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들처럼
- 권혁만 감독의 <호조>(2025) -
하나님 사랑은 나라 사랑
권혁만 감독의 신작 영화 <호조>(互助, 2025년 3월 12일 개봉 예정)는 어둠과 혼란의 시기에 빛났던, 도산 안창호(1878~1938)와 해석 손정도 목사(1882~1931)라는 두 그리스도인 독립운동가의 우정과 독립을 향한 열정을 담은 작품이다. 두 사람은 모두 모두 평안도 강서 출신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이 곧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라 믿는 사람들이었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이 1910년 이전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되어 의기투합한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후 둘은 손 목사가 먼저 소천할 때까지 20년 넘게 서로 호형호제하면서 상하이와 지린 등지에서 다양한 항일 민족운동을 같이 하였다.
손정도 목사의 아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손원일 제독이다. 현충원의 손제독 비문의 1/3은 아버지 손정도 목사에 대한 글로 채워져 있다. 그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손 제독은 나면서부터 하나님 사랑 나라 사랑이란 가훈 속에서 자랐다”
영화 <호조>는 어린 손원일이 어려서부터 안창호 선생과 아버지 손정도 목사를 지켜보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아니랄까 신앙과 애국이 일치된 삶은 변함이 없다.
시대에 울림을 주는 기독교 역사 뮤지컬
영화 <호조>의 특별함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한국 영화계의 불황 가운데서도 기독교 영화의 존재가치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코로나19 이후 기독교 영화계는 단편적인 외화 수입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성탄 특집 다큐멘터리를 연출해 온 권혁만 감독이 KBS를 퇴직한 후 본격적인 영화제작에 뛰어들어 뮤지컬 영화를 연출했다는 사실은 기독교 영화계로서는 큰 기대와 더불어 기독교 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둘째는 뮤지컬 장르를 택하여 대중성을 높인 일이다. 권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루었던 한국 기독교 영화계에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2015)과 <일사각오>(2016)를 통해 드라마를 요소요소에 삽입시킨 ‘팩션 드라마’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머슴 바울>(2022)에 와서는 뮤지컬 장르를 결합하여 기독교 영화의 형식에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기도 했다. 이제는 완벽한 역사 뮤지컬 영화를 탄생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지금까지 공연무대 위에 올려진 뮤지컬을 영화한 일은 있어도 오리지널 역사 뮤지컬은 <호조>가 처음이다. 웃음과 의미있는 메시지가 적절한 간격으로 배열된 노래와 춤은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딱딱하기만 한 기독교 역사가 풍부한 감성을 타고 온몸에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MZ 세대들의 눈높이도 맞출 수 있다.
셋째는 시대적 상황을 읽고 역사적 인물을 통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사실에 있다. 안창호와 손정도는 단순한 독립운동가가 아닌 기독교 이상 사회를 건설하는 대안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1927년 손정도 목사는 길림교회와 액목현교회를 목회하면서 영화 제목이기도 한 ‘호조(互助)’가 뜻하는 차별 없이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며 서로를 돕고 살리는 ‘농민호조사’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는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재현하듯 자신의 소유 모두를 내놓는, 즉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현하는 농촌운동을 뜻했다.
사랑과 정의가 충만한 세상을 꿈꾸다
무엇보다도 손정도 목사는 분열된 임시정부의 현실 속에서 민족의 큰 꿈을 제시하며 좌우 사람들의 마음과 존경을 얻었다는 점은 시사점이 매우 크다. 손정도 목사의 활동 범위가 얼마나 넓었고, 그의 포용력이 얼마나 컸는가는 그와 교류한 사람들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에 따르면, 그는 기독교 민족주의자였던 현순, 하란사, 송병조, 배형식과 국내외에서 같이 일했으며,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에는 안중근의 가족과 같이 살았고, 여운형, 노백린, 김규식, 이동녕, 이시영, 이동휘, 신익희, 조소앙, 박용만, 이승만 등 좌우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상과 노선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손정도 목사가 북한에서 가장 존경받는 목사란 사실도 이 기회에 밝혀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영화는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김일성과의 관계를 생략하고 있지만, 손정도 목사의 ‘이웃사랑’ 정신은 매우 철두철미했다. 그는 1927년부터 1930년까지 3년 동안 아버지를 잃은 소년 김일성을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돌보아주었고, 그 때문에 김일성은 말년에 쓴 자신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손정도 목사는 ‘친아버지처럼 존경’한 ‘은인’이었다는 언급을 남겼다.
북한의 역사가들이 손정도 목사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3년 평양에서는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모여 손정도 목사 기념 남북학술대회를 열만큼 북한에서 손정도 목사연구에 대한 열의는 뜨거웠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삶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영화 <호조>를 통해 전하는 신앙과 삶의 메시지는 매우 새롭다. 그 이유를 우리는 역사가 현실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에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탄핵정국을 지나면서 참된 그리스도인 애국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사람에게 이 영화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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