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이번 호 <신앙과 삶> ‘사람 사이’는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이하 ‘동역회’)가 지난 40년 ‘걸어온 길’을 정리 평가하고, 앞으로 40년 ‘걸어갈 길’의 미래를 모색하는 두 차례의 대담회를 마련하였다. 하나는 시니어 대담으로서 모두 실행위원장으로서 ‘동역회’를 섬긴 분들의 대담이고, 또 하나는 주니어 대담으로서 현재 모두 ‘동역회’의 회원이자 그리스도인 소장학자로서 한국 사회와 학계에서 왕성한 활동이 기대되는 분들의 대담이다. 우리 모두가 이 대담회를 통해 ‘동역회’ 지난 역사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고, 앞으로 모든 구성원이 기대와 소망 속에 더 능동적이고 건설적인 ‘동역회’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될 나침반을 선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대담자(시니어)
조성표 (경북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동역회 이사)
최태연 (백석대 기독교철학 은퇴교수, 동역회 이사)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기독교학문연구회 학회장)
박동열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 동역회 이사)
사회자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실행위원)
석종준: 교수님들 안녕하세요. 2024년은 우리 ‘동역회’가 지난 40년, ‘걸어온 길’을 평가하고 앞으로 40년, ‘걸어갈 길’을 모색하는 시기로 보내고 있습니다. 우선, 학자로서의 연구 분야와 ‘동역회’에서 언제,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성표: 1986년 3월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로 부임하면서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에는 양승훈 교수님이 미국 휘튼대학으로 안식년을 가시면서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의 조직을 설계한 죄(?)로 대표 격인 기획 담당으로 섬겼습니다. 그해 예수원 대천덕 신부님께서 이사회를 조직하셨습니다. 1993년 사단법인 ‘기독학술교육동역회’(DEW)가 인가를 받으며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2009년 통합 이후에는 학회장을 맡았는데 이때가 개인적으로는 행정을 떠나 학문연구를 하게 되어 가장 행복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최태연: 저는 기독교 철학이 전공입니다. 프랑스의 개신교 철학자 폴 리쾨르의 해석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지요. 기독교 철학을 대학 시절 손봉호, 김영한 두 분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이분들을 통해 인생의 전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또 제 전공이 기독교 세계관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동역회’에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온 후인 1996년부터 강영안, 신국원 교수님의 소개로 참여했고, 그때부터 실행위원회, 후에는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다보니 28년이 흘러갔네요.
김태황: 저는 국제통상 분야에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동역회’는 2000년경 처음으로 ‘기독교학문연구회’(이하 ‘기학연’) 학술대회에 참석 후, ‘기학연’ 경제분과에서 함께 활동했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실행위원장을 맡은 기간인데요. 2017년 2월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로 6개월간 ‘휴직’(?) 기간이 있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2023년부터 ‘기학연’ 학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동열: 전공 분야는 언어학입니다. ‘기학연’은 1988년 이영덕(서울대), 정확실(이화여대) 교수님 댁에서 기독교 세계관과 관련된 책을 함께 읽으면서 처음으로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주제를 알았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유학을 마친 후, 숙명여대 근처 ‘기학연’ 사무실에서 <신앙과 학문>을 연구재단(KCI)에 등재하는 업무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동역회’ 실행위원장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석종준: 모두 오래전부터 ‘동역회’에서 다양한 역할로 섬겨오셨고 현재도 이사, ‘기학연’ 학회장 등으로 계속 함께하고 계십니다. 또 모두 공교롭게 실행위원장으로서 동역회 전체 살림을 이끄셨던 경험도 있으시지요. 각자 생각하시는 ‘동역회’ 지난 40년의 가장 큰 역사적 의미는 어떤 것인지요.
