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차 세계 복음화 국제대회’(The First 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로 시작된 로잔 운동은 지난 50년간 세계 선교를 위한 인플루언서와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왔다. 제1차 로잔대회의 공식문서인 ‘로잔 언약’(Lausanne Covenant)은 ‘세계 교회 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WCC)의 자유주의 신학과 대비되는 복음주의 선교 신학의 본질을 잘 담고 있다. 20세기 교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로 불리는 로잔 언약은 성경의 권위,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전도의 본질, 교회와 전도, 전도와 문화 등 선교의 본질과 현재 상황, 향후 과제를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기술했다.
무엇보다도 로잔 언약은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하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임을 천명했다. 로잔 언약 3항은 “우리는 모든 종류의 혼합주의를 거부하며 그리스도께서 어떤 종교나 어떤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도 동일하게 말씀하신다는 식의 대화는 그리스도와 복음을 손상시키므로 거부한다”라고 분명하게 선언한다. 타 종교와의 대화를 추구했던 WCC와 로마 가톨릭교회는 일반계시(general revelation)를 강조한 선교 운동을 펼친 반면,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조한 로잔 운동은 특별계시(special revelation)를 강조한 선교 운동을 펼쳐갔다.
로잔 운동은 초기부터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협력적 관계임을 강조해왔다. 선교 현장에서 “복음이 먼저인가, 빵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은 큰 의미가 없다. 이 두 가지는 언제나 함께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음을 거부한다고 빵을 주지 않는 선교사는 없을 것이고, 복음을 도외시하고 빵만 주는 선교사도 없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는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궁극성’(ultimacy)이라는 개념이 ‘우선성’(priority)이라는 개념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선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인데, 그것이 모든 선교사역에서 항상 첫 번째 임무가 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의 순서를 논쟁하는 것보다 이 두 가지가 지향하는 동일한 목표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든 선교사역의 목표는 소망 없는 죄인이 회개하여 구원자 되신 예수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2024년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한국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는 로잔 운동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인 동시에,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교회와 한국 교회가 공동개최하는 대회이다. 이 대회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다중심적 선교’(polycentric mission)의 다양한 영역을 조망하며 구체적인 선교 전략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대회가 될 것이다. 또한 다음 세대 선교의 로드맵을 함께 구상하며 모든 교회와 영역을 위한 그리스도를 닮은 리더들을 세우는 대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로잔대회의 주제는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이다. 이것은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라는 로잔 운동의 정신을 잘 담아내고 있다. 선교의 본질은 구원의 길이 되시는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그의 사랑을 세상에 나타내는 것인데, 이것은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로잔 운동은 다방향(multi-directional)으로 진행되는 현대 선교를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한 차원 더 깊은 선교적 협력과 파트너십이 일어나고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계 선교 운동의 변화에 주목한 국제로잔위원회는 리더십 구성과 참가자 선정에 있어서 현재 세계교회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자 힘쓰고 있다. 제4차 로잔대회의 프로그램 위원장은 홍콩 출신의 패트릭 펑(Patrick Fung, 국제 OMF 대표)이 맡고 있으며, 다수의 아시아 선교학자들과 선교 리더들이 신학위원회와 프로그램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비교적 짧은 기독교 역사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부흥과 기도 운동을 경험했다. 지난 세기에 미국 교회와 영국 교회는 자유주의 신학의 거센 도전 앞에서 고전했지만, 한국 교회는 성경을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견고한 복음주의 신앙 위에 서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의 도전 앞에서 한국 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국 교회에 만연한 개교회주의, 성장주의, 물량주의는 한국 선교 운동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제4차 로잔대회는 한국 교회의 승리주의를 자랑하는 시간이 아니다. 한국 교회가 단기간에 성취한 부흥과 선교 운동의 모델을 다른 국가에 이식(transplant)하는 시간도 아니다. 그보다는 하나님의 구별된 백성으로서 겸손(humility)과 정직(integrity)과 단순성(simplicity)을 회복하여 세계 복음화를 위해 더 깊이 헌신하기로 다짐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제4차 로잔대회를 준비하는 한국준비위원회의 기도와 소망이다.
로잔 운동은 세계 복음화라는 확고한 비전을 위해 자발성과 유연성, 협력과 동역에 근거한 글로벌 선교 운동의 플랫폼으로 귀한 역할을 감당해왔다.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성경의 절대적 권위에 기반한 복음주의 선교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로잔 운동은 영적인 활력과 창의적인 전략들을 제공했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 선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온 한국 교회가 이번 로잔대회를 통해서 로잔의 정신인 겸손과 정직과 단순성을 체득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우리 안에 있는 승리주의‧영웅주의적 태도를 내려놓고, 예수 그리스도의 우주적인 교회의 일원이 되어 세계 복음화를 위해 겸손하게 협력하고 동역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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