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이번 호 <신앙과 삶> ‘사람 사이’는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이하 ‘동역회’)가 지난 40년 ‘걸어온 길’을 정리 평가하고, 앞으로 40년 ‘걸어갈 길’의 미래를 모색하는 두 차례의 대담회를 마련하였다. 하나는 시니어 대담으로서 모두 실행위원장으로서 ‘동역회’를 섬긴 분들의 대담이고, 또 하나는 주니어 대담으로서 현재 모두 ‘동역회’의 회원이자 그리스도인 소장학자로서 한국 사회와 학계에서 왕성한 활동이 기대되는 분들의 대담이다. 우리 모두가 이 대담회를 통해 ‘동역회’ 지난 역사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고, 앞으로 모든 구성원이 기대와 소망 속에 더 능동적이고 건설적인 ‘동역회’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될 나침반을 선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소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염동한, 오민용, 홍성욱, 임상희, 윤헌준, 김태룡, 김샛별(가운데)
- 대담자(주니어)
김샛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신앙과 삶> 편집위원)
김태룡 (경희대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 교수, 정회원)
임상희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원, 정회원)
염동한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신앙과 학문> 편집위원)
윤헌준 (숭실대 기계공학부 교수, 기독교학문연구회 총무)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카이스트 RACS 간사)
- 사회자
오민용 (한동대 법학부 강사, 전 기독교학문연구회 총무)
오민용: 박사님들 안녕하세요. 2024년은 ‘동역회’가 지난 40년의 ‘걸어온 길’을 평가하고 앞으로 40년의 ‘걸어갈 길’을 모색하는 시기입니다. 이 자리는 소장 학자님들과 함께 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나누는 시간입니다. 우선 현재 소속기관과 연구 분야를 소개해 주시지요.
염동한 : 저는 부산대 물리교육과에 있습니다. 전공은 이론 물리학이고, 고전 및 양자 중력 이론이 주관심분야입니다. 특히 블랙홀과 초기 우주가 관심분야인데, 이 주제들은 정합적인 자연법칙이 무엇인지, 우주의 기원을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한 질문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윤헌준 : 2020년 9월부터 숭실대 기계공학부에 임용됐고요. 세부 전공은 응용역학이고, 박사 논문은 버려지는 진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마트 구조 설계 최적화 연구를 합니다.
임상희 : 저는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입자물리와 우주론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샛별 : 김샛별 : 저는 현재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고,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김샛별입니다. 전공은 교육심리인데, 청소년의 사회정서역량, 지역사회 봉사활동, ‘친사회성’과 ‘사회기여의식’이 어떤 요인으로 인해 형성되고 계발될 수 있는지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홍성욱 : 한국천문연구원의 이론천문센터에 있습니다. 특별히 ‘우주론’을 연구하고 있는데,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고, 그 크기와 내부 구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 변화를 일으키는 에너지원이나 기본 법칙 등을 알아내는 연구입니다.
김태룡 : 경희대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 교수로 있고, 2020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 학술연구 교수에 선정되어 5년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제명은 ‘성서 스토리텔링 VR 콘텐츠 기획을 위한 스토리 모델 연구’입니다. VR 콘텐츠에 성경의 이야기를 접목할 시 적용할 수 있는 기획론에 관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속 연구소에서 한류 문화 및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연구를 하며, 연구방법론이나 이론들을 기독교 세계관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오민용: 박사님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동역회’ 및 기독교 세계관 운동과 직간접적으로 관계와 섬김을 이어오신 분들입니다. 그동안 각자 어떤 계기와 관계로 활동을 하셨는지요?
염동한 : 저는 대학 시절 카이스트의 RACS에서 활동을 하면서, 전공인 물리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증거를 찾으려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활동 중 ‘동역회’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부산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 석종준 목사님의 소개로 다시 ‘동역회’ 활동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소장 학자들과의 귀한 만남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윤헌준: 학부 때, <그리스도인의 양심선언>(IVP) 등 로널드 사이더(Ronald Sider)의 책들을 접하면서 ‘사회 참여를 위한 복음주의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기독교적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학문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드러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됐지요. ‘동역회’ 정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2018년입니다. 현재는 실행위원, <신앙과 삶> 편집위원, 기독교학문연구회(이하 ‘기학연’) 총무로 섬기고 있습니다.