최태연: 저는 ‘동역회’가 주도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1980년대 군사정권과 좌파 운동권의 극한 대립 사이에서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의 대안적 선택으로 탄생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정치·사회·문화 현실에 대한 교회의 책임에 무관심하거나 편협한 입장을 가진 많은 복음주의 교회들의 약점을 보완해서 더 성숙한 복음주의로 나가도록 하는 운동이라는 거죠. 실천적으로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학교교육운동’, ‘기독경영연구원’, ‘기독법률가회’, ‘밀알복지재단’ 등 기독교 NGO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지요. 이론적으로는 복음주의가 등한시한 기독교 학문 연구를 여러 분야에서 활성화시킨 점도 무시할 수 없지요. 이러한 운동을 실천과 이론을 통해서 40년 동안 꾸준히 해왔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태황: 학자의 기본 관점은 비판적입니다. 비난이 아닌 학문적 중립성에 기반한 비판 의식이 곧 학문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속 학문에서 비판적 문제의식으로 학술 활동을 하는 일은 일반적이고 필수적이지만, 기독교 신앙과 학문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학문영역에 따라 상당히 부담스럽게 여길만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학자의 비판적 사고와 논의가 자칫 신앙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거나, 반대로 하나님에 대한 순종적 신앙의 태도가 학문 활동 방식과 태도에 배치되는 것으로도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역회’가 ‘기학연’을 통해 지난 40년간 기독교 세계관에 기반하여 신앙과 학문의 통합적 노력을 정진해 온 측면은 그리스도인 학자와 연구자들에게 커다란 버팀목이자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고 자평할 수 있습니다. 학자 이전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먼저 확인하고 학문을 발전시키려는 관점과 태도가 ‘동역회’의 중요한 역사적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동열: 무엇보다 한국 교회와 기독교 공동체에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각 영역에서 현대적 실천을 하도록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세계관’ 담론을 중심으로 여러 동역자 사이의 만남의 장을 제공한 것과, 지난 40년 동안 연구와 도서출판을 끊임없이 실천한 것도 중요한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성표: 본래 학자들의 모임은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역회’는 학제 간 연구만이 아닌 우정 있는 교제를 계속하여왔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이 모여 연구와 우정이 가능하였던 이유는 단일 진리인 성경 아래서 겸손하게 서로를 섬겨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40년에 걸쳐 일관성 있게 깨달은 것은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이다”라는 것입니다.
석종준: 지난 40년을 돌아볼 때 통합 이전(1984년~2009년)은 ‘기독교학문연구소’(KCSI)와 ‘기독교학술교육동역회’가 각자 별도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해온 시기였고, 통합 이후(2009년~2024년)는 양 단체가 각 총회에서 통합을 결의하고 한 단체가 되어 현재까지 활동해온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학술지 <신앙과 학학문>, 춘계•추계 학술대회, 기관지 <월드뷰>(2012년~2018년)를 중심으로 활동해 오다가, <월드뷰>를 ‘동역회’에서 공식적으로 분리하고 새 기관지 <신앙과 삶>(2019년~2024년)을 발행했지요. 우선 각자의 시각에서 2009년 통합 이전 시기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간단히 말씀해주시지요.
최태연: ‘기독교학문연구소’는 기독교 학문 연구와 기독교 문화 운동에 적극적이었고 ‘기독교학술교육동역회’는 기독교 대학 설립 운동으로 시작해서 <통합연구>라는 논문집 발간을 통해 기독교 학문 연구와 기독교출판에 역점을 두었지요. 또한 학문 분야도 ‘기독교학문연구소’가 인문·사회과학에 관심을 집중했다면 ‘기독교학술교육동역회’는 인문학뿐 아니라, 자연과학과 공학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나 두 단체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한국 복음주의 교회에서 맺은 열매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두 단체 모두 참여자와 활동에 제한점이 있어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김태황: 통합 이전 ‘기학연’은 각 학문영역에서 어떻게 기독교적 관점과 정체성을 확립하느냐가 본질적인 목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참여자들이 매우 순수했고 열정적이었습니다. 학문 분과별 세미나 또는 독서 토론을 통해, 해당 학문 분야(저의 경우는 경제학)에서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기독교 세계관으로 학술 주제를 폭넓게 조망하고 대안 제시를 시도한 노력이 기독교 학문에 큰 생동감과 사명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합니다. 신앙과 학문은 별개라는 일반적 인식을 되돌려서 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과 의지가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박동열: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중심으로 교회와 선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대학의 청년들은 신앙의 사회적 실천과 공공성에 대해 많은 목마름이 있었고, 자신이 서 있는 전문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실현해 내야 하는지에 대해 기독교 공동체는 전혀 메시지를 주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또한 신앙에서 지성의 역할이 배제되는 분위기에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청년들에게 신앙의 지평 확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방향성을 제공하였습니다.
