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오늘날 선전은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언론 매체,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선전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어떻게 해서든 유권자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더 얻는 데 혈안이 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어떤 정보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반대 정당을 헐뜯고 비난하려고 거짓일 가능성이 있는 정보조차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허위 정보일지라도 선전을 통해 반복적으로 허위 정보를 발표하고 대중에게 주입하면, 대중은 허위 정보를 의심하면서도 거듭된 세뇌를 통해 마침내 사실로 믿는다. 특히, 선전을 통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지지하는 듯이 보이는 분명하고 단순한 설명이 제시되고, 개인의 주관적 인상은 집단적 확신이나 신념이 된다. 이처럼 선전을 통해 비판 정신과 자율적 판단이 사라짐으로써 개인이나 집단에 확증편향이 생겨난다. 특히, 비교적 검증장치가 있는 언론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기보다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음으로써 확증편향이 깊어진다. 개인이나 집단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선전을 통해 강화되고 굳어지면, 개인이나 집단은 이를 옳다고 확신한다.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하고 강할수록 선전을 통해 고정관념과 편견은 더욱 강화된다.
어떤 사실이 대중매체를 통해 확산하면, 선전을 통해 이 사실과 관련하여 여론이 형성된다. 대부분의 대중이 어떤 사실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더라도, 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도 선전을 통해 존재하게 된다. 이처럼 하찮고 의미 없는 사실로부터,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사실로부터 온갖 중대한 정치적 문제가 만들어지고, 이 정치적 문제에 큰 중요성이 부여되는 식으로 여론은 조작된다. 그런 상황에서 대중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을 듣기 원하고, 정당은 이미 ‘팬덤’(fandom)이 되어버린 지지 집단에 의해 휘둘리고 만다. 특히, 자기 정치진영 세력의 힘을 지나치게 과시하는 현상은 정치가 일종의 종교가 되어 버린 것을 잘 보여 준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정치진영을 문제 삼거나 비판하는 것을 지지 집단은 절대로 참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현실 정치에서 마구잡이로 이루어지는 선전을 통해, 서로 대립하는 정치 집단이나 정당 사이에는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며, 심지어 상대에 대한 멸시와 증오뿐 아니라 상대를 악마화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간의 합의를 이끌어낼 정상적인 논의나 토론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상대에 대한 오해와 이로 인한 적대감만이 쌓여갈 따름이다. 이처럼 상대와 경쟁자를 자신을 해치려 하는 일종의 적으로 간주하면, 민주주의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와 과정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와 토론은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미국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은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인’의 등장을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조짐을 알리는 명백한 신호 중 하나라고 보았다. 결국, 선전의 힘을 빌려 상대와 경쟁자를 적으로 내모는 선전 활동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린다.
이처럼 선전에 의해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 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은 정치적 논쟁의 열기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정치적 문제는 지나친 열정과 과장된 여론에 의해 끔찍하게 왜곡되어, 비교적 단순한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대립하는 정당들은 서로에게 너무나 심한 모독을 가한 나머지 정상적인 해결책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단지 한 정당의 승리만을 고집하며 불관용과 부당함만이 지배할 따름이다. 특히, 정치 집회가 열릴 때마다 군중을 선동하고 여론을 격화시켜 군중을 어떤 것에 적대적으로 만드는 상황이 벌어진다. 격정적인 태도로 이어지는 이런 상황을 통해, 갈등이 폭발하고 증오와 비난이 확대한다. 그리하여 흥분한 여론의 개입을 통해 입장을 되돌릴 수 없게 되고, 서로 대립하는 사람들이 화해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의 역할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사람들 각자가 상황을 합리적으로 보도록 서로 이해하게 하면서 지나친 열기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여론에 의해 조작된 대중의 감정은 늘 분노에 휩싸여 편파성만을 만들어 내기에, 그리스도인은 여론을 진정시키고 억제하면서 여론의 열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고립되고 고독한 개인에게는 공동체에 편입되어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공유하려는 욕구가 있다. 아울러, 누군가와 함께 이데올로기적이고 감정적인 소통을 경험하려는 욕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선전은 이런 개인에게 곧바로 다가가 빠르게 내면을 점령하기에 개인은 선전에 무기력하다. 이와 반대로, 스스로 자각하고 판단하는 개인은 선전 행위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와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참된 신앙’을 굳게 지키는 그리스도인은 어떤 선전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개인이 ‘참된 신앙’을 토대로 견고하게 구성된 공동체에 속해 있는 한, 외부 영향이나 선전으로부터 보호받는다. 이런 신앙 공동체는 선전의 영향을 받기 어려운 환경을 이루기 때문이고, 대중 선전에서 중요한 심리적 오염에 쉽게 빠져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이 신앙 공동체에 속해 있으면 집단적 영향과 사회적 풍조를 훨씬 덜 느끼게 된다. 반면, 신앙 공동체에서 벗어난 개인은 무분별한 대중의 흐름과 세상의 풍조를 따르고, 결국 선전이라는 권세의 영향 아래 놓인다. 이제 그리스도인은 이런 신앙 공동체를 이루는 데 힘써 개인을 선전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선전이라는 권세를 무너뜨려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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