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기독교 세계관 개념의 총체적 입문서
<세계관, 그 개념의 역사> / 데이비드 노글 / CUP, 2018, 2024(2판)
<세계관, 그 개념의 역사>(CUP, 2018, 2024)는 댈러스 침례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노글(David K. Naugle, 1952~1921) 교수의 대표적 역작이다. 본서는 부제와 같이 ‘세계관’의 개념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본서는 단순히 세계관이라는 단어의 어의적인 역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본서의 기여와 강점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본서는 세계관 논의의 신학적 범주를 넓혔다. 지금까지의 국내외에서의 세계관 논의는 대부분 개신교, 특히 스코틀랜드 장로교 신학자 오어(James Orr)와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카이퍼(Abraham Kuyper)가 제시한 ‘창조-타락-구속’의 틀에 머물렀다. 하지만 저자는 2장에서 세계관의 문제를 개혁주의 신학의 범주를 넘어 가톨릭 및 동방정교회 신학의 범주까지 넓혔다. 특히 주지주의적 전통이 강한 개혁주의적 사유의 중요성을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강력한 성례전적 전통 속에서 살펴본 것은 본서만의 독특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용어와 외형은 다를지언정 저자는 이들 역시 기독교 세계관적 전통 속에 있다고 본 것이다.
둘째, 본서는 세계관 논의의 학문적 영역을 넓혔다. ‘세계관’(Weltanschaaung)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18세기 후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였다. 그러므로 본서의 4-6장에서 세계관 개념을 다룬 19세기, 20세기 철학자들을 살펴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저자는 이성의 절대성을 믿었던 계몽주의자들의 확신을 비판하면서 생각보다 이성이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고 더 근원적인 세계관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는 후에 기독교 세계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초석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관 개념의 논의를 철학사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7장, 8장에서 저자는 여타 학문영역에서 세계관의 의미와 역할을 제시한다. 7장에서는 20세기 과학철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가장 객관적이라고 하는 자연과학조차 신앙고백과 같은 세계관적 기초 위에 세워져 있음을 논증한다. 저자는 자연과학이 그렇다면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현상을 다루는 사회과학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이 강력한 세계관적 기초 위에 세워져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학문 세계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본서는 세계관 논의의 신앙적 함의를 확장하였다. 19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 독일과 유럽, 영어권에서는 철학은 물론 여러 학문영역에서 세계관이란 용어를 다양한 의미와 문맥에서 사용하였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꽃을 피운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가장 크게 기여한 영역은 역시 신앙의 영역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9장에서 세계관 개념을 죄와 영적 전쟁, 은총과 구속의 교리에 대한 바른 성찰과 연결함으로 세계관에 대한 성경적 이해를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세계관에 대한 성경적 이해에 머물지 않는다.
11장에서 저자는 세계관의 실제적인 신앙적 유익을 세 방면에서 잘 요약하고 있다. 먼저 그는 철학적으로 정교한 기독교 세계관은 “그리스도인들이 순진한 신앙주의, 반지성주의의 스캔들, 문화적 반계몽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한다(569면). 또한 신학적으로 바른 세계관은 이원론의 위험을 극복하고, 그리스도인들의 시야를 열어서 “대양처럼 드넓은 신앙관을 갖게 해준다.”(570면). 마지막으로, 영적으로 바른 세계관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인격을 변화시키고 긍정적인 영적 변화를 이루는 놀라운 힘”을 가지며, “더 광범한 문화 안에서 변혁과 변화를 촉진할 놀라운 잠재력”을 지닌다(572면). 그렇다면 바른 세계관에 기초한 신앙이야말로 성숙한 신앙이 아닐까!
필자가 보기에 본서는 지난 40년간 한국에서 출간된 기독교 세계관 분야의 책 중에서 가장 심층적이고, 포괄적이며, 학술적인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두 가지 눈에 띄는 약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첫째, 기독교 세계관이 자칫 성경주의 이데올로기에 빠질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은 것이다. 정확한 시기를 밝히는 것은 어렵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이나 북미주에서 일부 기독교 세계관 운동가들은 극우 정치 이데올로기에 오염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혁주의 운동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성경의 권위라는 단단한 기초 위에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이 단단함이 지나치면 극우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마지막 11장에서 기독교 세계관의 위험을 논하면서 이러한 위험을 미리 경고해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 이걸 약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서는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이기 때문에 상당히 난해하다. 그래서 신학이나 근현대 철학, 과학철학, 사회과학 이론 등의 배경이 없는 독자들은 읽기가 쉽지 않다. 어려운 책을 이 정도라도 번역한 것은 칭찬할만하지만 번역본 역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는다면 충분한, 아니 넘치는 보상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서가 기독교 세계관에 관한 가장 철저한 분석과 적용을 시도한 명저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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