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미디어는 종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상상한다
<미디어, 종교로 상상하다> / 박진규 / 컬쳐미디어총서 / 2023.
<미디어, 종교로 상상하다>의 저자 박진규 교수(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는 미디어와 종교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그리스도인 사회과학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미디어와 종교’라는 얼핏 보면 다소 이질적으로 여겨지는 이 두 영역이 오히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관계 상황에 주목한다. 미디어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를 발견하는 핵심 장소가 이미 되어 있기 때문이다(232면). 저자는 책의 집필과 관련해서, “오늘날 종교는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고 그 답으로 2000년대 말부터 2020년 초까지 ‘매개 종교’(mediated religion) 현상, 즉 한국의 미디어 속에 나타난 종교 자료의 분석을 통해 찾아낸 ‘잠정적’ 결론을 담았다고 했다(12면). 또 저자는 책 제목에 대해서 이렇게 밝힌다.
“여러 사례를 분석하면서 처음 떠오른 핵심어는 ‘기대’였다. 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종교를 향한 세속 사회의 평가에는 특정한 기대가 자리한다. 미디어는 세속성의 원리에 따라 규정된 일련의 기준을 삼아 종교를 비판하기도, 칭찬하기도 한다. 그 기대의 구체적 목록을 분석하면서 ‘상상’이라는 또 하나의 핵심어가 도출되었다. 세속 사회 속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바로 이 말에 함축된다고 판단했다.”(13면).
<미디어, 종교로 상상하다>라는 제목 안에 전체 내용과 방향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저자가 독자와 나누려는 내용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종교의 가시성이 크게 높아진 우리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미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둘째, 향후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을 전망하는 준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셋째, 한국 사회의 현재를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변화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저자가 서론 격인 1장에서 모두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개요를 소개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장은 ‘매개 종교’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고 그것이 미디어와 종교의 교차점 분석에 지니는 유영성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 팬데믹의 재난 속에서 종교와 미디어가 만나는 몇 개의 지점들을 통해 이 책의 논의가 담아낼 다양한 화두를 짚어 본다. 4장에서는 종교에 대하여 비판적이 저널리즘 사례를 분석하고 그 비판이 궁극적으로 함의하는 바를 종교에 대한 ‘기대’(expecta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역으로 5장은 종교 집단이 미디어를 바라보는 방식과 논리를 분석함으로써, 제도종교가 미디어를 어떤 존재로 규정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결과를 논의한다. 6장, 7장, 9장은 미디어 텍스트를 통해 종교에 대한 세속 사회의 ‘기대’를 구체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사례들을 다룬다. 8장은 초월성과 초자연성이 등장하는 픽션 텍스트를 통해 종교를 다루는 미디어의 궁극적 관심은 결국 매우 현실적 차원에 있음을 확인한다. 결론에 해당하는 10장에서는 미디어와 종교를 ‘상상’(imagination)이라는 개념으로 연결하여 한국 사회에서 이 두 영역의 만남이 함의하는 바를 정리한다.”(24-25면).
이러한 전개를 통해서, 저자는 ‘매개 종교’ 속에 드러난 세속 사회의 종교를 향한 네 가지 ‘기대’를 다음과 같이 도출했다.(233-244면). 첫째, 종교는 그 사회의 일원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종교는 각종 사회 문제에 뒤로 물러나 있지 말고 무언가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셋째, 종교는 사회에서 정신적, 영적인 가치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넷째, 종교는 사회를 현재 지배하고 있는 가치, 규범, 질서와 차별되는, ‘다른’ 존재가 되어야 한다.
종교에 대한 사회의 기대는 한마디로 ‘더 나은 세상’으로서의 사회 변혁에 대한 열망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사회 변혁을 위한 과정에서 종교를 통한 상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저자는 종교의 가장 핵심적 역할을 사회 변혁의 불씨를 지피는 ‘상상’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 좋은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지 못한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최초의 원동력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미디어는 종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상상한다.”(253면). 반면에 미디어는 다시 종교가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249면). 이것이 바로 저자가 주목하는 미디어와 종교 사이에 있는 건설적 관계의 요체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미디어의 종교 비판을 그 사회의 종교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방증으로 읽어야 한다고 본다. 즉, 세속 사회는 종교를 향한 비판을 통해 역설적으로 아직 종교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하는 데 종교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 미디어와 종교의 관계 방정식의 함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사회 변혁과 관련해서 얼마나 중요하고 귀중한지를 성공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신앙의 본질적 차원을 넘어서 “왜 여전히 우리 사회에 종교가 필요한가?”라는 종교사회학적 물음에 답을 찾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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