임상희 : 카이스트 학부 시절, 기독학생회(IVF)를 통해 처음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여러 모양으로 활동해오신 선배님들과 교수님들의 강의와 서적을 통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서 배우고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시절에는 RACS에서 활동하며 과학과 신앙의 조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동역회’ 분들과 교류를 통해 폭넓은 관점을 접하고 나름의 시각을 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동역회’에서의 교류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김샛별: 저는 2016년도 ‘기학연’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때 제 연구에 관심을 보이신 웨슬리(Wesley Wentworth) 선교사님의 제안으로 교육학 전공 대학원생들의 기독교 세계관 독서모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유학가기 전까지 약 2년간 매주 모임을 이어오면서, ‘동역회’ 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2023년,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서는 소장 학자 모임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 손봉호 교수님과의 소장 학자 대담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소장 학자 온라인 독서 모임, 지난 춘계 학술대회에서 소장 학자 세션 발표자로 함께 하였습니다.
홍성욱 : 저는 카이스트 대학원에 입학한 2004년부터 약 7년 동안 RACS라는 기독교 세계관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RACS는 창조과학을 연구하고 홍보하는 동아리로 시작했다가, 제가 막 가입했을 때는 ‘지적설계’ 운동을 공부하고 실제 연구에 적용하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아리가 되어 있었지요. 세월이 흐르면서, 지적설계를 연구에 한계를 느끼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던 중에 현재는 기독교 세계관 관련 다양한 논의를 공부하는 동아리가 되었습니다. ‘동역회’는 대학원 시절부터 알았고, 지금까지 간간이 ‘기학연’ 학술대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부터 여러 사정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RACS 간사도 함께 섬기고 있습니다.
김태룡 : 소속기관 소장님이신 안숭범 교수님(경희대 국문과, ‘동역회’ 실행위원)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안 교수님은 박사과정 재학 중이던 2015년에 지도교수였는데, CCM을 둘러싼 인식과 담론의 변화를 연구해 보자고 제안하셨고, 그 논문을 <신앙과 학문> 64호에 게재하면서 ‘동역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9월, 성경을 소재로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과 관련된 논문을 포함하여 5편을 <신앙과 학문>에 게재하였습니다. 또 ‘기학연’ 학술대회의 발표자와 기관지 <신앙과 삶>의 필자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오민용: ‘동역회’는 지난 40년 동안, ‘신앙과 학문’, ‘신앙과 삶’, ‘영성과 지성’의 이원화를 극복하려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해 왔는데요. 박사님들이 그동안 ‘동역회’ 또는 한국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지켜보신 모습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김태룡 : 신학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학문 분야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망하려는 시도를 일찍부터 해 주셨다는 점에 깊이 감사합니다. 이러한 학술의 장이 있었기에 저도 전공과 기독교 세계관 사이에 ‘간 학문적’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시대 이슈들에 기독교적 대답을 모색하는 시도가 큰 도전이 됩니다. 특히 작년 6월 배재대 학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챗GPT’를 어떻게 볼 것인지 논의한 것을 기억합니다. 이렇게 ‘동역회’가 최신 트렌드에 대한 응답을 모색해 제시해주시면 신진연구자들이 연구의 방향성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셋째, 개인적으로 기독교 문화콘텐츠 연구에 대한 저의 길라잡이가 되어주신 분들이 대부분 ‘동역회’의 선생님들이십니다. 신국원, 강진구, 이경직, 최태연, 추태화 등 선생님들께서 쓰신 글을 통해 공부해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염동한 :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신앙과 학문을 병행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 점입니다. 물론 신앙과 학문 사이에는 여전히 다양한 긴장이 존재하고, 완전히 해결되지않은 근본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질문에 대해서 하나의 ‘답’을 제공했느냐보다, 그 질문을 고민하는 지식인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 각자 자리에서 지적으로 충실한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다음 세대의 학자들에게 롤모델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윤헌준: 본래 기독교 세계관은 서구 세속주의에 대항하여 기독교 신앙을 총체적으로 변증하려는 인식 체계로 소개됐는데요. 제가 느꼈던 한국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복음주의가 사회 참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함으로써 신앙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는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각 시대의 영향을 받고, 시대 문제를 안고 사는 존재인데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우리가 자기 시대에 “어떻게 사유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더 나은 성경적 해법을 찾기 위해 계속 세상과 소통하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반면에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이데올로기를 하나님의 뜻으로 오해하거나, 전체주의적이고 억압적인 형태의 종교적 권위로 배제와 혐오를 부추기는데 오용되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샛별: 어느 모임이든, 특정 사안에 대한 접근, 진행 방식, 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 등 여러 측면에서 이견과 긴장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 역시 신앙과 삶 혹은 신앙과 학문, 영성과 지성의 조화라는 기조하에 시작하였지만, 각 문제에 대한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동역회’ 선배들이 40년 동안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이끌어 오신 것에 우선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앞섭니다. 그동안 각자의 목소리와 의견과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고, 많은 이들을 품으면서, 정제되고 합의된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고심하고 애쓰셨을 거란 생각에서입니다. 예수님이 사회적 소수자인 과부와 어린이, 세리와 나병 환자, 숨어 지내다시피 했던 사마리아 여인에게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신 것처럼, 우리도 다양한 이야기가 건강하고 부드럽게 오고 갈 수 있는 역동적인 모임이 되길 기대합니다.
