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해가 뜬 것을 믿는 것처럼 기독교를 믿는다. 그것을 볼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다른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 S. 루이스)
“선생님의 기독교 신앙은 실제 수업에 어떻게 반영이 되고 있습니까?”
2000년대 초반 필라델피아의 작은 기독교 교육 대학원에 유학 중이던 필자에게 갑자기 날아든 질문이었다. 사실 교육 철학을 강의하던 맥칼로우 교수(Dr. M. MacCullough)가 필자를 특별히 지목해서 물은 것은 아니었다.
평생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온 나는 직업이 우연히 교사였을 뿐, 신앙과 교직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별다른 고민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참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고 나름 노력도 했다. 그동안 나는 주일 예배는 물론 다양한 성경공부와 제자 훈련에 참석해왔고, 신앙 공동체 생활을 즐거워했다. 더군다나 기독교 학교에 근무하면서 동료 교사들과 자발적인 기도회도 하고, 심지어 학생들을 인솔해서 인도, 태국 등지로 선교 여행을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었다. 학생들을 위해 기도했고, 아침마다 수업 전에 경건의 시간을 가지며 학생들에게 설교 비슷한 훈계를 하는 것이 매일의 일상이었다. 한편 나는 담임 교사로서의 교수 활동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학생들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지도자들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학업 성과를 내기 위한 수월성 교육에 집중했다. 그러나 나름 열심있는 신앙인이자 교사였던 나에게 기독교 신앙은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였고, 교직 생활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일종의 십자가 같은 인생의 과제였을 뿐이었다. 즉, 이 역시 내 개인적인 문제인데, 기독교 학교라는 안전한 공동체에서 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겨왔던 나에게 맥칼로우 교수의 질문은 충격과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의 저자 파커 팔머 (P. Palmer)는 그 역시 학생들에게 단지 사실들을 전달하며 안일하게 살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과 방식은 학생들의 자아관과 세계관에, 더디지만 꾸준하게 형성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영향력은 교사가 전달한 내용이 학생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기에, 교사들은 지식이나 정보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기능인이 아니라고 그는 역설한다. 즉, 교사는 그가 의식하던 의식하지 못하던, 자신의 신앙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에,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진정한 기독교 교육에는 교사 개인의 신앙이나 인격, 혹은 수업 역량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고, 그 순간이 필자의 기독교 교사로서의 여정에 전환점이 되었다.
그 이후 나는 마치 해가 떠오르면 만물의 제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듯이, 그리스도인 교사들은 일반 지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학생들에게 제시해 주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 책무의 수행을 위해서는 가르쳐야 하는 과목은 물론 그 가르치는 방식까지도 기독교 신앙에 기초해서 재구성되고 교정·보완해야 한다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벅찬 도전이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고민과 성찰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감사하게도 이 과정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이하 ‘동역회’)를 만나서 더 구체화되고 확장될 수 있었다. 솔직히 처음부터 ‘동역회’에 마음을 열고 참여하지는 못했다. 대학강의를 시작한 이후에도 필자는 학자나 교수보다는 현장의 교사에 더 가깝기에 ‘동역회’에 소속된 학자들의 학문적 논의가 낯설었다. 그보다는 그분들의 소박한 삶의 태도에 더 마음이 끌렸다. 한국의 쉽지 않은 기독교 토양 가운데서 연구자로서 고민하며 기도로 나아가는 겸손한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에 자부심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교육 현장에서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연구와 이를 실제 수업에 통합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오히려 북미 어느 기독교 학교들보다도 앞선 경험과 자료들을 축적해가고 있다. 이 자산들이 단지 사실과 정보로 남지 않고 실천적 지침자료로 활용되도록 ‘동역회’가 교육의 영역에서 섬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음 세대들에게 신앙의 전달자가 되어주는 그리스도인 교사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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