석종준: 그렇다면 계속해서 지난 2009년 통합 이후 ‘동역회’ 활동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최태연: 통합을 위해 함께 애썼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두 단체는 하나가 되어 한국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었지요. 기독교 학문의 연구 활동은 <신앙과 학문>이라는 학술지와 ‘기학연’ 학술대회로 통합되어 참여자 수나 연구의 폭이 넓어졌어요. ‘동역회’의 활동영역도 캐나다의 VIEW,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독교 세계관 교육기관인 CTC, 기독교출판사 CUP 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이 통합을 통해 한국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가게 된 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약 2년 정도 진통 끝에 기관지 <월드뷰>가 2018년 5월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많은 동역자에게 인간적 아픔이 있었는데, 그 시기를 통해 한가지는 분명해졌어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진정으로 성경적 기독교 학문과 실천 운동이 되려면 좌우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세계관은 항상 특정 이데올로기와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2018년 이후 ‘동역회’가 이데올로기 문제에 더 신중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첨예한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진지하고도 깊이 있는 연구와 실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황: 통합 이후 기독교 세계관에 기반한 학술 활동과 교육 및 대외협력 활동은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동역자 수가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활동의 범위가 확장되고 구심점의 중량감이 증대되었다고 판단합니다. 대외적인 기독교 세계관 교육 활동과 출판 활동도 확장되었고요. 2015년경부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기독교 세계관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노력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2018년 <월드뷰> 분리에 곧이어 새로운 기관지 <신앙과 삶> 발간을 계기로 우리 ‘동역회’는 세속적인 이데올로기나 사회정치적인 현안으로부터 자유롭게 본연의 정체성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온 것으로 판단합니다. 기독교 본질과 연관된 현안에 대해서는 엄중한 태도를 표명해야 하지만, 올바른 기독교 신앙에 기반하여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적 견해의 차이는 대내외적으로 이해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수용성과 포용성을 발휘하고 있는 시기라고 판단합니다. 물론 더욱 분별력이 있어야 하고 세련되어야 하지만요.
박동열: 기독교 세계관은 세계관 담론의 총론만으로 존속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각론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통합 이후 ‘동역회’의 활동은 기독교 세계관을 중심으로 각 학문 분야의 구체적인 연구의 다양화가 시도되었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전문학술지로서 <신앙과 학문>의 매년 4회 지속적인 출간과 ‘동역회’ 회원들의 다양한 저서 발간, 그리고 학술대회와 연구모임들의 지속은 크게 주목하지 않는 점이지만, 매우 의미 있고 핵심적인 사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석종준: ‘동역회’ 구성원으로 오랫동안 함께 해 오시면서, 또 여러 역할을 직접 섬겨오신 산 증인들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가치와 보람을 느끼셨던 일, 반면에 가장 아쉬움이 남는 일에 대해서도 각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최태연: 개인적으로는 40대에 ‘기학연’ 실행위원회와 ‘기윤실’ 문화전략위원회에 참여해서 거의 매달 열정적으로 참여한 일, 기독교 학문 연구결과를 <신앙과 학문>에 자주 투고하던 일, 근무하는 대학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강의하고 다른 동료 교수들이 기독교 학문을 하도록 돕던 일이 가장 보람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제 전공인 기독교철학과 기독교 문화 분야에서 좀더 연구를 집중해서 좋은 책을 남기지 못한 점은 제일 아쉽습니다.
