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불과 1년 6개월 전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던 한 명의 전도사, 신학생이자 청년이었다. 사역했던 교회는 조금 특이했다. 담임목사님이 오랜 기간 계시지 않다가 청빙이 되었고 그 과정도 참 어려웠다. 기존에 사역하던 교역자들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사임을 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교역자들이 하나둘 부임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 부임한 몇 안 되는 교역자들과 새로운 시작을 해야 했다. 그러나 교회학교 담당 교역자들은 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첫 부임 목회지로 사역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로 인해 어느 순간 나는 교육 부서에서 베테랑 교역자이자 믿고 맡기는 사역자, 만능 백업 맨이 되어 있었다.
만능 백업.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구멍이 나면 24시간이고 대신 메꿔야 하는 자리였다. 실제로 영상 자막과 음향 담당자들의 부재로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고, 금요 예배 반주팀에서 드러머가 공연이나 여러 사정으로 못 오게 되면 내가 들어가서 반주를 대신하기도 했다. 언젠가 학기 중에는 전임 교역자들의 워크샵으로 인해 새벽예배 인도와 설교를 한 적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것은 모두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또, 나는 원래 담당하던 부서뿐만 아니라 그 아래 부서까지 맞게 되면서 약 9개월간 두 부서를 동시에 담당하기도 했다. 다행히 두 곳 부서 선생님들이 서로 협력하여 부서가 잘 운영이 되도록 도와주셨기는 했다. 하지만, 그만큼 짊어진 무게감이 참 버거웠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담당 목사님의 요청으로 청년부 예배 음향도 담당하게 되면서, 나는 주일에 점심 끼니까지 거르고 지내게 되었다. 그래도 감사함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문제는 주일을 준비하는 토요일이었다. 이전부터 청소년부의 몇몇 아이들의 드럼 레슨을 하고 있었고, 시간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였다. 교육 부서 다른 교역자들은 그 시간에 자기 부서 일을 다 마쳤지만, 나는 레슨 이후 부서 예배 준비 일 등을 계속해야 했다. 때때로 다른 전도사님들이 부서실의 음향이나 사역에 관한 질문을 하면 그 부분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일을 마무리하고 잠을 자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게다가 주일에 점심을 먹지 못하면서까지 주어진 사역을 계속하다 보니 스트레스와 상처가 쌓이게 되었다.
나는 계속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결국 번아웃 되었다. 따스한 어느 봄날, 나는 사역을 하는 것에 대해 큰 회의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약 20킬로 이상 체중이 증가했으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괜찮냐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마침내 여름 성경학교 시즌을 지나고 나서는 “교회에서 사임하라고 하면 사임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번아웃 증세는 가을까지 지속했고, 추석 명절 무렵에는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어린 시절 몇 번의 우울증 증세를 경험했고, 약물치료 없이 극복했었기에 이번 증세도 쉽게 극복하리라 생각했다. 교육국 담당 목사님께는 “많이 아프지만 어떻게 극복하는지 알고 있고, 빨리 잘 극복할 테니 옆에서 기도와 격려 부탁드립니다.”라고 진솔하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분은 알겠다면서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다. 그러나 일주일 후, 교육국 담당 목사님으로부터 사임을 통보받았다. 나의 우울증세를 이유로 말이다. 다른 이유도 분명 있었다고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이유로 사임이라니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곧장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목회 실습을 위해서라도 다른 교회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다행히 곧 새 교회를 인도받게 되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쉽게 가라앉지 못했다. 오랜 시간 아프고 나니 조금씩 괜찮아졌지만, 나의 내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도 남아 있고, 실제로 옮긴 새 교회에서 사역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여러 차례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 상담학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고, 내 자아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독교 상담학에 크게 흥미를 느끼고 기독교 상담학 분야로 졸업 논문을 쓰기로 했다. 논문 제목은 ‘목회자 번아웃에 대한 고찰’이다. 나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현시대 젊은 목회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기독교 상담학적으로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논문에는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았는데, 결론 중 하나는 목회자들이 목회자라는 직분을 때로는 온전히 내려놓고 쉬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목회자가 목회자라는 직분에 사로잡혀 버리면 제대로 쉬질 못하니 인간으로서 온전히 쉬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사역을 잠시 내려놓고 한 명의 청년으로, 한 명의 예배자로 지내고 있다. 아팠던 몸과 마음을 다시 회복시키려고 한다. 잘 회복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소명의 자리에서 충실히 또다시 건강하게 감당하고 싶다.
누구나 아프고 힘들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 직면한 사람을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아는 사회, 그리고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너른 마음으로 다른 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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