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민주주의는 인류가 개발한 정치제도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으로 세계인 절대다수가 가장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유일한 피조물로 모두가 동일한 기본권을 누려야 하지만, 동시에 칼뱅이 지적한 것처럼 인간은 전적으로 타락했으므로 한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면 반드시 부패한다는 성경 이해에 근거해서 권력 분립을 제도화한 것이 민주주의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매우 기독교적이라 할 수 있고, 기독교가 지배적인 국가들 대부분이 민주적이란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기독교가 최대 종교인 한국도 지난해까지는 세계 23개의 ‘잘 갖추어진 민주주의’(full democracy) 국가들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아 심지어 ‘흠결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밖에 누리지 못하는 미국에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고,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선진국이 된 것도 민주주의 때문이란 사실은 북한과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이렇게 소중한 민주주의를 한국에 도입하고 정착시키는데 한국 기독교가 앞장섰다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한다.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이 처음으로 중요한 문제들을 회의에서 민주적으로 결정했고, 미국 선교사들과 민주 선진국에 유학한 그리스도인 지식인들이 민주주의 정치제도 도입을 주도했으며, 반민주적인 독재정치에 가장 앞장서서 항거한 사람들도 그리스도인들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 민주주의가 세계 도처에서 위기를 맞고 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부러움을 받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세계가 걱정하고 두려워할 정도로 후퇴하고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이 상당 부분 미국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
최근 민주주의의 위기는 주로 인기영합주의와 과대평가된 이념 때문인데, 그 둘이 함께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비슷하게 한국 그리스도인 일부도 극단적으로 이념적이 되어 민주주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진보적인 그리스도인들이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는데, 최근에는 보수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표방하고 나섬으로 반목이 심각해졌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양쪽이 모두 독선적으로 반민주적이 되는 것 같다.
한국의 보수 교회, 특히 대형교회들은 그렇지 않아도 상당히 권위주의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정치문제에서 매우 보수적이 되고 있다. 거기에는 물론 비인간적이고 반기독교적인 북한 정권, 수많은 순교자를 낸 6.25 전쟁, 기독교 학교의 종교교육을 어렵게 한 사립학교법 개정 및 동성애자 등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추진한 진보정권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그런 것에 대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가 되고 보수, 진보 등의 이념을 갖는 것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에 그런 이념적 편향성이 너무 극단적이고 포괄적이 되어서 거의 ‘신앙’의 차원으로 변질되어버린 것이다. 다른 이념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잘못되고’ ‘비도덕적이고’ 심지어는 ‘비기독교적’인 것으로 정죄하고, 심지어는 ‘폭력’도 감행할 것 같다. 미국에서는 이미 2021년에 폭도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했는데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들이 많이 참가했고, 최근 서울의 법원 건물 파손에도 그리스도인들이 가담했다는 소식이 있다. 이념이 우상으로 변질이 되면 그리스도인조차도 매우 이렇게 반민주적이고 비기독교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난한 나라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는 교포 조유진 목사는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 십계명>이란 책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부디 정당과 동침하지 말고, 상대의 말을 듣고 그들과 관계의 다리를 세우며, 줏대도 없이 주위의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또라이’(jerk)가 되지 말라고 주문한다. 이념이 무엇이며 현재 상황이 어떠하며 그리스도인은 정치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좀 객관적으로 깊이 있게 따져보고 상대방의 관점을 알아보지도 않은 채, 돈벌이를 목적으로 떠드는 유튜버들의 말에 현혹되어 매우 독선적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는 미숙한 인격의 전형으로 성경이 반복해서 명령하는 성숙(온전함)이나 성경이 그렇게 강조하는 화평과 사랑과는 거리가 한 참 멀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상황, 특히 수많은 사람에게 심각한 손해나 이익을 끼칠 수 있는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정확하게 관찰하고, 상세하게 알아보고, 분명하게 이해하며, 공정하게 판단하고,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 특히 유튜브 등 SNS가 조장하는 확증편향의 피해자가 되어 잘못 판단하고 독선적으로 행동하므로 자신과 이웃에게 막대한 해를 끼치고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권위를 해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소중하다. 그럴수록 철저히 민주적인 방법으로 운영하며 수호하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 무지, 독선, 폭력은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고 유치하며 자해적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모든 선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과 화평의 방법으로 이룩하고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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