홍성욱 : 그동안 ‘동역회’의 활동에 크게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학술대회에 몇 번 참여하면서 느꼈던 바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초창기 원로 및 시니어들과 최근 유입된 소장 학자들 사이에는 세대 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시니어 분들은 기독교 세계관 자체에 관한 연구와 관심이 높고, 총론적인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그때그때 존재하는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려 하시는 것 같습니다. 반면, 소장 학자들은 기독교 세계관 자체보다는 특정한 문제, 혹은 특정한 학문에 더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기독교 세계관 공부에서 시작해서 특정 문제로 넘어간다기보다, 특정 문제나 학문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이자 동시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다가 기독교 세계관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오민용: 그렇다면 그동안 ‘동역회’와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다양한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함께 해 오시면서 느끼셨던 가치와 보람, 반면에 아쉬움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김샛별: <신앙과 삶> 편집위원으로 섬기며 느낀 ‘동역회’의 장점은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이 자신의 전문성과 신앙을 접목하여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삶, 구원, 창조자에 대해서는 동일한 신앙고백을 공유하면서, 배움의 이력이나 경험 등 삶의 궤적의 다양함에서 오는 여러 관점의 의견과 이야기들을 풍성히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동역회’의 큰 가치입니다. 저는 지난 8월, ‘기독대학원생북콘서트’ 사회자로 섬기면서 난생처음 ‘종말론’에 대해 배우고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참여한 선생님들의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한자리에서 듣고 고민하며, ‘동역회’ 사역의 가치를 몸소 느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기회들이 소중한 만큼, 참여자들의 관심사와 이력과 배경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통로나 채널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학술대회, 매거진, 북콘서트 등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이 전체적으로 공유할 ‘아카이브’가 마련된다면, 더 많은 소모임 나눔, 공동 연구까지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헌준: 그리스도인으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내재한 ‘참된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리스도인 학자들이 가져야 할 학문적 신실함을 일깨워 줍니다. 영성과 지성,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통하여,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아가는 세속화의 거센 물결에 대해 예언자적 반(反) 시대성으로 저항하는 사명을 일깨워 준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다만 그 일깨움이 과연 한국교회의 회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너무 지성인 중심의 운동으로만 자리매김했다고나 할까요?
홍성욱 : 좋은 점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점이겠죠. 대학원 시절 RACS 활동 당시 그리스도인으로 학문하는 것에 공격을 받을 때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고, 고민이 심할 때는 과학을 하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고민이 아직도 끝난 것은 아니지만, 동료들이 있었기에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며, 지금까지 학문의 길을 계속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동역회’에서 무언가 새롭고 시의적절한 연구결과를 계속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는 우선 우주론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설령 기독교적인 함의가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 할지라도, 그런 연구는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함의를 얻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동역회’ 학술대회, <신앙과 학문> 논문 안내를 볼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발표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시니어분들께서는 ‘동역회’가 단순히 연구성과만 발표하는 모임이 아니라, 현 사회의 문제에 대한 기독교적 해법을 제시하는 역할도 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압니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우주론을 연구하기에 이런 일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설령 참여해도 기독교 세계관을 조금 공부한 수준이므로, 제 전문성을 전혀 살리지 못할 겁니다.
