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내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만나게 된 데는 크게 세 가지의 계기가 있다.
첫 번째 계기는 신국원 교수님의 책, <니고데모의 안경>을 통해서였다. 인류학과에 진학하여 인류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기초를 배우면서, 그동안 교회에서 자라며 배워 온 것들과, 대학 수업에서 배우는 (교회에서 흔히 '인본주의'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사상과 이론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인문사회과학을 배우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아니, 기독교 신앙과 인문사회과학이 양립 가능한 것인지 심각한 회의를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선배로부터 <니고데모의 안경>을 선물 받아 읽게 되었고, 그동안의 혼란과 방황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세계관은 세상을 보는 안경이고, 복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설명을 읽으며, 눈이 번쩍 뜨이게 되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마음껏 관찰하고, 음미하며, 거기에 이름을 붙이고 질서를 부여해 가는 학자의 여정이,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성취해 나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신앙과 학문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기독교 지성의 길을 걸어오신 선배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새롭게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진보적 학문과 이론이 나의 신앙을 위험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전전긍긍했지만, 학문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안경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에는, 오히려 자유롭게 다양한 안경을 끼고 벗어 보며,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하나님이 주신 지성과 하나님이 역사의 주인 되심을 고백하는 믿음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안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시대를 진단하는 사회과학도의 길을 걷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두 번째 계기는 석종준 목사님과 만남이었다.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여러 가지 사상과 이론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신앙과 학문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친구를 통해 석종준 목사님을 소개받아서 만나게 되었다. 당시 한참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이론을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었는데, 철학을 전공하신 석 목사님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푸코 이야기를 했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목사님과의 대화에서 흥미를 느끼던 중에, 마침 목사님이 내 절친한 동료 이경건 박사(현재 조지아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를 비롯한 다른 대학원생과 기독교 세계관 책 모임을 한다는 것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모인 동료들과 함께 기독교 지성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읽고, 책 내용과 각자의 연구 분야에 비추어 열띤 토론을 나누었다. 그러면서 혼란스러운 시대에, 학자로서 부름받은 우리가 어떻게 신앙하고 공부하며 살아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
마지막 계기는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신앙과 삶> 편집위원에 참여한 것이다. 2019년 여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일본에 유학을 온 이후로, 한국에서처럼 신앙과 학문에 대한 고민을 깊이 나눌 수 있는 동지들과 멀어진 것이 늘 아쉬웠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고립된 시간이 길어지고, 그 와중에 외국에서의 새로운 학위과정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전에 품고 있었던 그리스도인 지성으로서의 비전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그저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중에 석종준 목사님으로부터 <신앙과 삶> 편집위원 제의를 받고,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편집회의에 참여하게 되면서, 나에게 그리스도인 지성의 비전을 처음으로 심어 주신 신국원 교수님을 비롯하여, 그리스도인 학자로서 오랜 기간을 헌신해 온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신앙과 삶> 기획을 위해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가운데, 그동안 유학 생활 가운데 희미해져 있었던 신앙과 학문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시 환기할 수 있었고, 다시금 비전의 끈을 붙잡을 수 있었다. 여전히 미숙한 부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경청해 주시고, 도와주셨던 많은 편집위원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통해 감사드린다.
지난 십수 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서, 각자의 학문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며, 동시에 후배 세대의 기독 지성인들을 육성하기 위해 힘써 오신 선배들의 수고와 헌신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감히 헤아려볼 수 있었다. 그동안의 동역회의 많은 선배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나 역시도 그분들을 따라 신앙과 학문의 길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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