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처음 만나는 기독교 세계관>에 대하여
<처음 만나는 기독교 세계관> / 크리스 파커 / 템북 / 2022.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로마서 8:6)
기독교세계관 독서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포스터를 통해 추천된 책들을 알아보던 중, 책 표지에 적힌 ‘일, 테크놀로지, 성, 소비, 진리, 행복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라는 문구에 흥미를 느껴, 크리스 파커(Chris Parker)의 <처음 만나는 기독교 세계관>(템북, 2022)을 선정하게 되었다. 책은 매우 단순하고 명료했으며, 기독교의 진리를 정확하게 담고 있는 동시에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특히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는 듯한 구성이어서 청소년들이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기에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 역시 그러했다.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부 ‘개구리와 물고기’에서는 서서히 끓는 물에 빠진 개구리가 물 온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과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물의 상태를 알지 못한다는 비유로, 문화의 영향력과 올바른 세계관의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 2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질문’에서는 기독교 세계관을 소개하며, 기독교 세계관의 관점으로 세상의 본질과 역사, 인간의 정체성과 그리스도인의 역할 등을 설명한다. 또 3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생각’에서는 일, 테크놀로지, 성, 소비, 진리, 행복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기독교 세계관에서 그것들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이고, 세상 문화의 관점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쉽게 풀어서 해석해 준다. 마지막 4부 ‘은혜로 운행되는 인생’에서는 결국 은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진리를 말하며 기독교 세계관의 당위성과 가치를 전달한다.
특히 1부와 3부를 읽으며 기독교 세계관이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장 인상 깊었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초, 중, 고등학교 내내 미션스쿨을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독교 세계관이라고 이름 붙여진 물건, 활동, 가치들은 상당히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렇게 수많은 기독교 세계관들에 둘러싸여 있었음에도, 나는 세상의 가치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세상의 언어, 세상의 행동방식이 나의 기독교적 가치관, 세계관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1부에 나온 서서히 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처럼 말이다. 나를 감싸고 있는 기독교적인 환경들에만 의존하여 세상의 뜨거운 물로부터 신앙을 지키지 못했다. 기독교 세계관을 갖춘 가정과 학교, 주변 환경은 실제로 나에게 많은 신앙적 이점을 주었지만, 그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세상의 공격들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신앙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공동체의 신앙과 별개로, 한 사람의 신앙을 더욱 성장시키고 예수님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앙을 지키시는 분은 주변 사람들이 아니라 오직 예수님뿐이시기 때문이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이러한 깨달음은 더욱 값진 의미가 있다.
한 가지 더 놀라웠던 것은 아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던 공부, SNS, 인간관계, 운동 등의 영역에서 세상의 가치관대로 생각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할 때 표면적으로는 그리 말하지 않았지만, “신앙생활은 중요할지라도 지금은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아. 그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하나님께서도 지금 말씀을 묵상하고 이웃을 돕는 것보다 주어진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얻는 것을 더 기뻐하실거야.”라는 마음을 작지만 아주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이라 잘 알지 못했었다. 그러나 점차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말과 행동으로 그 악함이 모습을 드러낼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소하고 익숙해서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죄의 결과였음이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또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찬양과 기도, 봉사를 하는 꽤 괜찮은 신앙인이었기에, 철저하게 스스로를 속이고 깊은 내면의 죄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3부에 나타난 우상 숭배, 자기 만족과 안위, 세상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 책을 통해 이러한 모습 때문에 때로는 삶 속에서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선하게 만드신 많은 것들을 잘못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에, 회개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번 독서대회는 지식적인 신앙뿐만 아니라 내면의 진짜 신앙, 행동적인 신앙까지도 돌아보는 총체적인 점검의 시간이었다. <처음 만나는 기독교 세계관>을 읽으며 기독교 세계관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세상 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나의 신앙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온전한 영의 시각을 갖추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한 것들을 바르고 온전히 누리며 그러한 삶으로 예수님을 증거하기 위해, 지식에만 머물렀던 신앙을 삶으로 가져오는 일, 교회에서의 신앙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일, 무엇보다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관을 점검하는 일에 힘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기독교 세계관을 나의 시각으로 만들고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해서, 궁극적으로는 모든 삶의 순간들 속에서 하나님과 그분의 손길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 참고 : 이 글은 2024년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좋은 교사운동, (사)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기독 중고등학생 독서대회’에서 고등학생부 ‘최우수상’을 받은 서한웅 학생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본 독서대회는 지난 7월~9월까지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40주년을 기념하여 전국 기독 중학생, 기독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최되었다. 추천 도서는 <쉽게 풀어쓴 세계관 특강>(손봉호), <니고데모의 안경>(신국원), <기독교세계관이 필요해>(정석원), <처음 만나는 기독교 세계관>(크리스 파커), <기독교 세계관 바로 세우기>(류현모, 강애리) 이상 6권 중 한 권을 선택하여 독후감을 쓰는 공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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