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의료선교 다큐멘터리는 장르로 발전할 수 있을까?
한국의 기독교 영화는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매우 의미 있는 발전과 변화를 이루었다. 과거 기독교 영화가 주로 드라마 장르를 위주로 제작되었다면 최근의 기독교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에서 2023년까지 약 14년간에 걸쳐서 총 37편의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반상영 방식으로 극장 개봉을 한 반면, 같은 기간에 극장 상영을 이룬 한국의 기독교 극영화는 불과 4편에 불과했다.
매우 놀라운 점은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다루는 소재의 상당수가 선교사들의 활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사랑과 헌신 그리고 봉사를 주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도 의료선교사들의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장르로 예측되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풍부한 의료선교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사역현장은 눈물과 기적의 놀라운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의료선교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울지마 톤즈>(2010)를 시작으로 <소명3:히말라야의 슈바이처>(2011)에서 새롭게 빛나는 듯 보였다. <소명 3: 히말라야의 슈바이처>는 세브란스 출신 1호 선교사인 강원희 선교사의 네팔 오지 현장을 담으며 적지 않은 한국의 의료진들에게 도전을 주었다. <울지마 톤즈>가 <울지마 톤즈: 슈크란 바바>(2019)와 <부활>(2021) 등의 관련 후속작으로 이어졌다면, <소명3:히말라야의 슈바이처>는 역사적 감동을 탑재한 <서서평:천천히 평온하게>(2017)와 역동적인 사역현장을 담은 <아픈 만큼 사랑한다>(2019)로 이어지며 기독교 의료선교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통에 대한 가장 숭고한 사역을 보여준 박누가 선교사
임준현 감독의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지난 30년간 필리핀 오지 마을을 돌아다니며 병자와 약자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한 박누가 선교사의 사역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의료선교영화다. 환자와 다름없는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병자가 있는 오지로 내모는 박누가 선교사의 삶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이 영화만의 특별함이기도 하다. 선교 다큐멘터리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특별함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는 박누가 선교사의 찾아가는 의료선교는 매우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들여온 중고 버스를 개조하여 만든 이동병원은 박누가 선교사가 어떤 사람이며 지금 그가 처한 상태가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메타포와도 같다. 언제 멈춰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은 버스를 운전하는 박누가 선교사의 모습에는 버스와 일체가 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이슬람 반군이 출몰하는 민다나오 지역까지 버스를 몰고 갔던 행적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찾아가는 그의 성격을 보여주고, 툭하면 시동이 걸리지 않고 중간에 서버리는 버스의 상태는 온몸이 고장 난 그의 몸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가 하나님께 드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보내 달라”라는 기도는 단순히 하나님의 쓰임을 받고 싶다는 간구의 의미 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료 손길을 제공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자신의 필요를 인정받을 때 느끼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은 열망이 함께 존재한다.
둘째는 자신에게 찾아온 죽음과 고통을 이타적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복음의 실행자로서의 숭고함이 영화에는 묻어 있다. 1992년 췌장암을 시작으로 당뇨와 간경화에 시달리고 결정적으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역을 놓지 않았던 박누가 선교사의 얼굴은 영화를 찍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악화되어 가는 병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나 박 선교사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과 죽음에 대한 이해를 뜻밖에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환해 버렸다. ‘내가 아픈 만큼 남을 더 사랑하겠다!’ 자신의 병으로부터 오는 고통이 심해질수록 필리핀 환자들에 대한 사랑은 깊어만 가는 박누가 선교사의 고통에 대한 생각은 죽기까지 인간을 사랑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았다.
찐 즐거운 의사생활
무엇보다도 박누가 선교사의 즐거운 의료선교는 이 영화만의 독특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버스를 운전하면서 트로트 가요에서 찬송가까지 부르는가 하면, 오지에 사는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토속적이며 소박한 식사에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박누가 선교사는 일반적인 의사가 결코 맛볼 수 없는 즐거운 생활을 보여준다. 가방 가득히 먹을 것과 약을 넣고 다니면서 오지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약과 더불어 빵과 과자를 나누어주는 박누가 선교사의 얼굴에는 선교의 즐거움이 흐른다. 무료병원으로 운영되는 누가병원에 환자가 몰려오는 것 또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의 반증인 만큼 짜증을 낼 이유가 되지 못한다. 박누가 선교사의 말대로 “선교는 힘을 빼고 하는 것”이다. 목에 힘을 주면 권위는 생길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유연성이 사라져 오래 버티기 쉽지 않다. 경상도 사나이로서의 투박한 말투와 함께 소박하지만 현지인들에게 정감 있게 다가서는 박누가 선교사의 의료선교 자세는 힘을 빼고 즐겁게 사는 것이다.
(*지난 11월 5일 베트남 의료선교 중 하나님 품에 안기신 우리의 동역자 박상은 원장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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