김태룡 : 가장 보람은 저의 연구영역에서 축적해 온 지식을 기독교 세계관에 접목하고, 그것을 연구물로 공개할 수 있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기독교적 세계관이 기반한 연구여야 반드시 하나님 나라에 기여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연계될 때 느껴지는 보람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동시에 신앙인과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아쉬운 점은 저와 유사한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선교 및 성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대중문화 혹은 문화콘텐츠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에 비하여 관련된 논의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임상희 : 개인적으로 과학과 신앙의 조화 문제에 ‘동역회’와 가장 많은 접촉점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같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이 구체적 문제의 해결점에 대해서 너무나 다양한 관점들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 또 그 과정에서 나름의 만족스러운 답변을 찾고 동일한 고민을 하는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보람입니다. 아쉬운 점은 제가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답을 찾으면서부터는 ‘동역회’ 활동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그 이전에 느꼈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라는 것은 너무 학문적이고 어렵거나 반대로 너무 단순화되거나 주관적이어서, 실상 별로 알맹이가 없고 현실을 살아가는 기독교 신앙에는 크게 유익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졌던 점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에 있었던 기독교학문연구회 소장학자 온라인(ZOOM) 모임
오민용. ‘동역회’가 앞으로도 40년간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의 이원화 극복을 돕는 소명을 감당하면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플랫폼 역할을 계속 더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현재 어떤 도전과 과제의 해결이 시급하고, 또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요.
김샛별: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지속과 변화를 고민하는 이 시점에서 저에게 가장 와닿는 위기의식은 과연 몇이나 되는 청년과 미래세대 주역이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이 운동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 같습니다. 갈수록 ‘나’의 삶이 중요해지고 ‘나’를 우상시하는 사회 풍조 속에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누군가에게는 잉여시간과 여유 있는 자들의 사치 혹은 배운 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우리가 어떠한 공동체에 속하는 경위는 다양할 수 있지만, 우선 그 안에서의 화합과 사랑, 유익과 교류가 건강하게 경험될 때, 그 일부가 되고 싶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동역회’가 회원들의 영적, 정신적, 지적 성장과 유익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동역회’ 안에서 회원들이 자정 과정을 거치고 긍정적 자극과 도전을 경험하며, 새로운 발견과 융합적 사고의 과정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염동한 :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낮은 출산율’, ‘수도권 집중 현상’, ‘의대 열풍’, 이 세 가지 문제는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서울에 살면서 자녀를 낳는 것은 비합리적 행위입니다. 자기 전공을 살리는 직업을 가지려면 서울로 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의사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개개인이 경제적 의미에서 합리적 선택을 한 것입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 총체로서의 한국 사회는 ‘비합리적’이 되었지요. 기독교 세계관은 여기에 대해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제가 요즘 하는 실존적인 고민입니다. 기독교 세계관은 지금의 청년 세대가 직면한 문제에 어떤 답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기보다, 문제에 대해서 대응하는 방식을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소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는 그런 삶의 방식을 초월하는, 어떻게 보면 ‘비합리적’이라고 보일지도 모르는 것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삶의 방식을 설명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윤헌준 : 저는 19세기부터 이어온 기독교 세계관 렌즈를 바꾸어볼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 렌즈로만 시대의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란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독교 세계관의 담론을 성속(聖俗) 이원론 극복이라는 방향으로만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오히려 세속화 문제를 경계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창조신앙에 기반한 문화명령에 순종해서 세상에서도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잘 감당하라는 가르침은 그 자체로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잘못 적용되면, 세상에서 그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이원론 극복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창조신앙을 번영신앙으로 바꾸고, 세속화를 ‘삶의 예배’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을 심히 경계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저는 최근 캠퍼스와 교회에서 그리스도인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도 공적 예배의 가치가 희미해지고, 성례전이 약화된 것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런 면들이 없는지 다시 되짚어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홍성욱 : ‘동역회’가 우선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플랫폼 역할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장 학자 모임을 통해 이 운동에 새로운 세대를 계속 참여시키고 있는 점도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새로운 세대는 대체로 특정 문제 또는 학문에서 시작해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참여하게 된 경우가 많으므로, 기독교 세계관의 총론적 입장에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나 능력이 부족할 수 있어요. 반면, ‘동역회’가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 이원화 극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느냐라고 한다면 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교회에서 기독교 세계관은 소외되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기독교 세계관에 관해 들어본 분들은 1/100도 채 안 될 겁니다. 