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다음 성경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임무 수행을 해 온 군인이다.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사 43:2).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2021년 임관하여 3년간 수상함과 잠수함을 오가며 우리나라를 최일선에서 지켜왔다.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시지 않았다면 나와 승조원들, 그리고 우리 장비들이 온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 “성령이 우리에게로 임하시면 땅끝까지 당신의 증인이 되리라”(행1:8)는 그 말씀을 붙들어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 위에서든 바다 속에서든 함정근무를 하면서 더더욱 예배를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었다. 가장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임무를 수행하다 마주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하나님이 우리 승조원들을 살려주셨고 동료들로부터 나의 평소 기도 덕분이라는 말을 들은 날이었다. 무탈하게 모항으로 복귀한 후 동료 승조원들은 내가 기관실에서 성경을 읽으며 그 잠수함을 위해 기도해준 덕분에 살아 돌아왔고 그게 너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다.
나는 하나님의 존재가 이렇게 믿지 않는 자들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많이 감사했다. 후술하겠지만, 현재 나의 진로는 바뀌었다. 이제는 군함을 타고 임무 수행을 하는 대신 해군사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요원이 되었다. 만약 그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래서 당시 주님의 역사하심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하나님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나의 삶 가운데 함께하신 주님을 계속 소개하고 싶다. 비단 나와 함께 근무했던 승조원들뿐만 아니라, 내가 가르칠 학생들에게도 주님이 어떤 분인지를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것이다.
첫째, 하나님은 우리가 너무 부족하지 않게 하시는 분이다. 나에게는 결코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없었던, 하나님이 하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던 은혜가 있었다. 나는 해군사관학교 1학년 시절, 그간의 취득 학점과 체력 및 인성 평가를 종합한 결과 우리 해군을 대표하여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었다. 그래서 독일 해군장교학교에 ‘국외 위탁교육’(국비유학)을 받고 올 수 있는 은혜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낯선 독일 땅을 밟아보니 그 길은 너무나 험난했다. 첫 시험에서 2과목은 낙제 점수였다. 매 학년이 끝나고 성적 종합 때 1과목만 낙제를 받아도 그 학년 전체 재수강이 원칙이었지만, 나와 같은 국외 위탁생의 경우에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뿐 아니라 지원받은 장학금도 모두 반납해야 했다. 학생들을 지도하던 당시의 독일 장교들에게 종종 불려가 다음 시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귀국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학업 서열은 당연히 꼴찌에 가까웠고 독일 동기들에게도 우리나라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해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학업으로 더 노력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이미 첫 시험 때도 상당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시험에서 더 나을 것 같지 않았다. 시편의 다윗이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하듯이 나 또한 하나님을 붙잡고 기도하는 것 말고는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원하셨던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는지, 그다음 시험에서는 놀랍게도 이전의 낙제 과목들에서 1등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낮아져 앞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을 때, 하나님은 이렇게 일하셨다.
둘째, 하나님은 우리가 너무 부하지 않게 하시는 분이다. 독일 유학생활 3년(2~4학년)을 준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초군반(신임 임관 장교 대상 교육과정)’이 시작되었다. 가장 낮았을 때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세상적 교만과 자신감이 가득 차 있던 나였다. 내가 하나님을 찾지 않자 하나님께서는 당신께 돌아오도록 다시 환경을 만드셨다. 초군반 첫 시험에서 압도적 꼴찌를 했던 것이다. 골프웨어 아울렛을 2곳 운영하시던 아버지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손님이 없어 사업을 접으셨다. 뇌출혈 이후 병석에 계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지침으로 장례식장에도 갈 수가 없었다. 또한 우울한 마음을 이겨내고자 동기들과 축구를 하던 중 인대가 심하게 파열되어 정상적인 함정근무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주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실까?” 나는 하나님을 원망하면서도 오랜만에 주님과 다시 교제를 시작했다. 너무나 교만하고 잘나가는 것 같던 나머지 하나님을 찾지 않던 나에게 주님이 주시는 경고이자 다시 돌아가라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나는 남은 초군반 기간 교만을 온전히 내려놓고 처음으로 그리스도인 동기들을 모아 소그룹 QT 모임을 시작했다. 그 덕분에 나와 동기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에 갈 수 없는 상황 가운데에도 하나님을 중심에 둘 수 있게 되었다.
셋째, 하나님은 우리의 갈 길을 믿음으로 인도하시는 분이다. 내가 존경하는 기독교 변증가 노진준 목사님은 로마서의 바울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내가 감옥에 있더라도 즐거워하며, 내가 부하고 형통한 상태에 있더라도 자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이 하나님의 주권 하에 다스림과 계획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믿음이다.” 내가 경험한 하나님은 내가 너무 부족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부하지 않게 인도하시는 분이시다. 솔로몬도 잠언을 통해 이야기하듯(잠 16:9), 하나님은 우리를 향한 비전을 세워놓으시는 분이시다. 감사하게도 나는 작년 10월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전임직 교수로 사전 임용이 되어 그 첫걸음으로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 중이다. 너무나도 부족한 나인데, 어찌하여 이런 은혜를 부어주시는지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교만 가득한 스타 교수가 되어 나의 유익을 채우기를 바라시지는 않을 것이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스스로 낮아지는 가운데 현재 출석 중인 교회를 섬기며 해군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자가 되기로 다시 다짐한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