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누구에게나 끝은 다가온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사람은 ‘흙’으로 지어졌기에 이 지상에서 생명은 유한하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갈망은 있지만, 그것은 단지 소원일 뿐이다. 언젠가는 이 아름답고 찬란한 지구를 떠나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이웃과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홀로 ‘그 마지막 길’을 가야한다. 이 ‘끝’, 개인적 종말은 누구에게나 다가오고 있다. 이 개인적 종말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문명으로 인해 죽음에 다가가는 사건,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중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자연사(自然死)를 앞당긴다. 백세 시대에 백세 장수가 쉽지 않다. 각종 질병은 자연스러운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병자를 당혹하게 한다. 생활에서 배출되는 환경호르몬이 세계적 재난을 일으키는 중이다. 암을 이길 수 있다면 인류는 획기적 생명 연장을 얻게 되겠지만 현재도 완치의 길은 멀다.
존엄한 마지막에 묻다, <버킷 리스트>
암이라는 질병으로 죽음을 앞둔 두 노인. 카터(M. 프리먼)는 자동차 정비로 가족을 성실하게 부양한 사람이다. 교수가 꿈이었던 그는 젊은 나이에 첫 아이를 갖게 되면서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평생 기름때 묻히며 살아왔다. 행복한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로 살아가던 중 말년에 암이 발견된다. 성격 때문인지, 믿음 때문인지 담담히 받아들이는 카터. 같은 병실에 실려온 톰(J. 니콜슨). 그는 자수성가하여 백만장자이다. 여러 번 결혼한 경력의 자유분방한 인간. 딸이 있지만 의절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고독하고 고집스럽다. 한 병실의 두 남자. 그들은 살아온 과정이 너무 달라서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었는데, 카터의 메모가 공동 작업에 빌미를 준다.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를 적은 종이를 톰이 읽는 것이다. 톰은 커터의 메모에 자기의 리스트를 적어넣는다. 둘은 인생의 마지막을 지나면서 함께 여행할 마음을 먹는다. 그들은 그렇게 우정어린 사이로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완수하며 인생을 정리한다. 북극을 지날 때 카터는 아름다운 우주를 바라보며 창조주의 신비한 창조를 언급한다. 톰은 합리적 현실주의자, 그는 믿음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카터와 톰은 역시 다른 관점을 드러낸다. 카터는 사후의 세계를 생각하나 톰은 부질없는 상상이라며 일축해 버린다. 타지마할에 온 두 사람. 톰은 제왕이 사랑하는 왕후를 위해 무덤을 짓는데 얼마나 많은 장인이 동원되었는지 놀란다. 카터는 제왕이 보였던 간절한 사랑에 목이 메인다. 같은 시대를 살아갔지만, 완전히 다른 인생론을 펼치는 두 노인. 세계관이 극명하게 갈린다. 이제 대도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온 노인들. 카터는 식구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가운데 성찬을 받는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이 웃음꽃을 피우고 음식을 나눈다. 사랑이 무르익는 가정. 그러나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에 돌아온 톰. 그를 반겨주는 이 아무도 없다. 홀로 커피를 만지며 쓸쓸한 현실에 젖어든다. 하지만 아직 완수하지 못한 버킷 리스트가 있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묻다
여행 중 카터가 톰에게 묻는다. 천국 갈 때 두 가지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하나는 인생에 기쁨을 느꼈는가. 다른 하나는 남에게 기쁨을 준 적이 있는가. 톰은 고개를 가로 젖는다. 돈을 바라보며 질주한 인생에서 그런 기쁨을 나눌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큰돈을 모으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지만, 항상 혼자였다. 더구나 죽음을 몇 개월 앞둔 상황에서 재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주님은 인생이라는 엄숙한 시간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물으신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눅 12:20) 톰은 서서히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카터가 준비한 우정의 선물은 딸과의 화해였다. 톰은 카터의 간곡한 부탁으로 용기내어 딸을 찾아간다. 톰은 딸의 거부를 미리 겁내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은 그 반대. 오히려 딸의 환대를 받고 손녀의 키스를 받는다.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라는 목록은 이렇게 완수된다. 이제 “장엄한 장면보기”라는 마지막 리스트는 어떻게 완성될 것인가?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주님을 천국에서 만나기 전에 이 세상에서 꼭 하고픈 것은 무엇일까?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리스트를 적어보며 실행 가능한 것들을 해 보는 일은 의미 있으리라. 바울 사도는 고백한다.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14). 인생은 주 하나님으로부터 “모태에서 벌거벗고 나왔은즉 그가 나온 대로 돌아가는”(전 5:15) 길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며 시작이다. 그러므로 육체적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부활의 영광을 바라보는 초월적 믿음이 요구된다. 폴 트루니에의 인생론은 이 경우 잘 표현되었다. “인생은 하나님과 함께 하는 모험이다.” 이 표현을 다르게 읽어본다. “인생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
인생의 종말, 서서평 선교사의 삶으로 보다
개화기에 처녀의 몸으로 한국 선교를 위해 미국에서 건너온 선교사 쉐핑(E. Schepping, 독일 출생 1880~1934). 우리말 이름은 서서평. 그녀는 작은 예수로 선교에 혼신을 다하다 영양실조에 걸리고 풍토병으로 쓰러져가던 중에도 이런 좌우명을 써놓았다.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Not Success but Service). 노년의 시대에 인생을 돌아본다면, ‘얼마나 성공했는가’ 보다 ‘얼마나 섬겼는가’에서 의미와 가치를 얻어야 하리라. 진정한 의미의 존엄한 죽음은 여기에 달려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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