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중앙아프리카 가봉 출신으로 수도 리브르빌(Libreville)에서 나고 자랐다. 가봉에서는 사립학교인 가톨릭 학교의 교육 시스템이 최고로 여겨지기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줄곧 가톨릭 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이과를 택했는데, 공부하다 보니 이과 쪽의 공부가 나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때 문학이나 경제학 같은 문과로 방향을 바꿀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은 나에게 이과가 맞는 길이라고 인도하시는 것 같았고, 그래서 결국 이과에 남기로 했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하나님이 인도하신 길이라면,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능력도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나는 학업 스트레스를 받으며,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위한 마지막 시험 준비로 한창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계적인 유행병 코로나19가 강타했다. 우리는 다행히도 마지막 학년 수업 절반 이상을 마친 상태였고, 커리큘럼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이 남지 않았다. 다만 다른 해의 선배들처럼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모의고사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심각한 상황이 지나간 약 3개월 반 후, 위생 안전 조치가 어느 정도 마련되었기에, 우리는 다시 학교에 돌아가 약 한 달 반 동안 집중적인 학습 기간을 갖고 모의고사를 보았으며, 2020년 8월에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 유학을 결정했다. 그래서 2021년 고국 가봉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했고 절차도 모두 마쳤다. 마침내 2022년 한국에 왔고,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우선, 거의 1년 동안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에 집중했고, 대학 입학에 필요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도 통과했다.
2022년 3월 경북대학교 생명공학부에 입학했다. 1학년 동안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고, 성적도 좋았다. 다만 대학의 시스템을 익히느라 스트레스가 좀 있었다. 모든 것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그 속도에 압도되지 않았고 수업과 시험공부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리고 대학 생활 첫해에, 정신건강을 잘 유지하고 계속 전진해 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기도 생활과 성경 읽기, 친구 사귀기, 적절한 야외 활동 즐기기라는 것도 알았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매일 행복하게 주어진 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만약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를 상상도 할 수 없고 아마 오래전에 학교를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나는 2학년이 되자 깨달았다. 나의 한국어 실력이 1학년 때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2학년 수업은 차원이 달랐다. 수업의 20%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따라가려고 수많은 밤을 공부로 지새우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대부분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계속 울며 지냈다. 매일 불안감의 지배를 받았다. 마치 눈앞에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로 매달렸다. 하나님께 이 불안의 상태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수업을 잘 이해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또 성경을 읽으며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기억해 달라고 부르짖었다. 그때 마침 하나님은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을 보내 주셨다. 그래서 감옥에 있는 사람처럼 불안에 시달리는 나를 위로하게 하시고 마음의 쉼을 얻도록 하셨다. 다시 나는 힘을 내서 열심히 싸워나갔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느껴지든 무슨 일이 있든 그저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에 의미와 보람이 있었다. 마침내 하나님의 은혜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받고, 2학년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이제 3학년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3학년 학교생활 역시 낯선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지난 학기는 좋은 성적과 새로운 친구,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는 새로운 경험, 신앙 성장으로 풍성해지고 놀라운 추억으로 가득했기에 기쁘게 잘 마무리했다. 이제 2학기를 준비하며 하나님께 모든 일에 형통하게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남은 학기들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모든 졸업 요건들이 문제없이 잘 채워지기를 기도하고 있다. 현재 나의 가장 중요한 기도는 내 영혼과 마음이 모든 인생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을 잊지 않고, 학부 시절뿐만 아니라 이후 대학원 과정에서도 친히 인도하시고 세워가시는 그 길을 계속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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