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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시니어로 살기
<백세시대 시니어로 살기> / 김동배 / 좋은피알 / 2019.
‘100세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지가 않을 정도로 실제 90세에서 100세까지 사는 것이 편안한 시대가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20대 학부 때와 대학원 때 노인복지 강의를 들은 은사님의 글이기도 하여 책을 읽는 내내 교수님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기도 하였지만, 이 책은 정말 시의적절하게 어르신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분들이 남은 삶에서 어떤 주제를 화두로 하여 살아가시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모든 세대의 독자들이 한 번쯤은 쉽게 읽어보면 좋을 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백세시대 시니어로 살기>라는 책 제목은 저자와 동년배 어르신들에게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시니어들이여 이렇게 삽시다!”라고 격려하면서 말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또한 15년이 넘게 대학에서 인간행동과 발달에 관한 수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의 많은 학자들은 인간 발달에 대해 영유아기나 초기 아동기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여왔지만, 중년기 이후 노년기는 65세 이후를 한 단계로 묶어서 보는 경향이 있어 왔다. 최근 성인기 발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더 오래 살게 되기 시작하면서 노년기 시기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들에게 어떤 발달적 과제나 소명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60대와 70대 이상이 지혜를 지니고 살아가는 ‘삶이 전성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무엇보다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 또한 이 시기에 이러한 글을 책으로 엮어낸 열정을 보이셨다는 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백세시대 시니어로 살기>는 저자가 코로나 이전 3년간 쓰셨던 칼럼을 모아서 집필하신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백세 시대에 살아갈 시니어의 모습이 숲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하나하나의 글 자체로도 완성도 있게 각 주제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얼핏 제목만 보고선 백세시대로 가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주로 건강하게 백세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화자 자신이 어르신들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이 들어감’(aging)을 아름답게 수용하고 승화시키고 계신 모습 그대로 자신이 백세시대로 걸어가면서 경험하는 것을 소소하게, 때로는 강한 힘을 가지고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 책은 어르신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게 되는 생각들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젊은이들과 중년기에 속한 이들도 읽는 것도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백세시대에 시니어로 나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라는 모습을 아래 후세대들에게 공감적으로 나누어주는 따스한 책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니어로 살아가면서 얻게 된 가치를 상생, 도전, 소속감, 경청, 수용, 세대간 교류, 나라를 생각하시는 마음의 충정, 그리고 삶을 정리하면서 신 앞에 겸허함을 갖추고 영혼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는 등의 응축되어 나타나는 내면 깊은 곳에 담겨있던 가치들이 빛을 발하며 하나씩 하나씩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나와서 우리를 만나주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시니어들을 ‘노인’이라는 틀에 가둬두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보게 된다. 어르신들로서도 배움을 받지만, 한발 앞서간 선배의 모습으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아주 값진 선물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가치들처럼 벼가 익을수록 머리를 숙이는 것과 같이 경청하며 수용하는 미덕과 삶의 지혜를 가진, 그리고 ‘빨리빨리’가 아닌 느림의 미학을 가지고 조금 느리게, 그러나 가야 할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계신 인생의 멘토가 되시는 어르신들이 많은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게 된다. 흐뭇한 기대 속에서 나 자신도 백세시대에 합류해서 이 시대를 살아내 보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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