 게 형제가 어떻게 되냐는 말이었어요. 사람들이 저 뿐 아니라 아버지를 비웃는 듯 했어요. 그러나 지금 기준으로 보면 우리 아버지는 애국자예요. 국가적인 지나친 산아제한 정책의 결과, 이제는 출산 관련 예산을 280조씩 써도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10년 전 누군가가 우리나라에서 한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2억 6천만 원이라고 하는 계산을 내놓은 것을 기억합니다. 입시가 버티고 있는 한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감당할 몫은 오롯이 부모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빠 혼자 벌어서 학원 보내고, 대학 보낼 수 없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양육이 짐이 되고 고통이 된 한국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자녀를 안 낳으려고 하는 것은 한편 이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을 다 국가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저는 교회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우리가 빛과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과 다른 하나님 나라의 모범과 기준과 모범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라고 우리를 이 땅에 두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삶을 살아갈 제자를 키우지도 못했고 살도록 가르치지도 못했습니다. 결혼과 출산과 자녀 양육의 기준이 성경이 아닌 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까요. 세상에 충만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교회 안에도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희생과 헌신은 싫고 내 쾌락과 편리를 포기하지 못한 채 세상의 조류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책임이 교회에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서나영 : 많은 한국교회가 오랜 기간 성경적 삶을 살도록 전하고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통계 조사를 보면 그리스도인의 출산율, 결혼율, 이혼율, 가치관 등이 비그리스도인과 실제로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양승헌 : 교육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종교인이 아니라 제자가 되라고 가르치셨어요. 그런데 대부분 교회의 제자 훈련은 지역교회에서 충성스럽게 섬길 교인을 무장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삶의 목적과 목표로 삼고 그분을 닮아가고 그분을 전하고 보여줄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데 그러한 교육이 되지 못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좀 더 잘 훈련하는 경우를 생각한다 해도, 교회 교육은 예수님 제자로서의 의식화와 내면화까지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관점이 근본적으로는 전혀 바뀌지 않은 채 주님의 뜻대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 같습니다.
서나영 :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적으로 그 수와 영향력이 작지 않습니다. 현재 저출산 문제 극복과 관련하여 한국교회 목회자와 그리스도인 지성인의 역할로서 어떤 실천 방안들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양승헌 : 저는 세 가지 트랙이 같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교육입니다. 하나님이 보시는 것처럼 자녀를 보고 가정을 보고 출산을 보고 자녀 양육을 보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날 바른 말씀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지원입니다. 저는 교회가 출산을 지원할 힘이 있다고 봅니다. 교회는 공간이 있고요. 섬길 수 있는 노인층 유휴 인력도 있어요. 아기 돌봄 서비스 같은 것을 하면서 세상에 없는 사랑을 아기들에게 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들의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겠지요. 셋째, 문화입니다. 저출산 생태 환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같은 곳이 이러한 ‘싱크 탱크’ 역할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글도 계속 쓰고, 기자회견도 하고, 어떤 것을 법제화할 때 의견을 보내고, 필요하면 바른 압력을 가해서 잘못된 제도를 개조하는 것입니다. 한 번에 안 되더라도 끊임없는 도전과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일이 우리 그리스도인 지성인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서나영 : 목사님은 다음 세대를 향한 선교와 교육의 핵심 주제가 가정과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많이 강조해 오셨는데요. 한국교회는 이제 저출산 문제에 관한 성경적 가정 세움과 부모의 거룩한 소명을 안내하는 책임을 짊어지는 것도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요?
양승헌 :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교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첫째로 우리 한국교회는 이 저출산 상황을 오히려 선교의 기회로 보는 눈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경건한 후손들로 세상을 채울 적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러려면 우리 목사님들이 성경대로 말씀을 용기 내어서 좀 전해야 하는데요. 요즘 조부모나 목사님들은 그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각 교단이 총회 차원에서 결의해서 그 방향으로 그 방향으로 제도적으로 선을 그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목사님들이 용기를 내서 성경대로 말씀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 교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민족의 족장으로 보는 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 아이들을 한 명, 두 명 그렇게 세지 않아요. 한 민족, 두 민족 그렇게 세요. 한 영혼을 구하고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온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한 아이 속에 한 세상이 있음을 알 때,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셋째로 출산과 양육의 행복과 축복을 잘 보여주는 문화가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결혼 예비학교 때부터 강조해야 합니다. 세상이 아기 낳기를 주저할 때 경건한 후손을 세우는 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확장할 기회임을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결혼한 가정에 아기 주시기를 기도하고, 아기를 갖게 된 부부들을 위한 태교학교와 건강한 태아발육과 출산을 위한 기도, 크리스마스 축제 때 출산장려금 격려 등으로 아기를 갖는 일의 가치와 축복을 반복하여 가르쳐줍니다. 일종의 문화조성 작업이지요.
서나영 :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 청년들을 향한 응원이나 권면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양승헌 : 하나님의 사람들은 축복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축복의 통로로 이 땅에 살아있는 거예요.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 믿음의 족장 아브라함에게 한 말씀이에요. 아브라함이 복을 누리고 세상을 축복하기 위해서 한 가장 중요한 일은 이삭 할아버지를 낳아 언약 백성의 대를 이어준 거예요. 이삭 할아버지가 세상을 축복하기 위해서 한 일도, 야곱 할아버지의 가장 기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우리 그리스도인 청년들이 세상의 유행과 풍조를 따라가지 말고 주님의 원리를 따라 살아야 하는 예수님의 제자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세상을 축복하는 통로로 ‘나’를 부르셨다는 걸 잊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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