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훌륭한 제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 구수환 감독의 <부활>(2020) -
<울지마 톤즈>가 일으킨 여진(餘震)
명작은 생명력이 있어서 또 다른 작품을 생산하는 모체 역할을 한다. 구수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부활>(2020)은 전작인 <울지마 톤즈>(2010) 제작 10년을 기념하여 만든 후속 작품이다. 강성옥 감독의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2020)와 이우석 감독의 <이태석>(2022) 등의 영화들이 이태석 신부와 남수단에서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면 <부활>은 이태석 신부의 영향을 받은 제자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활>의 가장 큰 매력은 ‘주바의과대학’을 다니는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을 목격하는 장면에 있다. 남수단에서 제일 큰 의과대학인 ‘주바의과대학’의 학생수는 650명. 그런데 이 의과대학에 다니는 이태석 신부의 제자만 40~50명은 족히 될 거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우리는 왜 구수환 감독이 <울지마 톤즈>의 후속작을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다.
“이태석 신부 때문에 의사가 되신 건가요?”라고 묻는 감독의 질문에 의대를 다니는 톤즈의 아이들은 예외없이 모두 손을 들었다.
가난과 내전으로 병든 이 나라에 와서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브라스밴드를 조직하여 음악을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는 전편에서 끝나는 줄 알았다. 아이들은 단지 이태석 신부와 즐겁게 공부하고 음악 활동을 하며 진료를 보는 이태석 신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울지마 톤즈> 이후 영화 속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톤즈의 아이들은 이태석 신부와 함께 있던 시간을 꿈이라 여기며 남수단의 여느 아이들처럼 되풀이되는 가난과 질병의 현실 가운데 살지 않았을까. 그러나 영화 <부활>은 우리의 예상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마술과 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바로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의 성장을 통해 새로운 이태석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한국에 유학 온 톤즈의 아이들
<울지마 톤즈>가 전해준 깊은 울림은 톤즈의 아이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올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2012년 열린 음악회에서 빨간색 단복을 입고 ‘사랑해’를 부르던 여학생 ‘아순타’는 ‘톤즈의 아이들’ 가운데 하나라는 명예를 안고 이화여대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16살만 되어도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고 자신의 인생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을 과감히 뿌리치고 한국으로의 유학을 꿈꿀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성 기숙사를 마련하며 여성 교육에 앞장선 이태석 신부의 교육관 때문이었다. 아순타는 이화여대의 도움으로 어학 과정을 1년 만에 마치고 화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화학신소재공학과’에 입학을 했다. 45살 먹은 남자와 결혼을 시키려는 아버지와의 갈등도 2019년 그녀가 한 번의 유급도 없이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면서 해소되었다. 한국어를 모른 채 한국에 와서 불과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영화에서 아순타는 이태석 신부 묘 앞에 졸업장을 놓으며 이렇게 약속을 했다.
“오늘 신부님 묘지에 온 것은 앞으로 계속 열심히 잘 살겠다고 약속하러 왔습니다”
지금 아순타는 남수단의 석유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의료파업 사태 속에서 톤즈의 아이들을 생각하다
아순타 외에도 톤즈의 아이들 가운데는 한국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더 있다. 이태석 신부가 졸업한 인제대 의대는 톤즈로부터 두 명의 유학생을 받아 훌륭한 의사의 길을 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2024년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 2,727명 가운데 이태석 신부의 권유로 의사를 꿈꿔온 토머스 타반 아콧과 존 마옌 루벤이 포함된 것. 2012년에 인제대 의대에 입학한 이들은 고국인 남수단으로 돌아가 이태석 신부가 못다한 의술을 펼치기 위해 각각 상계백병원 외과와 해운대백병원 내과에서 열심히 수련해 왔었다.
의대에 진학하고 한국에 유학을 온 톤즈의 아이들로부터 우리는 선교와 봉사가 개인과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첫째, 기독교 신앙 안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키우는 교육에 투자하는 길이 가장 많은 시간이 드는 것 같아도 사실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가장 빠른 길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학생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교육자를 세우는 일이다. 톤즈의 아이들이 받은 교육의 중심에는 한센병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보았던 이태석 신부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굳이 이래라저래라 말을 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은 말보다 더 강하고 권위 있는 이태석 신부의 삶을 배웠던 것이다.
영화의 거룩한 힘을 말하다
이태석 신부가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성당에서 본 성자 다미안 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는 그를 끝내 사제의 길에 들어서게 하였고, 다미안 신부처럼 아프리카 수단의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처절히 버려진 한센병 환자들 곁으로 다가가도록 인생을 바꾸었다.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 사역을 다룬 영화 <울지마 톤즈>는 이태석 재단을 만들어 수단의 아이들을 돕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구수환 감독(PD)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권혁만 PD는 불교 신자가 <울지마 톤즈>를 만든 것을 보고 기독교 신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손양원 목사님의 신앙과 삶을 그린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2015)을 연출하여 TV와 함께 극장에서도 개봉하였다. 내년에는 손정도 목사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호조>를 개봉할 계획이다. 영화는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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