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작년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45년 만에 선포된 계엄령으로 국론은 둘로 나뉘었다. 내가 속한 서울대 공대의 많은 학생은 평소 정치에 무관심하다. 하지만 정치에 무관심했던 학생들조차도 급격한 변화 속에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논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탄핵 반대를 주장하면서, 기독교 전체가 특정 정치 세력의 견해를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일부 사람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러한 것이 아니지만 정치적 이슈로 인해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보다 정치적 색깔로 먼저 비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가 올바른 것인가? 올바르다면 어떤 방법으로 정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무엇을 해야 할까?” 같은 의문이 생겼다.
올해 초부터 서울대학교 학부생들이 모여 신앙 관련 서적을 읽는 독서 모임 활동을 새롭게 시작했다. 하나님에 대해서, 신앙에 대해서 더욱 잘 알고 싶은 학생들이 모인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나는 섣부르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내 생각이 아닌 성경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던 가운데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 22:21). 이 말씀이 생각났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게 옳으냐 옳지 않으냐 질문한다. 이에 대해서 예수님은 직접 바치라고도, 바치지 말라고도 말씀하지 않으신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드리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것과 함께 이 땅의 나라에서도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를 금지하지 않으셨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에서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주변을 둘러보면 정치를 종교와 같이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학생이든 학생이 아니든, 종교를 믿든 믿지 않든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선악이 명확한 영적 싸움과 달리 정치적 문제를 단순히 선악의 구도로 보기는 어렵다. 어떠한 정치적 입장도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없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정파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성경의 가치를 정치를 통해 실현해나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정치를 통해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도록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영국 노예무역 폐지에 평생을 바친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와 같은 인물이 있었다. 당대의 노예무역은 영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노예무역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국가의 큰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결정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윌버포스는 국가의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며 노예무역이 성경적으로 옳지 않기에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윌버포스의 사례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때로는 대중적 인기보다는 신앙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어려운 선택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정치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위한 것이어서는 안되며 사람들의 인기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사람의 인정이 아닌 하나님의 인정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권력 획득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가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정의롭고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만들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정리해보며 나의 삶을 돌아봤다. 나는 과연 하나님의 정의와 계획을 생각하며 정치에 관심을 가져왔는가. 나도 세속적인 정치의 당파 싸움에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았나. 돌아보면 내 삶에도 그러한 부끄러운 부분이 있었음을 깨닫고 많이 반성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 영광이 이제와 영원한 날까지 그에게 있을지어다. 아멘.”(벧후 3:18).
나는 아직 학생이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정책이나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며,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예수님 안에서 계속해서 자라나는 것뿐이다. 그리고 좋은 정책이 많이 세워지도록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성경 말씀을 통해, 서울대에서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신 소중한 동역자들과 함께 배우며 계속해서 자라나고 싶다. 서로 다른 생각을 경청하고, 성경은 무엇을 말하는지 깊이 탐구하고, 신앙의 선배들이 했던 고민을 따라가며 계속해서 공부해야겠다. 또한, 하나님 안에서 내가 이 나라를 위해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을지 기도하며 나아가야겠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잘 자라나서 사회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정의가 이 나라에서 실현되도록, 한 사람의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겠다. 한 사람의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될 때,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가실 것을 믿는다. 나 또한 그 계획에 동참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나를 그 계획에 사용하실 것을 믿고, 기대하며 자라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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