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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찾아내야 할 돌파구, 탈성장 교회
<탈성장 교회> / 이도영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23
필자는 ‘탈성장’에 관심을 두고 연구한 적이 있어서 ‘탈성장 교회’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탈성장’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탈성장’ 담론이 등장한 배경 및 ‘탈성장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끝없는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화된 경제와 대량 소비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그래서 무분별한 성장을 당장 멈추지 않으면 인류문명이 붕괴한다는 섬뜩한 경고가 나왔다. 환경오염 위기 때문에 일어날 붕괴 시기는 2040년경으로 설정되어 있고, 식량 위기 때문에 일어날 붕괴 시기는 2070년경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붕괴를 막는 유일한 길은 무제한의 성장을 포기하면서 자발적인 ‘탈성장’을 모색하는 것이다. 경제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성장 사회’는 최악의 상황이며, 단지 성장을 늦추는 것만으로도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지금이 바로 이런 위기의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실업, 빈부 격차의 증대, 빈곤층의 구매력 저하뿐 아니라,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보건의료·교육·문화 분야에서의 복지 정책의 포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탈성장’을 시도하는 것은 욕구의 자발적 제한을 기반으로 인류의 행복을 목표로 하는 ‘검소하고도 풍요로운 사회’를 세우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동 시간을 줄이고, 소비를 적게 하지만 소비의 질을 높이며, 나눔의 윤리와 실천 가운데서 행복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악착같은 경쟁, 이기심, 무제한의 부의 축적 같은 시장 사회의 가치 및 자연에 대한 파괴적 사고방식을 대신하여, 이타심, 호혜, 공생, 나눔, 자연환경에 대한 존중 등의 가치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탈성장 사회’야말로 인류문명이 붕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탈성장 교회’는 성장주의를 벗어나려는 ‘탈성장’ 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교회이다. 여기서 성장주의는 단지 규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장주의는 신자유주의적 탄소 자본주의와 물신주의적 사회 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탈성장은 생태, 정의, 평화 전반에 걸친 주제를 총괄하는 개념이다. ‘탈성장 교회’는 역(逆)성장, 곧 마이너스 성장을 주장하는 교회가 아니라, 말 그대로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교회다. 한국교회를 떠받치고 있는 성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교회는 결코 본질을 회복할 수 없다. ‘탈성장 교회’는 성서에서 말하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교회이자 윤리적·생태적·미학적 관점을 회복하고 실천하는 교회이다. 그래서 저자는 ‘탈성장 교회’야말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39~40쪽).
이 책의 중심 부분은 ‘제5장 새로운 왕의 길 4, 탈성장’이다. 여기서 저자는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적 기준이 되는 GDP(국민 총생산)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GDP는 경제활동을 돈으로 환산하여 총계를 내지만 이 경제활동이 유용한지 파괴적인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고 비판한다. GD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든 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하기에, 이제는 GDP 대신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274~277쪽). 탈성장과 관련하여, 전 세계가 기후 위기로 몸살을 앓게 됨으로써 ‘탈성장’ 담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서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알려진 기업들조차 변하고 있는데, 최근 기업들은 ‘ESG 경영’을 외치고 있다. 아울러,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는 과감한 계획 및 성장주의에 대한 적극적인 봉쇄를 통해 기후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307~311쪽). 이어서 저자는 성장 없는 번영을 강조하면서, 성장주의 신화들의 허상 및 ‘발전’이라는 환상을 비판할 뿐 아니라, 탈성장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실제적인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318~332쪽).
저자는 ‘탈성장 교회’의 예시로서 건강한 ‘작은 교회’를 들면서 공동체성, 제자도, 공공성, 공교회성 등을 참됨과 건강함의 네 가지 속성으로 제시한다. ‘탈성장 교회’의 현실적 모델로서 ‘작은 교회’만이 아니라 ‘적정 교회’도 필요하다. ‘적정 교회’는 지역 생태계와 교회 생태계를 살려내는 교회이며, 생태·정의·평화를 실천하는 정신과 체제와 방법으로 바꿔나가는 교회이다(334~338쪽). 이처럼 저자는 이제 한국교회가 ‘탈성장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탈성장’ 담론을 기반으로 이제 한국교회가 윤리적이고 생태적이며 미학적인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밝힌다. 규모를 줄여나가면서 ‘적정 교회’의 면모를 보이되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윤리적 교회, 생태적 가치를 실천하는 생태적 교회, 분열을 넘어 평화를 실현하는 미학적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교회는 구성원 각자와 공동체가 윤리적·생태적·미학적 삶을 살아내는 ‘탈성장 교회’로서의 선교적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인류문명이 붕괴할 수도 있는 기후 위기 시대에 교회의 갱신과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급격히 와해하고 약화하는 현시점에서 한국교회는 깊고 어두운 산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찾아내야 할 돌파구는 과연 무엇인가? 이 책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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