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코로나 19가 창궐했을 때 한국교회의 주 관심사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이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대면 예배였다. 그러나 그렇게 중요시했던 대면 예배는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고, 사회로부터는 자신들의 종파적(sectarian) 특성을 지키느라 전염병 확산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비난만 받게 되었으며, 공정성에 민감한 젊은이들을 대거 잃고 말았다. 주 후 2세기 로마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는 극소수였던 그리스도인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길거리에 버려진 환자들을 구제해서 교회 성장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행동했고 그 열매도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코로나 19는 한국교회의 약점을 고스란히 폭로하고 말았고 한국교회는 그 쓴 열매를 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영국의 성경학자 필립스(J. B. Phillips) 목사가 쓴 <당신의 하나님은 너무 작다>(Your God is too Small, 1952)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오해들을 잘 지적하고 있고, 특히 오늘날 한국교회의 약점이 어디 있는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말로는 ‘온 우주의 하나님’, ‘세상과 역사의 주권자’로 고백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나의 하나님’, ‘우리 교회의 하나님’, 기껏해야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돌보시는 ‘종파적인 하나님’으로만 인식하고, 그런 인식이 우리의 구체적인 신앙생활과 일상적인 삶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 밖 세상은 하나님과 그리스도인들에게 서먹서먹한 딴 세상으로 그리스도인들이 경계하고, 전도하고, 사랑을 베풀어야 할 대상일 뿐 그 자체로 특별히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으로 취급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의 이익, 모든 사람에 대한 선행은 신앙생활에서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다만 여유가 있을 때 관심을 보일 수 있는 부차적 문제로 취급되는 것이다. 보수적인 복음주의에서는 그런 것에 관심을 쓰는 것 자체가 ‘인본주의적’, ‘세속적’, 심지어 ‘좌파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나님의 통치 영역은 너무 좁고 복음의 혜택은 너무 축소되어서, 신자들의 관심과 사역 영역이 매우 한정되고 결과적으로 하나님은 좁은 영역만 지배하시는 “아주 작은” 분으로 인식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성(聖)과 속(俗)’, ‘교회와 세상’, ‘신앙과 사회활동’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형성하고, 교회와 신자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것에 소홀하게 만들었으며, 결과적으로 교회 자체의 성장과 건강한 신앙생활 자체도 방해를 받게 만들었다. 정치계가 신앙과 무관하면 그리스도인 정치가가 불신 정치가와 다르거나 그들보다 더 정의로워야 할 이유가 없고, 그리스도인 기업인이 다른 기업인보다 더 정직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그리스도인 학자가 다른 학자들과 다르게 학문 활동을 할 의지가 생길 수 없다. 요즘 많은 그리스도인이 정치적 이념에 사로잡히는 것도 정치는 하나님의 통치영역 바깥에 있기에 성경의 가르침이 적용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내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 없는 영역은 한 뼘도 없다”라는 카이퍼(A. Kuyper)의 지적처럼, ‘크나크신 하나님’을 제대로 믿으면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공익, 공공선,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의무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고, 무엇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항상 올바로 깨닫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바울은 로마서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고 애쓰십시오”(롬 7:17, 새번역)라고 권면하는 것으로 보아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 상당 부분은 그리스도인들도 동의하고 시행할 수 있음을 전제한다. 또 “이와 같이 너희 빛을 사람에게 비추어서,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여라”(마 5:16)라는 예수님의 명령, 그리고 “여러분은 이방 사람 가운데서 행실을 바르게 하십시오. 그렇게 해야 그들은 여러분더러 악을 행하는 자라고 욕하다가도, 여러분의 바른 행위를 보고 하나님께서 찾아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입니다”(벧전 2:12)라는 베드로의 권면은 모두 이방인들도 무엇이 선하고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행위를 열심히 하면 그들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것을 전제한다. 교회가 전염병 확대를 막기 위해서 대면 예배를 비대면 예배로 대체하면서 방역에 앞장설 뿐 아니라 2세기 로마 신자들처럼 전염된 사람을 하나라도 더 고치려고 애썼더라면 한국 사회는 교회에 감사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을 것이다. 대구 동산병원은 그렇게 했기 때문에 기독교병원인데도 불구하고 불교 재단으로부터 ‘만해상’을 받았다. 이방인들도 자신들의 이익에 공헌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인정하고 감사할 줄 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란 하나님을 ‘크나크신 하나님’, 세상과 우주의 주권자이심을 인정하고 그러한 인식에 근거해서 사적,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자는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것, 복음에 충실한 것도 종파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공공선을 위한 것임을 확신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삶 전체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고 그의 명령에 신실하게 순종하면 그것이 바로 공익에 공헌하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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