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외국인 유학생과 교직원들을 상대로 사역하고 있다. 한동대학교의 영문 명칭인 ‘HGU’ 가운데 ‘G’는 공식적으로 ‘Global’의 약자이며, 이 문구가 들어가 있는 만큼 단순히 대학교가 위치해 있는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넘어서 보다 폭넓은 국제적 정체성과 교육이념을 추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HGU’는 Handong God’s University로 불려지기도 한다. 이는 국제적 정체성과 더불어 한동대학교가 기독교 대학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한동대학교 뿐 아니라 국내 많은 대학이 저출산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외국인 학생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기독교 대학과 한국 교회는 이러한 현상을 기독교 선교적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한동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사역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외국인 유학생들의 유입이 증가하는 지금은 분명 선교에 대한 ‘인식의 전환’(Paradigm Shift)를 촉구하는 시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선교’라고 하면 대부분 해외 선교를 떠올렸을 것이다. 게다가 개발도상국 혹은 오지가 일반적인 선교지로 인식되었다. 한국 교회는 선교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세계 곳곳으로 선교사를 파송해 왔고, 그 성장과 선교 열정은 실로 대단하다. 최근 한국에 온 외국 유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선교적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선교 전략의 다각화도 시급한 시점이다. 한동대학교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상당수는 그리스도인이며, 학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기독교 대학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성경의 가르침과 제자훈련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전공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말씀 안에서 잘 훈련되어 본국으로 돌아가는 선교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한동대학교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 50개국에서 온 2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유지되고 있다. 대부분 모국어와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알며 한국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꽤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어떻게 그들을 말씀 안에서 양육하느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3년도까지의 한동대학교 국제처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삼 년간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은 바로 영어 강의 부족과 유학생들을 위한 진로 및 진학 지원 프로그램의 낮은 만족도였다. 이 소통의 벽을 효과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실상 말씀을 통한 심도 있는 양육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국제화된 교과/비교과적 학습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과 같은 현지 적응 지원과 이들을 섬기는 특성화된 그룹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신앙지도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내 제공되고 있는 기독교 과목이 너무 기초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학생 상당수가 이미 그리스도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에게 필요한 심화 성경교육과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개인적인 ‘멘토-멘티’ 구조 아래 영적인 성장을 돕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한동대학교에서는 재학생 중에서 ‘새내기 섬김이들’을 세워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돕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왔다. 이 섬김이들을 통해 대학 생활 교육(Honor Code, 에티켓 교육 등), 동료 신입생들과의 관계, 대학 생활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이에 대한 외국인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공동체의 소속감을 강화하고 각종 예배와 기도 모임을 활성화하는 초석을 마련했다.
셋째, 이러한 선교적 기회가 왜 어떤 이들에게는 교육의 위기로 인식되는 것일까? 아무리 유익한 일이라도 항상 양면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가장 큰 위기라고 한다면 비그리스도인 유학생들이 대거 유입되었을 때 기독교 신앙과 정체성에 대한 위협을 우려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동대학교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행된 설문조사를 통해 학교의 필수 채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민원을 확인한 바 있다. 사도신경이라든지 성경 읽기 운동 그리고 필수 기독교 신앙 관련 교양과목들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었고, 학교에서도 다원주의적인 정책과 정체성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 의견도 있었다. 기독교 안에서도 다양한 교파들과 신학적 입장들이 존재하고, 타 종교들에 대한 존중과 이해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외국인 유학생들이 유입되어 오히려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흐리고, 세속화를 부추긴다는 견해를 간과할 수만은 없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은 고심과 연구 그리고 기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속화를 극도로 경계하면 기독교 공동체는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이미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학생들만 영입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선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태복음 28장 18-20절에 나온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레위기 19장 33절-34절에 “거류민이 너희의 땅에 거류하여 함께 있거든 너희는 그를 학대하지 말고, 너희와 함께 있는 거류민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거류민이 되었었느니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라는 말씀이 있듯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유입은 분명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선교적 기회이다. 그들의 필요를 잘 살피고, 바른 신학과 말씀으로 원활히 소통하는 일에 한국의 기독교 대학들이 앞장선다면, 이는 교육의 위기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선교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