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영국인 유학생이다. 평생을 기독교 가정에서 살아왔고 17살에 세례도 받았지만, 진지하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지는 못했다. 또 나는 대학교 2년을 다니면서, 트라우마가 남을 만한 여러 사건을 경험했지만, 제대로 치료는 받지 못했다. 대신 그것으로 주변 사람들을 은근히 미워하는 강퍅한 마음이 생겼다.
나는 매주 집에서 성경공부와 새신자 프로그램을 돕고, 큰 행사를 인도하는 등 캠퍼스에서 전도 활동에도 함께 하고 있었지만, 하나님과 너무 멀어져 있었다. 성경공부에 참여하면서도 몇 달 동안 성경을 읽지 않았고, 교회보다 클럽을 더 자주 갔기에 죄책감이 나를 집어삼켰다. 죄에 너무 익숙해져 내 죄의 잘못조차 볼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당연히 하나님과 점점 더 멀어졌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한국행도 다소 애매한 결정이었다. 언니가 오히려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지원도 했지만 여러 번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첫 지원에서 합격했다. 하지만 언니가 받아야 할 축복을 내가 대신 받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고,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오는 데도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한국은 왠지 나에게 잘 맞지 않는 것 같았고, 이미 영국에서의 삶이 편안했기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고민 끝에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
나는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무사한 여정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며 다시 신앙을 되찾으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세상에 발을 함께 딛고 있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첫 며칠 밤을 클럽에 가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사람을 좋아하는 기질도 있어서 한국에 온 첫 학기는 신앙보다 밤 문화를 더 우선시하였다.
그런데 지난 학기, 캠퍼스 전도를 통해 한국외국어대학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습관대로 주일 예배에는 계속 참석했지만, 교인들과 교제를 쌓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여전히 클럽에 가서 술을 마셨고 일요일에 교회에 가서는 졸린 잠을 겨우 참곤 했다. 교회에 나가면 죄책감이 경감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는 갈수록 더 커졌다. 목사님이 설교하는 동안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고, 너무 무서워서 앞을 쳐다보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매주 설교 말씀이 내가 지은 죄를 늘 다루기 때문에, 소그룹 모임에서 내 삶을 감시하는 CCTV가 교회에 있는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말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해버렸다. 그런데 그날 밤 나는 내가 이 세상에 너무 깊이 빠져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나 자신이 하나님께 나아가기에는 너무 무가치한 존재라고 느꼈기 때문이고, 내 죄가 완전히 용서받았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밤에는 내가 필사적으로 유지하려고 했던 이중적인 삶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나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일예배와 수요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석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예배 중에 마음속으로 간절히 부르짖으며 눈물로 하나님을 찾았다.
어느 수요일 저녁, 목사님은 교회에 모인 사람들을 위해 한 사람씩 기도해 주셨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실 때 그 기도가 내 마음을 꿰뚫었다. 하나님께서 “너는 왜 무의미한 술과 무의미한 밤에 인생을 낭비하고 있냐.”라고 질문하시는 것 같았다. 또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 주일에 나의 멘토가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님에 대해 말해주었다. 전에 나는 평생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성령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한 모든 사람 안에 이미 성령님이 살아 계신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성령님이 내 안에 살아 계시지만 그분의 보호와 인도를 무시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령님이 내 안에 이미 계심에도 불구하고 나이트클럽에 가서 불경한 것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이 죄책감이 나를 압도했고 마침내 삶을 바꾸고 영적인 주님의 제자가 되기로 했다. 나아가 내가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도록 도움을 준 교회 친구들을 통해 교회 안에서 하나님이 분명히 일하시는 것도 처음으로 느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영국에서 이 작은 교회가 있는 대학 캠퍼스로 인도하셔서 내 인생에 그분의 더 큰 계획을 보여주셨다. 21년 동안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고 내 인생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하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지만, 하나님은 변함없이 내 손을 잡고 그 어둡고 혼잡한 방에서 계속 내 이름을 부르셨다. 내 불결한 마음에 성령을 사슬로 묶으시고 나를 그분의 소유로 삼으셨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평범한 외국인 유학생으로 한국에 왔지만, 지금 이렇게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를 간증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은혜와 사랑은 없다. 이 확신으로 이제 이 세상의 모든 세속적인 것들을 끊고 영적으로 더 훈련된 삶을 살고 싶다. 세상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마셔봤지만, 예수님께서 주시는 생수처럼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은 없었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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