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회에 다녔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고 교회를 나가지 않았었지만, 미션스쿨이었던 고등학교에서 만난 은사님 덕분에 현재 다니는 교회에서 다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학부과정에서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했고, 대한항공에서 3년간 근무했다. 대한항공에 있을 때 마지막으로 일했던 부서는 부천에 있는 엔진공장이었다. 내가 대한항공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단순했는데, 공군에서 복무할 때 공수기로 ‘치누크 헬기’(HH-47)를 한 번 탑승해본 이후 비행체에 매료되어 이쪽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력을 이야기하면, 왜 대한항공에서 좋아하던 항공기를 놔두고 정치외교학부에 왔는지 이유를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간단히 설명하면, 국가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계속 들어 대학원에 일단 지원해봤다. 그런데 감사하면서도 의아하게도 합격했고 마침 재직 3년 차라서 휴직도 가능했기에 인도하심이라고 느끼며 입학했다.
석사과정으로 들어와 첫 주에 느꼈던 감정은 불안감과 당혹스러움이었다. 과제로 읽어야할 책도 너무 어렵고 동료 학생들은 글을 너무 잘 써서, 대학원에 잘못 온 것 같았다. 이대로 회사에 돌아가자니 너무 수치스러울 것 같았다. 마침 이런 상황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려서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집에서 한 주간 보낼 수 있었다. 집에 있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때 나를 대신해서 죽어주신 예수님의 십자가가 생각났다. 죽고 싶은 마음에까지 이르게 된 나를 대신해서 죽어주신 예수님이 나의 수치와 심지어 죽음까지도 대신 담당하셨다는 생각을 하니, 다시 진정이 되고 평안한 마음으로 다시 학교에 나갈 수 있었다.
예수님을 다시 깊이 만나니 예수님을 너무 전하고 싶어서 매주 학교에서 노방전도를 나갔다. 감사하게 주변 학우들에게도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이 불안과 두려움에 있던 학우에게 신앙 상담을 해 주는 가운데 그 학우에게 갑자기 평안함이 임하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서기연(서울대기독인연합) 대의원 회의에 선교단체 대표 자격으로 매달 참석하고 있었는데, 거리에 대자보 형식으로 전도지를 부착하자는 안건을 낼 정도로 열심이 있었다. 이 안건은 통과되었으나 대자보라는 형식이 다소 과격한(?) 표현방식으로 여겨졌기에 집행이 보류가 되었고, 1년 정도 후 마침내 중앙도서관 터널에 ‘서기연’의 지난 사역을 설명하는 벽보와 함께 사역 취지문을 게시하는 형태로 반영되었다.
2023년 9월은 석사학위 프로포절(논문계획서)을 앞두고 준비된 것이 없다는 생각에 황망한 마음이었다. 여러 사람을 돕고 다니고 사역을 열심히 하느라 준비된 게 없는 것 같아 하나님께 원망스럽기도 하고, 지난 시간을 잘못 보냈다는 생각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 친하게 지내던 한 선배의 강권으로 지도교수님께 간곡히 도움을 구하는 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추석 기간, 교수님의 집중적인 지도로 ‘프로포절’이 통과되었고, 윤리심의위원회(IRB)에 제출한 연구계획서도 이례적으로 한주 만에 통과되어 정말 감사했다. 윤리심의위원회에 통과된 것은 감사한 일이었지만, 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의원 한 분, 공무원 한 분, 전문가 한 분의 인터뷰 내용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중 두 분께는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린 적이 없어 인터뷰가 잡힐지조차 모르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기도하며 연락처를 구해서 전화를 드렸고, 극적으로 인터뷰가 잡혀 빠른 속도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다. 준비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프로포절과 드래프트(논문초고) 제출까지 한 학기 만에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하나님의 기이한 도우심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석사학위를 마친 후, 나는 휴직 상태로 남겨두었던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직장을 퇴직하니 황량한 캠퍼스에 혼자 남겨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쩌면 내가 의지하던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수입이 보장된 직장이었던 것 같았다. 마음이 가난해져 서울대 기독교수회에서 주관하는 ‘수요열린예배’도 매주 나가고, 석종준 선교사님을 통해 알게 된 ‘기독대학원생 북클럽’에도 꾸준히 참석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 5:3) 그 무렵 모임에 나오는 이유를 묻는 분들께 말씀드리는 제 상황에 해당하는 말씀이었다.
내 마음의 가난함은 직장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있지 않아서라는 것을 믿은 후에야, 하나님이 모든 것을 공급하시고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은 후에야 마음이 부요해질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다 있는 천국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 마음에 있는 것임을 느낀다.
지금도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하는 나의 연구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 지극히 크신 하나님의 경륜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으로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지금 공부하는 과정에 녹아있는 그 경륜을 생각도 해보게 된다. 배우면서 서구 문명의 기초에 기독교가 있고, 버젓이 드러나진 않더라도 밑바닥에 잔잔히 깔려있는 그 영향력을 보게 된다. 인간이 만든 어떤 제도나 문명도 하나님 보시기에 완전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님이 선용하실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