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내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이하 동역회) 정회원이 된 날은 201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 시절 가장 큰 삶의 고민은 “과연 온전한 복음이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 중심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교회 건물 너머를 바라보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세상을 회복하는 일에 협력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만 하지 않고 그것을 실제로 보여준다면 어떻게 될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여러 기독교 세계관 서적들을 읽었으나, 정작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이하 동역회)의 존재는 미처 알지 못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서울대 ‘기대모’(기독대학원생 모임)를 함께 섬기던 박사과정의 이경건 형제님(현 미국 조지아대 박사후연구원)이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기독교 세계관 청년 오픈 세미나’를 했었는데, 행사 포스터 왼쪽 위 끝에 적혀있던 동역회 홈페이지 주소를 우연히 본 게 가입 계기였다. 이를 통해 당시 동역회 사무국장이셨던 석종준 목사님(현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2019년 2월에 동역회 실행위원과 기관지 <신앙과 삶> 편집위원으로 추천되면서 본격적으로 동역회와 발걸음을 함께 하게 됐다. 그리고 2022년 2월부터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위해 각자의 전공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는 45세 이하 약 35명의 박사님과 ‘그리스도인 소장학자 모임’을 함께 시작하였고, 2023년 10월부터는 김태황 교수님(기독교학문연구회 학회장)의 권유로 기독교학문연구회 총무로도 섬기게 되었다.
내가 학자로서 기독교 세계관적 학문을 꿈꾸게 된 것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임을 고백한다. “배워서 남 주자”라는 비전은 품었으나 구체적인 소명의 자리가 어딘지 막연했던 2008년 여름, ‘크리스천 과학기술인 포럼’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소외된 90%를 위한 공학 설계 아카데미’에 우연히 참가해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접하게 되었고, 이는 지적 만족과 유익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학문 청지기로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스도인이 학문을 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내재한 ‘참된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연과학은 물리법칙에 부여된 창조주의 솜씨에 감탄하는 것이며, 인문과학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인 인간 본연의 모습 및 사회의 규범과 공동체 조화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리스도인 학자들이 가져야 할 학문적 신실함을 일깨워 준다. 이는 참된 진리를 망각한 채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아가는 세속화의 거센 물결에 대해 선지자적 반(反) 시대성으로 저항해야 할 동역회의 사명이기도 하다.
리처드 마우(Richard J. Mouw, 1940~현재)가 저술한 책 제목인 <He Shines in All That's Fair: Culture and Common Grace>처럼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은 모든 아름다운 것 가운데 빛나신다. ‘일반 계시’(general revelation)는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하나님의 존재와 본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스도인 학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흔적과 성품, 뜻과 생각을 드러내는 축복의 통로인 셈이다. 안토니 후크마(Anthony A. Hoekema, 1913~1988)는 <The Bible and the Future>에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 만물과 더불어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인간의 문화적 산물들도 죄로부터 해방되고 정화(질적 갱신)되어 우주적인 회복을 이룰 것”이라고 설파했다. 따라서 필자도 캠퍼스에서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로서, 죄로 인해 왜곡된 공학을 다시 창조 원형의 모습 그대로(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심히 아름답도록) 회복하는 데 힘쓰겠다고 날마다 다짐하며, 공학을 가장 공학답게 가르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한 명이 꾸는 꿈은 잠에서 깨어나면 기억에서 지워지지만,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한다. 필자는 동역회와 더불어 땅에서 하늘을 살고 싶다. 다양한 전공의 그리스도인 학자들과 코이노니아를 이루고, 복음을 통하여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며, 함께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고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갈망하는 삶, 이것이 하나님께서 필자를 동역회 일원이라는 복된 자리로 초대하신 이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맡겨주신 세계를 다스리고 지키는 문화 명령에 순종하여, 각 전공 영역에서 하나님의 질서를 회복하고 영광을 드러내는 동역회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끝으로 중국의 정치가이자 의사였던 쑨원(Sun Wen, 1866~1925)이 남겼던 “소의는 육체의 병을 치료하고(小醫治病), 중의는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며(中醫治人), 대의는 사회와 국가를 치료한다(大醫治國).”라는 말에서, ‘의’(醫; medicine) 대신 ‘공’(工; engineering)을 대입해 봄으로써 글을 맺으려 한다. 나는 연구를 통해 정립한 공학 지식이 인류의 불멸과 신성(神性)을 지향하는 <호모 데우스>(Homo Deus)에 일조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의 길을 비춰주는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갈 5:6)의 삶을 소망한다. 사전적으로 ‘나누다’는 영어로 ‘divide’와 ‘share’의 뜻을 모두 지닌다. 공학 지식을 소외된 이웃들과 나누고(divide) 기쁨과 희망을 공유(share)함으로써, 예수님의 온전한 복음으로 세상을 변혁하는 그리스도인 학자가 되도록 중보 기도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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