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Quo Vadis, Domine!”(주님이시여 어디로 가시나요, 요 13:36). 로스쿨 입시에 낙방하여 상심한 마음으로 충분한 기도의 시간도 갖지 못하고 도망치듯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였을 때, 그래도 나는 이것이 주님이 뜻이겠거니 생각하였다. 대학원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려고 공부보다 조교 일과 학회 근무 시간이 더 길어져 나와 모두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상황이 되었을 때, 매일 밤 떨며 기도하였다. 매주 본가에 내려가 주일성수는 했으나, 근심과 잘못이 가득하여 삶 전체를 예배로 바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은 학업을 포기하고 대전에 취업하여 다시 내려왔을 때 나는 시몬 베드로처럼 울고 싶었다. 우는 자 옆에서 함께 울고, 기뻐하는 자 옆에서 주님의 사랑에 잠겨 함께 기뻐하는 것(롬 12:15)이 소명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나에게는 참으로 능력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주님 가시는 길, 오라 하시는 곳을 따라가고 싶은데 그 모든 것이 흑암에 가려져 있는 듯하였다.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하지 못하고 로스쿨 입시와 대학원 공부 등을 전전했던 나는 직장생활이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일기에 적었던, 남을 돕고 함께 하고자 하는 소명은 이미 흐릿해질 정도로 일과 삶에서조차 잘 감당하기 어려웠다. 회사에서는 내가 대학원에 있었기 때문에 보고서 작성이나 번역 검토 등의 업무를 맡겼는데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업무를 보고하고, 기안하고, 외부업체와 접촉하는 프로세스들에 익숙지 않아 실수를 연발하였다. 항상 팀원들에게는 더 감사하고 공손한 마음으로 일했지만, 나도 모르게 짜증이 섞이거나 불성실해질 때는 나의 죄성이 미웠고 오로지 주일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나의 일상과 교회의 예배가 분리되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목사님께 이러한 상황을 말씀드리고 기도의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고 목사님은 저의 상황을 안타까워하시면서 기도로 축복하여 주셨다. 나는 가까운 대전에서 교회를 찾던 중 우연한 계기로, 그러나 당연히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에서 한 목사님을 뵙고 그분이 사역하시는 대전 도안동의 디딤돌교회에 정착하게 되었다.
디딤돌교회는 청년의 수가 적잖기에 목장에서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믿음의 교제를 하며 일과 영성을 나눌 수 있었다. 큰 교회에 와서 처음 목장 예배를 하게 되면서 초반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사실 퇴근 후에 만남을 가진다는 것도 심적 부담이 되었다. 목사님께서 설교하시는 것도 아니고, 그저 교회 또래끼리 노는 것 같았다. 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퇴근 후에 시간이 없다고 느껴져서 목자 언니에게 투정도 부렸다. 다만 어느 주일, 목자 헌신예배에서 목장에서 서로 떡을 떼며(행 2:42) 각 역할을 맡아 지체의 역할을 해보라고 하신 목사님의 권면이 왠지 마음에 닿았다.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셔서 그렇게 반년 동안 매일의 출근길에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감동이 되는 구절과 목원들을 향한 기도를 보내게 되었다. 순간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목장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기 때문에 매일의 삶에서 내 소명을 돌이켜보며 낙심치 않고 더 나아갈 수 있었고 실족을 피할 수 있었다. 또 설령 실족하는 날에도 우리 목장 예배에 나아가 울고 웃으며 하나님과 우리 목원들에게 나의 영적 생활에 대해 진솔하게 나누고 점검할 수 있었다. 한편, 내가 처음 목장에 편입될 때는 잘 모르는 사이였던 우리 목원들을 향해 매일 기도하고, 또 가끔 편지를 쓰고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우리가 주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주 깊이 느꼈다.
하나님은 교회 밖 세상이라는 선교지에서도 자녀들에게 믿음의 동역자를 세워주신다고 믿는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도 같이 하나님을 진실되게 바라보는 동료 선생님을 만나, 퇴사 후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스터디 모임으로 교류하며 같은 시험 준비를 천천히 성실하게 함께하고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순결하고 아름다운 믿음이 느껴지는 분들이 가깝고 먼 곳에 계셔서 늘 내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더욱 바로 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과 나누었던 말과 행동들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는 서로 천국에서 영원히 마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믿지 아니하는 분들에게도 그리스도의 향기로서 다가가고 싶다. 최근 나는 항상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하여 성경이나 책을 읽고 주변을 정리하고 나서 기도를 한다. 그 기도 제목은 직장에서 믿음의 본을 보이는 선한 자로 행할 수 있고 또 나와 같은 믿음의 사람들과 합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어디서건 누구든지 나에게 당신이 예수를 믿냐고 묻는다면 공손하고 온유한 태도로 그는 선하시며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 우리의 모든 죄를 씻어주셨다는 복음을 천천히 한 걸음씩 말할 수 있도록 늘 준비하고 기다린다.(벧전 3:15). 믿는 자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 나라를 꿈꾸고 나아가는 게 얼마나 놀랍고 기쁜지! 나는 그 무한한 기쁨을 알기에 많은 이들과 더 함께하고 싶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5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