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우리나라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의 수는 2023년 18만 명이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유학생 수를 2027년까지 30만 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외국 유학생들이 증가하는 오늘날의 현상은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 이 글은 그러한 점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보다 학업을 위해 타국인 우리나라에 온 유학생들을 신앙의 관점에서 어떻게 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3년 8월에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여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 한다. 유학생의 적극적인 유치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첨단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며, 대학의 세계(글로벌) 경쟁력의 강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언론들은 대학들이 유학생을 대하는 태도를 다음 두 가지로 단순화하여 보여준다. 먼저, 서울의 일부 주요 대학들의 경우는 유학생 유치를 부족한 교육재정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외국인 유학생들의 등록금을 국내 학생에 비해 2~5배 가량 올려 받고 있다.(서울경제신문, 2017. 08). 반면 지방대학의 경우는 등록금을 깎아주고, 어학 기준을 낮춰주는 등 외국인 유학생에게 ‘헐값’으로 학위장사를 한다.(경향신문, 2017. 08).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하는 기독교계의 관점은 양면적인 성격을 갖는다. 유학생들이 증가하던 초기에는 한국에 온 외국 유학생, 특히 공산국가나 회교권 나라의 학생들에 대해 그들을 전도와 선교의 대상으로 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가 그 편협한 시각을 반성하면서 유학생들을 보다 온전한 인격적 주체로 보는 자세로 변화하였다.
“기독교 대학이라 할지라도 종교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외국인 유학생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중 기독교가 아닌 종교를 가 지고 있는 학생들이 전체 70% 이상이다. 전형적인 예배 형식을 강요하기보다 보편적 인 사랑이나 이웃 섬김 등의 가치를 언급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학생을 포교의 대 상으로 바라보지 말고 섬기며 존중하는 자세가 첫 번째 덕목”이라고 강조했다(국민 일보. 2024.07)
외국인 유학생 문제는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는 복잡한 이슈이다. 한 국가의 정부는 외국 유학생들이 가져올 국가적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대학에서는 유학생들이 기여할 대학발전의 요소를 따져볼 수도 있다. 교회는 선교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한국에 와 있는 유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점들을 모두 인정한다 해도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와 원칙은 변할 수가 없다. 사람을 대상화하여 자신들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목표가 아무리 거창하고 거룩하게 보여도 사람을 그 일을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은 성경적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어떤 나라에서 온 유학생이든 그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이며, 예수께서 대신 죽으실 만큼 존귀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유학생들에 대해 우리는 환대의 정신으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대는 ‘우리의 초청’에 기인한다기보다 ‘그들의 방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환대한다는 것은 그들을 대면할 때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먼저 고려하기 전에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신앙이 없는 정부나 대학에 요구하기가 어렵다면, 최소한 교회나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그들을 우리의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보기에 앞서, 그들의 필요를 세심하게 살펴 그것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유학생들의 필요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에는 참다운 지식에 대한 갈증 해소와 지식 습득의 방법론에 대한 이해 등이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유학생들을 만나는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이 자기 나라에서 충족되지 못한 다양한 배움의 기회들을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하여 교육을 통해 유학생들이 개인적 안녕(well-being)을 누릴 뿐 아니라 나아가 사회적 평화(shalom)를 실현하는 일을 돕는 것이 신앙인의 중요한 책무성이 아닐까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는 중국에서 석박사과정으로 유학 온 대학원생들이 많은 편이다. 그들 중 많은 경우는 학위과정을 쉽게 마치려는 (불순한) 의도로 지방에 있는 대학을 선택한 듯하다. 그러나 일부는 교육을 받으면서 새롭게 경험하는 배움의 힘에 이끌려 공부 그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공부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것도 종종 보게 된다. 환대의 정신으로 강의실이나 연구실에서 그들을 대하는 교수의 태도로부터, 그룹 토론과 대화로 이루어지는 개방적 수업 방식과 질문과 성찰로 이어지는 배움의 일상화는 그들에게 작은 충격이 되곤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은 본국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배움의 기쁨을 맛보거나 인생의 중요한 실존적 깨달음을 얻곤 한다. 공부를 마친 한 학생이 필자에게 준 편지 글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
“나는 W 대학교에서의 학습 경험을 매우 그리워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의 공부는 나를 참된 자아로서의 자기(self)를 알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의 배움은 끝없는 성찰을 통해 나 자신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 때 비로소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고 우리를 형성하는 사회를 바르게 이해하게 됩니다. W 대학교에서의 공부는 그러한 이해, 즉 자신의 참된 자아와 내가 살아가는 사회와 세계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RN).
* 필자의 최근 책, <시로 읽는 교육의 풍경>에 중국 유학생들의 한국에서 한 새로운 교육적 경험에 대한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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