김태황: 앞서 말씀드렸던, 기독교 세계관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 및 보급을 성공적으로 지속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10여 년 전이라 하더라도 이미 온라인 콘텐츠의 확산 추세가 예견되었고 ‘동역회’ 내부에서도 동영상 콘텐츠 보급의 중요성을 공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몇 회분의 콘텐츠 제작에 그치면서 계속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동역회’의 학술적 자산을 활용하여 지역교회나 단체를 찾아가서 기독교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그들을 섬기지 못한 점도 아쉬운 점입니다. 물론 동역자 여러분이 무수히 강연과 토론에 참여했지만, 이는 대부분 개인 차원이기에 ‘동역회’ 차원에서는 체계화하고 발전시키지 못했음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조성표: 가장 보람을 느낀 것은 통합입니다. 조직들이 대개 갈라지기는 쉬워도 합해지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지식인들의 조직은 더욱 그렇습니다. 두 단체가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양측 모두 겸손한 자세가 있었다는 것이고 리더십들이 서로 양보하여 이루어진 귀한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통합된 후 노선의 차이로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직도 많이 아쉽습니다.
박동열: 실행위원장으로서 <월드뷰>의 공식적 분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기독교 세계관보다 이데올로기가 더 강하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형제애보다 이념적 진영이 더 강하다는 것을 경험한 것입니다. 반면 ‘동역회’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되는 일은 사회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인격적으로 훌륭하신 동역자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동역회’에서 만난 모든 분의 삶은 닮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역회’ 모임에 참석하는 일이 보람되고 즐거운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석종준: ‘동역회’가 앞으로 40년,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주어진 소명, 즉 그리스도인 지성 공동체로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계속 더 잘 감당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 무엇에 더 집중하고 어떤 도전과 과제를 잘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최태연: 앞으로 40년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완전히 임할 때까지 우리의 일차적인 과제는 기독교 학문을 각 영역에서 목숨 걸고 진지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실천은 이론의 뒷받침이 있어야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사회주의 운동은 마르크스라는 걸출한 이론가가 나옴으로써 세계를 움직이게 되었죠. 기독교 세계관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서는 아브라함 카이퍼가 사회운동가와 정치가로서 19세기 후반의 네덜란드 교회와 사회를 혁신하기 위해 나와서 먼저 신칼뱅주의 신학과 세계관의 이론을 정립했었지요. 이제 우리에게는 좀 더 치열한 미래를 위한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 학문 연구가 필요해요. 그것을 각 영역의 현장과 연결해서 실천해야지요.
조성표: 현재 우리 사회와 교회를 보면, 이념 갈등이 극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가 단기간 내에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압축 성장을 하여 온 탓에 정신적인 면을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성경보다 이념이 우선되지 않나 하는 우려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하면서 느낀 대로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라는 확신으로, 성경에 기초하여 겸손한 자세와 화합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보며 나아가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태황: 우선은 동역자 인적자원의 확대입니다. 수많은 신실한 그리스도인 학자 또는 연구자들이 우리 ‘동역회’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안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공 분야별로 네트워크를 확충하여 동역자 풀(pool)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는 온라인 네트워크와 AI 시대에 탈인간화의 기술적·사회문화적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혁을 맞아 기독교 세계관에 기반한 학술 활동이 본질을 강화하면서도 사회문화적 변혁을 주도해 나아갈 수 있는 적극적인 학술적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속 학문을 수행할지라도 세상에 속하지 않은 자로서 세상을 변혁시키는 노력은 그리스도인 모두가 기꺼이 감당해야 할 영원한 숙제이자 선물일 것입니다.
박동열: 이제 ‘동역회’ 1세대 분들이 학교에서 퇴임하셨고, 여러 모양으로 기독교 세계관적 삶을 정리하고 있으시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분들이 소장하고 계신 많은 자료와 삶의 흔적들을 모아놓은 자료관과 도서관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다음 세대에게 ‘기독교 세계관’ 담론을 잘 전수하려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지요. 또한 이제 ‘동역회’는 장기적으로 존속을 위해 꼭 사무실을 구입해야 합니다. ‘동역회’ 사무실을 상황에 따라 이동하는 것은 안정적 사역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40주년을 기점으로 ‘동역회’ 사무실 구입 캠페인이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역회’의 국제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40년 동안 한국 안에서만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하다보니, 국제적 이슈가 무엇인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외국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동역회’와 같은 단체는 어떤 곳인지 등에 대해 정보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것도 이제 꼭 추진해야만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 학회와 연구도 외국 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학회도 국제학술대회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때입니다.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이주하고 이동하는 이 시기에 ‘동역회’의 국제화는 반드시 추진해 나갈 방향이지요.
