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필자는 물리교육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필자 본인의 전공은 이론 물리학이고, 따라서 ‘교육’과는 무관한 분야를 전공한 셈이다. 물리교육과는 ‘물리 내용학’과 ‘교과 교육학’의 두 축을 고르게 가르쳐야 하니, 필자와 같은 순수한 물리 전공자도 학과에 필요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필자는 물리교육과라는 특수한(?) 환경에 소속되게 되면서, 이론 물리학자로서의 삶만을 살았던 과거에는 고민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첫째, 어떻게 하면 물리학을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도록 할 것인가? 물리학을 즐겁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과학자로서의 본분에 어긋나며, 예비 교사들을 위한 옳은 길도 아닐 것이다. 전문적인 연구자가 아닌 이상, 예비 교사들에게 물리학의 모든 것을 다 가르치거나 다 이해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의 ‘이상’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수술이나 해부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의사의 자격을 주지 않는 것처럼, 자연의 근본적인 법칙을 어렴풋이나마 경험한 사람들만을 교사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러면 학생들에게 양자 역학이나 일반 상대성 이론과 같이 어렵지만 근본적인 이론들을 어느 정도 ‘수준 있게’ 가르치면서도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따라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끌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난 수년간, 전반적으로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난이도가 높은 수학이나 과학의 주제들이 (수많은 현실적인 사정들에 의해서) 배제되어 왔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대학 교육의 수준이 기존보다 낮아지거나, 내용적으로 많은 부분을 포기하게 되거나, 아니면 대학에 와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업 포기자들이 발생하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제도의 문제이며, 학생들이나 예비 교사들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자연의 법칙이 무엇인지,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그것을 단순히 표면적인 공식 암기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느끼고 자신의 것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은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어려운 일이 되어가는 것 같다.
둘째,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좋은 교사가 되도록 도와줄 것인가? 그런데 ‘좋은’ 교사란 무엇인가? 필자인 나는 좋은 교사인가? 내가 강의하는 법을 학생들이 보고 배우고 싶어할 만한, 그런 강의가 되도록 나는 준비하고 있었는가? 더욱이 지난 몇 달간 들려온 소식들, 특히 일선 학교에서 교사가 자살했던 사건들에 대해 듣고 나면, 사범대학에 있는 필자의 모습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제자들에게 “더 열심히 준비해서 교사를 해라, 이 길은 귀한 길이고 가치 있는 길이며, 정말 최선을 다하면 보람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현장으로 배출된 교사들은 과연 실제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과연 우리 교사들이 만나게 될 학생들은 진짜 ‘과학함’에 관심이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과학에는 관심이 없거나, 선행 학습에 찌들어 있거나, 대입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대입을 위한 문제 풀이를 잘 가르치는 것만이 좋은 교사의 조건이 된다면, 결국 대학에서 예비 교사들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공들여 가르칠 필요는 없었던 것은 아닐까? 누가 이런 현실을 만든 것일까?
아주 부끄럽지만, 과연 우리는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얼마나 두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과학과 이성도 진리를 탐구하는 일반 은총의 영역에 속해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는, 심지어 우리 신앙인들은, 이러한 일반 은총의 영역 안에서 진리를 찾는 것에 정말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진리에 대해서 너무 일찍 만족한(?) 나머지, 세속의 학문이란 좋은 대학에 보내주고, 안정적 직장과 높은 연봉과 고귀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게 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진리’의 가치를 ‘돈’의 가치보다 더 귀하게 여기고, ‘돈’을 ‘진리’보다 부러워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만나는 과학 덕후(?)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가끔 보면 과학이 정말 좋아서, 굶어 죽어도 이 길을 간다고 할 사람들을 찾게 된다. 그들에게서 내 모습도 겹쳐 보이는 것 같다. “이 사람을 키워줄 방법은 뭐가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할 때, 부담감과 기대감을 함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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