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하게 되었고,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기독교 중창단으로 활동하였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훈련을 받아 수원지구 대표단으로 섬기기도 하였다. 이처럼 감사하게 좋은 신앙의 터와 믿음의 선배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건강하게 신앙이 성장할 수 있었다.
기술적 전문성을 겸비하여 선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KIC(KAIST International Chapel)를 알게 되었고 해외 캠퍼스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고 신앙생활을 했다. 그러나, 박사 학위를 받고 진로에 대해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으나, 회사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적응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일들이 부여되고, 조직개편은 반복되고 업무 상황이 계속 변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업무를 잘 수행한다는 것과 역량을 겸비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참으로 분주한 삶이었다. 그와 더불어, 부동산 가격의 변동과 금리 인상 등의 사회적인 이슈로부터도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것들은 내가 직면하고 있는 당장의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코로나19 시기에 두 자녀를 얻게 되었다. 자녀를 얻게 되어 매우 감사하였지만, 그 기쁨과 비례하여 삶은 더욱 분주해졌다. 회사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육아로 삶은 가득 채워졌다. 여유가 생기게 되면 부동산과 재테크에 신경을 쓰고, 그리고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삶에 대해 누구도 비난하지는 않았고 잘못된 것은 없어 보였으나, 내 삶에서 하나님을 향한 비전과 사명은 점차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주변의 상황을 보더라도 비슷하였다.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과 육아로 족히 5년 이상은 사역에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가장 열심을 가질 수 있는 청년의 시기에 사역으로부터는 가장 멀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다시 하나님을 향한 비전에 열심을 낼 수 있을까?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시작하겠다는 것은 기약 없는 미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비전을 우선으로 하는 삶을 지금 시작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에는 각자 다른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지 나에게 주어진 비전은 해외 캠퍼스 선교였고, 그 비전은 점차 평신도교회에 대한 비전으로 구체화되었다. 그 과정 가운데 대학원 시절부터 약 10년 이상 함께해온 KIC가 있다. 이 KIC는 현재 충남대 국제교회와 연합하여 KCIC(KAIST-CNU International Chapel)라는 이름을 가진 교회이다. KCIC에는 담임목사가 없다. 그리고 매 주일 설교자와 찬양인도자 및 찬양팀이 다르게 구성된다. 또한 동역하시는 목사님과 더불어 교수님들과 일부 학생 리더들이 설교한다. 이러한 평신도교회의 특성을 통해 많은 유익을 경험하게 되었다.
먼저, 끊임없이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KCIC 초기사역에서 교회 정체성에 대한 많은 도전을 받았다. 이 시기를 통해 교회에 대하여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다. 제도권 안에 있기만 하면 건강한 교회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제도권 안에 있든지 밖에 있든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고 기도해야 한다. 평신도교회의 특성상 항상 교회 정체성에 대해 안팎으로 도전을 받기에 끊임없이 기도와 말씀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정체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두 번째로, 상황과 필요에 따라 모임의 형태와 예배의 형식을 적절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예배와 교제 및 성경공부에 관하여 지체들의 필요가 있는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모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교단의 목사님과 다양한 지체들이 설교와 찬양 인도를 하기에, 다양한 신앙관을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서로의 신앙관을 보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없기에, 모두 복음에 대한 순수한 마음으로 사역에 지속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과 더불어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KCIC의 재정과 기도의 후원을 받아서, 올해 3월에 ‘KCIC 동탄지부’라는 평신도교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에는 작은 상가 건물을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 많은 지역교회가 있지만, 지역교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도움과 복음이 필요한 지체들을 섬길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기도한다. 이 글을 통해서 독자분들에게 ‘KCIC 동탄지부’가 하나님께 쓰임받고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는 공동체가 되도록 중보기도를 부탁드린다. 내가 탁월하기에 이 사역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하나님께 맞추려고 하다 보니 시작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나의 가정과 이 공동체를 이끄실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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