석종준: ‘동역회’의 미래는 우리 교수님들처럼 순수한 열정과 헌신으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가치와 의미 및 그 고귀한 정신을 계속 붙들고 이어갈 젊은 세대의 참여와 동역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땅의 그리스도인 청년들이 왜 여전히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보시는지 교수님들께 초청의 말씀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최태연: 10여 년 전 박동열 교수님과 그리스도인 대학원생 모임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때가 생각나네요. 어떤 운동도 다음 세대 참여가 없이는 생명을 다하고 말지요. 많은 청년이 기독교나 한국 교회를 외면하거나 떠나는 현실 속에서 왜 기독교 세계관이 여전히 필요한지를 끈질기게 소개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저는 그 이유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에 희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회와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회복하는 일에 무관심한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를 더 건강하게 세우기 위해서, 왜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한지를 알기 쉽게 우리가 계속 이야기하고 몸소 보여주어야 하지요. 동시에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참여자들은 복음주의 진영 기독교가 강조하는 담론의 필요성과 기여를 인정해야 하지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감격하여 이웃과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구원하려는 사명감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따라서 우리 기독교 세계관 운동가들이 영혼 구원의 뜨거운 가슴을 가진 진정한 복음주의자가 함께 될 수 있다면, 이 땅의 그리스도인 청년들의 귀는 더 쉽게 열릴 수 있다는 기대를 합니다.
조성표: 우리 세대는 30대 초반, 빠른 사람들은 20대 후반에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자리를 잡으면 성경공부그룹도 운영하고, 각자 전공에 따라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나 창조론을 공부하며 전파하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임한 교수님들은 대개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집안일에 대한 부담이 너무 많은 탓인지 이러한 사역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성경적 세계관을 공부하는 것은 전공 연구와 교육에도 큰 유익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개 교수들은 자기 전공에 갇혀서 보는 시야가 매우 좁습니다. 그런데 기독교 세계관 공부를 하면, 전공의 하부를 지탱하고 있는 기초와 주변 학문들을 함께 보게 되어서 자기 연구 영역의 역할과 한계를 알게 됩니다. 저는 회계학인데요. 기독교 세계관 공부를 통하여 경제학의 기초와 근본 가정과 기본 철학을 공부할 수 있어서 학문적 시야를 넓히는 데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이후 융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 시기에 기독교 세계관 공부는 각 전공을 넘어서 융합적 시야를 크게 넓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박동열: 차세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동역회’ 운동의 지속을 위해 필수적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교회와 신학이 쇠퇴하고 있는 현실에서 새로운 논점들과 도전들은 더 강하고 다양하게 다가올 것이고, 그리스도인들은 여전히 그 세상 속에서 죄의 세력과 시대정신들과 새로운 우상들과 싸우면서 살아가야만 합니다. 새로운 영적 싸움을 감당할 그리스도인 지성인들을 세우는 일은 매우 시급하고 필요불가결한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 ‘동역회’에서 가장 우선적 사업이 있다면 젊은 그리스도인 지성인들을 지원하고 세워가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김태황: 기독교 세계관은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잘살기 위해 세상을 향하여 창문을 열고 성경을 펼치는 것과 같습니다. 청년들은 세상의 변화 현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수용자’이면서 열정과 도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동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 청년들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의 논리와 움직임을 생각하고 세상을 변혁시키는 활동을 도전적으로 시도해 나아갈 때 자신과 사회의 정체성이 더욱 분명해지리라 확신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기독교 세계관은 장신구나 취미활동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삶의 존재론적 태도입니다. 물론, 청년들은 우리 지난 40년의 방식과 활동에 얽매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미래 40년, 100년을 향해 기독교 세계관을 변혁시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제36회 기독교학문학회(성균관대), 주제: 생태, 화경, 그리고 교육(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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