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오늘날 한국 경제가 GDP 기준 세계 13위 정도에 도달하고 K-컬처가 세계화 되고 있는 데 힘입어 한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숫자는 18만 명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 온 외국인 유학생 수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감소한 외국으로 나간 한국인 유학생 12만 명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다. 한편 국내 다수 대학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에 대처하고 글로벌 대학평가에서 국제화 지표를 높이고자 향후 더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기에, 한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수의 역전현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최근 한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의 급속한 증가는 선교적 차원에서도 대학 교회를 비롯한 한국 교회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나는 이 새로운 외국인 유학생 물결이 한국 교회가 세계선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오늘날 한국 사회 각처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많은 그리스도인이 과거 외국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처음으로 복음을 알게 된 선례를 비추어 볼 때 분명해진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는 경북대학교에도 약 1,400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어학연수생, 교환학생, 학부생, 대학원생 등으로 재학하고 있고, 대학은 점점 그 숫자를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현상에 발맞추어 대학 교회를 비롯한 대구 지역 몇몇 교회도 수년 전부터 유학생을 위한 외국어 예배를 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유학생이 처음으로 복음을 듣고 세례 교인이 되었고 또 학업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국 후에도 가족과 직장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필자가 섬기는 경북대학교회에도 매년 세례받는 유학생이 생겨나고, 졸업생들이 귀국 후 각자 전문직에 종사하면서도 그리스도인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나는 여기서 글로벌화가 일상화되어 외국인의 유입이 날로 증가하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 대학 교회를 비롯한 지역교회의 유학생 선교사역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북대학교회의 유학생 사역을 사례로 소개하며 유학생 사역의 의의와 긍정적인 방향성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경북대학교회는 약 15개국 50여 명의 외국인이 주일에 함께 예배, 식사, 말씀 나눔을 하고, 주중 기도회와 성경공부 모임을 하는 신앙 공동체이다. 교인 대다수가 외국인 유학생, 연구원, 교수이지만 소수 이주 직장인도 있다. 그래서 교인들 다수가 학업 기간과 근무 기간이 각각 다르기에 교인들은 늘 주안에서 처음 만나는 반가움과 정든 이별을 경험한다. 그리고 다언어권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이기에 교회에서 행해지는 모든 모임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통용한다. 또 구성원들이 모국에서 다양한 교파의 배경을 갖고 있기에 경북대학교회는 사단법인 대학교회연합회(CCA)에 소속된 초교파 교회이며, 교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각 소모임 리더를 비롯한 교회 대표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와 교인 총회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특징을 가진 경북대학교회는 유학생을 예수의 사랑으로 환대하고 그들이 복음을 통해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하여 각처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동역자로 세워지는 것을 목표로 선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필자도 정년을 앞두고 대학 교회에서 유학생을 섬기고 싶은 마음에서 5년 전 경북대학교회 유학생 선교사역에 동참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유학생 선교 교회에서 여러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이 글을 통해 유학생 선교사역의 성경적 의의와 유학생 선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몇 가지 개인적 의견을 밝혀 보고자 한다.
첫째, 유학생 선교사역은 다국가, 다인종, 다문화로 모인 교인들이 국가, 인종,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주안에서 한마음으로 교제하고 찬양하며 예배하면서, 성경 속의 초대교회가 보인 한 몸 된 믿음 공동체를 체험하게 한다. 그래서 유학생 선교 교회는 예수의 사랑으로 모든 경계를 허물고 형제가 연합하여 선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오늘날 민족, 인종, 이념, 등의 경계로 분열되어 경쟁과 갈등을 겪는 현대사회에 화합과 일치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유학생 선교사역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주인의식을 갖고 상호 호혜적 입장에서 형제를 지키며 돌보는 수평적 공동체를 만들게 한다. 물론 유학생들은 처음에 한국의 이질적 환경에 적응하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교회로부터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학생들도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하나님의 같은 형제자매로 동질감을 갖게 되면, 한국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와 지역에 봉사하며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기쁨으로 동참하게 된다. 이 예로 경북대학교회의 유학생들은 경북대기독학생연합회 주관 캠퍼스 예배 및 전도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경북대의료선교회가 주관하는 매학기 유학생을 위한 무료진료에도 통역과 안내로 자원봉사를 하며, 또 지역교회 대학생들과 연합하여 노숙자를 돌보는 사역에도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셋째, 유학생 선교사역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20)는 예수님의 대위임령을 실천하게 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유학생이 학업을 마치고 귀국할 때는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잘 훈련된 전문직 선교사를 그들의 본국으로 파송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세계 각처에 퍼져 있는 유학생 동문들은 유학생 선교 교회가 향후 지속적으로 땅끝까지 세계선교를 할 수 있는 중요한 네트워크가 된다. 이런 차원에서 경북대학교회도 여러 국가에 거주하는 유학생 동문들과 지속적으로 교제하며, 후속 선교사역으로 몇 차례 아프리카, 아시아 몇 국가를 방문하여 그곳의 동문들과 동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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