대부분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거의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독교 세계관 공부는 지적 유희 이상을 벗어나기 어렵고, 심지어는 지적 자괴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태룡 : 새로운 학문적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독교학문의 영역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지만, ‘동역회’에서 시대적 이슈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며 학술대회를 여는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따라서 ‘동역회’ 선생님들께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에 대해 함께 계속 기독교 세계관적 접근을 시도하고 그것을 논문과 학술대회를 통해 공유해주신다면, 그 자체로 해당 분야의 학자들이 ‘동역회’에 참여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개인적 체감은 기독교학계가 일반 학문계의 트렌드보다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고 느낍니다. 특히 제가 연구하는 문화콘텐츠학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백석대학교 BK21팀이 기독교 문화콘텐츠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였고, 작년에는 기독교 문화콘텐츠 전공도 개설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매우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대중문화라는 거대한 대화의 장에서 기독교 세계관이 존재감을 확보하는 일과도 관련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더 많아져서 최신 트렌드에 적합한 학술 담론들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임상희 : 제 경험으로는 결국 각자 문제의식을 가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추구하게끔 독려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필요를 느끼는 현실의 문제들이 다를 텐데요. 이에 대해서 기독교 세계관이 줄 수 있는 ‘답’이 존재하면서도 그리스도인들 내에 다양한 의견과 관점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민용: 모든 단체나 운동의 미래는 그 정신을 이어갈 다음 세대, 특히 청년들과 소장 학자들의 자속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및 동역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동역회’가 다음 세대의 참여와 동역을 위해 어떤 노력과 상황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윤헌준: 세상을 기독교적 렌즈로 바라봄으로써 신앙과 삶의 균형을 잡는다고 했을 때, 그 렌즈 자체는 성경의 가르침과 더불어 현대성의 영향도 받았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가 직면한 저출산과 비혼주의 문제는 고용 불안정성, 높은 주거비, 교육비 부담 등 매우 복잡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단순히 개인의 신앙 부족이나 세속적 가치관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이원론 극복을 위해 출발한 기독교 세계관이 시대의 감수성을 잃어버린다면, 오히려 역으로 기독교를 게토화 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전통과 시대의 변화를 아우르는 성숙한 합의와 균형점을 설정하는 새로운 감각이 우리 ‘동역회’에 요구되고 있습니다.
임상희 : 각 개인의 능동적인 참여는 역시 그 사람의 바람과 필요에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대가 무의식중에라도 느끼는 필요와 문제가 무엇이며, 거기에 대해서 기독교 신앙은 어떤 답을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샛별: 기독대학원생 북콘서트가 처음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몹시 반가웠습니다. 학생들이 책을 통해 이성적이고 학술적 논의에서의 신앙적 접점을 적극적으로 찾고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고무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 특히 북콘서트나 독서 모임의 활성화를 ‘동역회’가 지원하고, ‘기학연’ 등에도 이들을 초청함으로써 세대 간 교류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멘토링, 진로 콘서트, 찾아가는 북콘서트의 플랫폼을 빌려 ‘동역회’ 활동을 소개하고, 선배들과의 연결점을 만들어주는 것이 다음 세대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변증에도 사역의 범위를 확장하여, 아동·청소년과 청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비유의 방식 등을 활용하여 젊은 세대 교육을 확장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홍성욱 : 최근 RACS 간사를 하면서 느낀 바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참여하는 지체가 많아지려면, 우선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충분히 많이 있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현재 젊은 세대의 복음화율이 5%가 채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것은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의 숫자이니, 진지하게 신앙을 고민하는 젊은이 비율은 더 적겠지요. 게다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에,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숫자는 쉽게 늘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우선 주님 앞에서 나 자신이 먹고사는 문제 이상을 고민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안타깝게도 대개 사람들은 ‘주님 앞에서’가 되지 않고, ‘나 자신이 먹고사는 문제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분들이 별로 없지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더더욱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수가 더 많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김태룡 : 사실 다음 세대로의 확장은 ‘동역회’ 외에도 모든 학회의 주된 고민거리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인문학 분야의 경우 젊은 연구자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학령인구 감소로 인하여 모든 대학들이 인원을 감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장 학자들이 전임교원이나 정규직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도 함께 좁아지고 있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원생이나 저와 같은 비전임 자리에 있는 연구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용에 도움이 될 실적이나 당장 이득을 줄 수 있는 특강 등을 우선시하게 되고 ‘동역회’ 활동은 후 순위로 미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근원적인 해결책은, 기독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들의 안정적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염동한 : 먼저 이전 세대가 이룩한 ‘동역회’의 모멘텀(momentum)을 잘 유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동역회’의 학회, 학술지, 학문적 활동 등이 유지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소장 학자들의 관심을 좀 더 모으고자 한다면, 소장 학자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창의적인 활동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개인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공유하는 타 분야의 연구자들과 저의 전공 분야를 접목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이런 활동은 많은 사람이 한 번에 공유할 수 있는 활동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가치 있고 재미있는 일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가치 있고 재미있는 일이 있는 곳이라면, 에너지도 생기고 열정도 생기고 시간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꼭 이런 공동 연구가 아니더라도, 아무튼 기독교 세계관을 공유하는 분들과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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